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즌, 뮤지컬 스쿨오브롹,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친구의 AIWA 이어폰을 통해서 흘러나왔던 펄잼의 사운드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워낙 고가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었는지, 아니면 펄잼의 프로듀싱이 워낙 잘되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정도의 사운드는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라면 조금 과장일까? 아무튼 나는 그 뒤로 거의 "밴드"의 음악만을 들었던것 같다.
뭐 그 전에도 가요에는 통 관심을 갖지 못했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가 싫었다고 말하면 어린녀석의 치부를 잘 포장해 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이후로 스키드로(Skidrow), 본조비(Bonjovi), 메탈리카(Metallica) 등 밴드음악이 주는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내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휘감고 있었으니, 어쩌면 내가 그 밴드의 보컬이 되어서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꾸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아마 오랬동안...
핫뮤직(hot music) 잡지를 열심히 사모으던 시절, 대학로 MTV에서 맥주를 하나 시켜놓고 어줍잖게 헤드뱅잉을 해보려고 움찔움찔 거리던 시절, 기타를 쳐보겠다며 낙원상가에 무작정 찾아가 정품 카피 기타를 구입해서 방안에 고이 모셔놓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롹'이라는 것이 상당히 어울리지 않을만한,(그때의 음악들은 아직도 신선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신선함이 어울리지 않을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의 "밴드"음악을 듣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밴드로 변모해서 활약을 하던 모습도 지켜봤고, 한참 후에는 윤도현 밴드나 국카스텐 등의 모습도 주욱 지켜봐왔고 그때의 감성과 향수를 채워 줄 한국 밴드의 모습도 계속 찾아왔던것도 사실이다. 내 귀가 너무나 보수적인 것일까? 아니면 너무 빠르게 실증을 느끼는 것일까... 모르겠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떠오르는 한국밴드의 모습은 별로 없는것 같다. 김경호 밴드가 그래도 최근까지 찾아듣게 된 밴드 음악이랄까? 아무튼 나는 너무 보컬 위주의 음악에만 빠지는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좀 자괴감을 느끼기는 한다.
얼마전 건스앤로지즈의 이야기를 다룬 "롹 뮤지컬 프리즌"이란 공연을 보면서, (물론 실제 밴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모습은 밴드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밴드 뮤지션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밴드 음악"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접한 첫번째 소식부터 밝은 소식은 아니었다.
"베테랑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데뷔한지 꼭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활동중지를 선언하고야 말았다.
내가 음악으로 버는 수입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고 미래가 안 보였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남상아"
우리가 듣고 보고 즐기는 것들 이면에는 그것들을 뒤로 한 채 역사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는 인물들, 밴드들도 아주아주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몇가지 긍정의 신호 및 소식들도 목도하게 되었는데, 그 첫번째는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보이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곡이, 16년만에 보이그룹 음악으로 빌보드 1위에 올랐다는 소식과, TV에서 조금 더 신선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밴드뮤지션들이 모여서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내는 오디션 프로인 "슈퍼밴드"를 보게 된 것이다.
클래식 천재, 아이돌밴드, 길거리의 뮤지션 까지 다양한 소위 "밴드 음악" 한가닥 씩 하는 참가자들이 벌이는 음악의 향연은 매우 신선하였고,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게다가, 뮤지컬 스타 방송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밴드 "더 로즈"의 전원 출연이라니! 더욱 기대를 할 수 밖에 프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는 뮤지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뮤지컬에서도 롹스피릿을 표방한 뮤지컬이 곧 우리를 찾아온다. 뮤지컬 스쿨오브락 월드투어가 6월8일부터 내한을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소개한 적 있지만, 롹에 일가견이 있는 앤드류로이드웨버경이 작곡을 맡았다고 하니, 기대감이 매우매우 상승하고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실패한 록커 듀이가 우연히 한 명문 초등학교에 임시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과 록 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렸다"... 2015년 12월 6일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데, 특히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비중을 높였다고 하니, 나중에 뮤지컬 마틸다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한 밴드가 TV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오르내리는데, 바로 '잔나비'라는 밴드이다.
이런 부분도 밴드 음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아무튼 예사롭지는 않아보인다.
밴드음악=라이브, 음악 적 정수
왠지 "음악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악기를 다룰줄 알아야 하고, 결국 라이브로 뭔가 재능을 보여야 한다는것에 귀결되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음악, 그것이 살아숨시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들일까? 암튼 밴드 음악은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고 있으며, 지금 미디어를 타고 흐르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아마도 내년 쯤에 뒤 돌아 본다면 2019년은 밴드 음악의 해가 되었다고 전해질 것이라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못다한 얘기는 방송을 통해서 만나요!
http://www.podbbang.com/ch/13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