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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지컬스타 Aug 09. 2019

뮤지컬 영웅, "조국은 대체 무엇입니까?"

안중근 의사의 두려움과 용기에 대하여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것은 두려움밖에 없는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곰곰히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꼭 부여잡고 있는 것들이 그만큼 많아졌기에, 그것들을 잃는것에 대한 내적 불안감의 표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혹은 사랑하는 가족, 또는 그외에 오랬동안 함께하고 싶은 무언가일 것이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이런것은 생각이라기 보다는 피를 타고 흐르는 정서와 한을 이야기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것은 슬픔을 넘어서 지금의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애(悲哀)이자 원통함일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만천하에 조선의 자주독립국임을 알린 분이 있었으니, 그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뮤지컬 작품의 주인공 안중근 의사이다.


한 생명을 버려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천주가 가르친 ‘정의’라는 깨우침
(문화공간 175)


뮤지컬 영웅에서는 시종일관 안중근 의사의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두렵지가 않겠는가? 초반에도 말했지만 우리를 늘상 따라다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은 일반인이 극복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두고 무서운 것이다. 안중근 의사도 이 죽음을 이겨낸것이 아니라, 그렇게 했어야 했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얼빈 역에서의 거사를 수행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근래에 알게 된, 너무나도 늦엊거나 잊었던 사실일 수도 있으나 그 분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는 사실. 아마 '믿음' 이라는 것이 마음을 다잡는데 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기존에 알고있기론 뮤지컬 영웅이 "객관적" 이고자 하는 위치에서 이토와 안중근의 대립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였고, 심지어 이토의 미화까지 이야기가 되며 문제가 된다고 들은 바 있으나, 이번 관람 시에는 그런 부분이 매우 다듬어 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 뮤지컬은 대한민국 국민의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부분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다, 부인할 필요도 없는게,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만행에 대해 분노하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일본의 야욕에 속을 끓이다가 이 작품을 통해 어느정도의 카타르시스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덕순과 조도선이 능청스레 주고받는 아리랑 춤과 노래라든지(왜 '아리랑' 이라는 단어에서 눈물이 핑도는지...), 안중근 의사가 외치는 "조국이란 무엇입니까?" 라는 대사가 나오자마자 그냥 이유없이 눈물이 핑도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아쉬운것은 기존에 말하던 "객관적" 관점이라는 것을 나 또한 보고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찾을 수가 없었다.

(2015년 공연에서는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부르는 운명을 넘버에서 제외 하였다.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한다는 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_나무위키)


 - 앙상블팀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론 앙상블팀이 연기한 추격신과, 일본형사들과 대치되는 의병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군무가 매우 인상적이고, '누가 죄인인가'에서 보여주었던 군중의 심화되는 내적 갈등의 표현등이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짜임새와 연출을 보여줬다고 느꼈다.  특히나 주연배우인 정성화씨의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타 배우와 매우 비교되는 발성에 의한 극적인 넘버의 표현들도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감동적 이었다.


안중근이 어떻게 동양평화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등 안중근 내면의 흐름을 더 자세히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무위키)


아쉬운 점들도 없지 않았는데, 가장 크게 말하고 싶은 부분은 핵심 인물 라인에 혼선이 있다는 점이다. 명성왕후 시해와 같은 이토의 만행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요소로 설희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이 겉돌거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연출에 조금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또한 본 작품이 영웅의 내적 갈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어가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면, 조금 더 심리묘사라든지, 내적 갈등에 대해 알아보고, 안중근 의사께서 마지막에 주창하신 '동양평화'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죽기 전까지 그렇게 간절히 염원하셨는지에 초첨을 맞추어 연출을 하는 것도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말도 안되는 공식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도 느낀부분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적어보면,  공간 안의 공간에서의 연출은 늘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파자마 파티를 위해 친구들이 모인 "집"을 별도의 공간으로 구성한다든지, 이번 뮤지컬 안중근에서 이토와 설희가 하얼빈으로 이동하는 기차 내부를  표현하고 그 안에서 연기를 하는 부분이라든지, 이렇게 공간내의 공간에서는 노래도 그렇고 대사도 그렇고 이상하게 와 닿지가 않고 어색한 경우가 많다. 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내 마음속의 공식으로 저장해 두고 다른 작품에서도 적용되는지 추후 살펴보려 한다.


2017년 8월 14일 "24화" 방송을 진행하면서, 일본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방송을 통해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방송에서의 약속을 이행하기위해 노력했고, 돌이켜보니 일부러 일본 제품을 산 경우는 0건, 일본 제품인지 모르고 산 경우는 많은 것 같은데, 한번은 정말 사고 나서 일본제품인것을 알고 크게 낙담한 경우가 있다. (바로 카메라 관련 삼각대를 구매하였는데, "맨프로토"란 회사였다. 당연히 대만제품인줄 알고 구매했는데 도착해 보니, Made in japan 이었다.) 매우 실망 했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한것 같아서 뿌듯하다.

요즘  잠자리에 누우면 별의별 생각이 들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를 둘러싼 야욕과 자식들에게 다시는 그런 미래를 물려주지 말아야 할텐데 하는,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나는 힘이 없을까 하는 생각들이 주로 든다. 그러다가도 내가 마음먹은 작은 시작! 바로 일본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나마 나를 위안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정말로 편하게 해 준다. 작지만, 내가 무언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안중근 의사의 그 "용기"에 힘입어,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끝으로, 아래 영웅의 넘버들과 함께 글을 마치려고 한다.


Disc 1(1부)

01. Overture

02. 단지동맹(정천동맹) - 안중근, 단지 11인 

03. 게이샤 - 게이샤들

04. 조선은 보물창고 - 외무대신, 대신들, 게이샤들

05. 조선 얕보지 마라 - 이토, 대신들, 게이샤들

06. 이토의 야망 - 이토 

07. 당신을 기억합니다. - 설희 

08. 가야만 하는 길 - 안중근, 설희, 김내관, 제국익문사 

09. 비상구는 없다 - 와다, 독립군, 일본군 

10. 배고픈 청춘이여 - 왕웨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독립군

11. 황혼의 태양 - 이토 

12. 이것이 첫사랑일까 - 링링 

13. 추격1 - 연주곡 

14. 흔들림없는 태산처럼 - 왕웨이

15. 처음 본 순간 - 이토, 설희

16. 영웅 - 안중근 

17. 그날을 기약하며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Disc 2(2부)

01. 오늘의 이 함성이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02. 출정식 - 이토, 외무대신, 일본군 

03. 추격2 - 와다

04.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 링링, 유동하 

05. 내 마음 왜 이럴까 - 설희 

06. 십자가 앞에서 - 안중근

07. 축제음악 - 연주곡

08. 누가 죄인인가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판사, 기자들, 방청객들 

09. 운명 - 안중근, 이토

10. 동양평화 - 안중근, 치바

11.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조 마리아

12. 장부가 - 안중근 

13. Epilogue


못 다한 이야기는 방송에서 만나요~

http://www.podbbang.com/ch/1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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