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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한 달차 리뷰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쓰네

와우, 입사한 지 벌써 한달 차가 되었다. 우왕, 시간이 빠른 건지 일이 많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원래 야심찬 계획은 혼자 업무 회고 겸, 생활을 정리할 겸 최소 1주일에 한 번씩 요 매거진에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됐다. 세상 일이 그러하듯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일요일 밤 열두시 반에 아이패드 켜서 쓰는 것이라서 내일 출근이 걱정된다. 얼른 끝내고 자야지.

 

선선했던 한강, 난시라 밤에는 불빛이 퍼져보여서 맨 눈으로 보기가 힘들다. 좀 슬프네.


#어쩌다 보니 다른 일이  


제목 그대로, 어쩌다 보니 내 본 업무만큼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체계를 잡아가야 할 시기(=체계가 없다는 뜻)이기에 업무 프로세스가 조금 엉성하다. 가령 회의록 체계가 없다. 뭐 회의에서 뭔 말을 해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물론 회사에선 이전부터 회의록의 필요성을 느끼고, 어케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했는데 실천이 없었다. 왜 그럴까 조금 생각해봤는데, 아직 습관화가 안 된 이유도 있고, 굳이 나서서 그걸 챙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걸 안 한다고 해서 ‘굳이 나서서’ 지적하기에는 조금 머쓱한 소재인 것이다.


특히 내가 속한 팀은 팀원들이 일정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더 빠른 시간과 더 적은 노력으로 뽑아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자료를 만들던, 피드백 시간을 가지던 일의 과정과 결과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한 편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말 안해도 그냥 뭔 회의를 했을 때,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해 버리는 것이 사람이다.(는 나) 그래서 그냥 회의록 좀 잘 쓰자고 건의했고, 우리 팀에서는 주로 내가 쓰게 됐다.


이렇듯 회사가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앞으로 당연하게 있어야 할 것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특히 조직문화나 타겟팅 작업 등 회사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한 팀에서만 책임지고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은 TF를 구성해 작업에 들어가는데, 현재 나는 전사 차원의 조직문화, 브랜딩TF에 들어가 있고, 팀 내에서 자체 진행하게 될 유저테스트 기획을 맡게 됐다. 물론 내가 너무 훌륭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다. 딱히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는게 좋은지 싫은지 말해보자면, 그냥 그렇다. 어쨋든 누군가는 할 일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한테도 영향을 미칠 일들이니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하는 게 나쁘지 않다. 게다가 일 더 하면 연장근무 수당도 받으니까.(솔직히 연장근무비 없었으면 백퍼 안 했을 정도였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것과 관련해 아주 걱정되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괜히 이렇게 다른 일에 신경쓰다가 막상 내 일에 집중을 못하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물을 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야말로 ‘지 일이나 잘하지 나대는’ 꼴이 되버리는 것이다. 실제로도 일을 바꿔가며 할 때마다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지는게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그저 1인분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일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같이 일하기 ‘무난한’ 정도만 되도 좋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 하는 일들 외에 더 많은 일은 안 할듯 하다.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면, 한 번쯤은 이렇게 일하는 것도 할 수 있다. 마치 이집트 여행 같군.

멋지고 경이롭고 한 번으로 충분했던 이집트 여행. 이집트 사람들은 대단하고 제국주의 놈들은 정말 지독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여기까지 쓰는 데 글이 드럽게 재미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썼으면 할 얘기가 더 많았을 텐데, 한 달을 한 번에 통째로 기억하려니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이래서 기록이 필요하다니까.


왜 벌써 1시 20분이지? 졸려서 머리가 좀 회전을 멈췄다. 한 달만에 리뷰를 쓰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알았는데 내가 왜 그랬지? 하하 나머지는 내일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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