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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끼장미 Feb 03. 2023

프롤로그

사회참여활동에서, 미래교육의 답을 찾다.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오감을 활짝 열어 두 팔 벌려 세상을 탐험해 보고자 했던 아이의 모습을, 돌 틈에 낀 풀꽃 하나, 그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는 곤충 하나를 발견하면 하루종일이라도 앉아서 보곤 했던 모습을 말이다. 아침에는 왜 해님이 뜨고, 밤이 되면 왜 달님이 뜨는지 묻곤 했던, 눈뜨면 물음표를 달고 살았던 그 유년시절을, 내 아이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모두 지나왔다.


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을 보면 호기심이 얼마나 생생한지 느껴진다.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중학생도 다를 바 없다. 불편할 법도 한 교복을 정갈히 입고, 새로 준비한 학용품을 가지런히 꺼내놓고,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만난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 일상이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교과 첫 오리엔테이션 시간이면  아이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주세요]가 그것이다.


아이들의 부탁은 한결같다.

- 재미있게 가르쳐 주세요.

- 공부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새로운 경험 많이 하게 해 주세요.


배움에 대한 기대와 즐겁게 배워나가기를 바라는 소망, 그 소망을 거름 삼아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위한 치열한 수업연구가 시작된다.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중학교 1학년은 다양한 경험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 자유학년제 운영에 따라 가능해진 교육적 시도와 아이들의 경험으로 즐거운 수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평가가 시작되는 중학교 2학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시험을 보고 성적표가 나오는 순간, 아이들의 상처는 시작된다. 배움의 즐거움을 위한 수업은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학교가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아프지만 정서적으로 환기하고 안녕을 책임져 줄 공동체의 부재에 대해 생각한다.

'돌봄이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해 학교와 가정이, 사회와 정치가 논쟁할 때,

누구의 책임인지 회피하고 외면할 때, 아이들의 상처는 깊어지고 병들어간다.


코로나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공부상처가 더 깊고 뚜렷해졌다. 지금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러한 때 교육회복을 위한 지원 사업이 각 시도 교육청마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교육회복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학력 향상을 위한 진단과 학습기법 코칭을 위한 솔루션 제공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저마다 배움의 호기심을 회복하여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속에 아이들이 배움이라는 씨실과 삶이라는 날실을 엮어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사와 부모와 사회는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에 사회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라는 교과목에 대한 배움의 씨실을 '스스로의 삶'이라는 날실로 엮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적 사명이자 헌신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회'라는 과목을 '삶'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곧 배움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자신의 배움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배움이 삶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체험을 통해 알게 된 배움은 지식을 넘어 삶이 될 수 있다.


교육 현장은 이제 [혁신교육]의 담론을 넘어 [미래교육]으로 도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의 주요 동인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모바일 등의 비약적 발전은 우리에게 미래가 성큼 다가와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로 볼 때 지능정보사회를 댕응하기 위한 사회 전반적 논의의 필요성은 물론 미래세대를 준비하게 하는 교육적 변화의 논의가 시급하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래교육의 방향은 어떤 인재를 기를 것인가? 에 대한 질문으로 귀착된다. 이 같은 핵심역량에 대한 정의는 '21세기 실행 능력의 평가와 교육'프로젝트의 결과로 얻어진 '창의력, 혁신능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 자기주도학습 능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정보 문해,  ICT 문해,  시민의식(지역/글로벌(, 인생 및 진로개척 능력, 개인 및 사회적 책임의식'과 같은 10가지의 역량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관점은 미래사회의 교육이 어떤 내용을 새롭게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역사를 따라 지속되어 온 교육의 목적들 가운데 오늘날에는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미래교육,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송기상, 김성천 저 32P 중에서 )

                              

결국 미래교육의 출발은 성찰과 반성을 위한 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배움과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아이들에게, 배움의 주체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되돌려 주는 것이 미래교육이라고 믿는다. 배움과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아이들에게, 그들의 지위와 역할을 되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사회참여활동'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견고해졌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25년 차 사회교사로, '사회참여활동'을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동기를 만들어 준 제자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사회참여활동'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배움을 선물해 주었다. 이것이 가능할까?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어쩌나? 수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호기심, 성장에의 의지로 해결해 나갔다. 아이들의 배움의 과정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이 배움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온 동료교사와 마을교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배움을 위한 아이들의 여정에 이들의 지지와 도움이 없었다면, 많은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참여활동을 위해 인터뷰에 응해주신 지역사회의 기관, 설문조사와 캠페인 활동에 응원을 보내주신 시민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들 덕분에 아이들이 마을을 배움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배움을 삶과 연결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의 배움을 마을과 연결하는데 학부모회와 의정부마을공동체(꿈이룸교육공동체, 송산마을사랑방 등)의 지원이 컸다.  그들 덕분에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사회참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했던 사회참여활동 10년의 기록을 시작하고자 한다.

배움과 삶의 주체로서의 아이들의 사회참여활동 10년의 기록을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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