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뮤지컬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 혼선이 생겼다. 동일한 제목을 사용하는 작품임에도 국적도, 배우들도 심지어 내용도 조금 다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러시아 버전과 프랭크 와일드혼팀에 의해 제작된 스위스 버전) 과 뮤지컬 드라큘라(체코 버전과 프랭크 와일드혼팀에 의해 제작된 브로드웨이 버전) 및 그외에도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그 원인인데, 많은 이러한 작품들 사이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제목이라도 바꿔서 관객들이 알기쉽게 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은 얼마전에 관람을 하고 온 뮤지컬 드라큘라 2019에 관한 내용이다.
벗과 계절은 몸이 기억하는 것처럼, 신성우의 음성도 어디가에 있던 깊은 기억을 끄집어 냈다.
이번 작품도 큰 기대없이, 신성우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도 크지는 않았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뭔가에 대한 감흥이 크게 준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놀랍게도 신성우의 음성 및 노래를 듣는 순간, 내 속에 감춰두었던 무언가가 다시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면 신성우라는 가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들을 많이 듣지 않았나 회상을 하게 되었고, 공연 내내 그 부분에 대해 신기해 하며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것과 조금 다르게 마치 드라큘라가 정의구현의 편에 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뭐 트와일라잇 등 흡혈귀가 미화되는것은 이미 일상적이 되긴 하였지만...화려한 무대 맵핑(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과 앙상블팀의 호연, 독특한 오토메이션(중심은 그대로, 주변부가 회전하는 방식) 등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들은 여러가지 였으나, 무엇보다 신성우 배우의 큰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음정이 정확하다거나, 딕테이션이 뚜렸하다거나 그런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 소리가 짧은 경력에 의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타고나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도 알기에 여배우의 뚜렸한 노래소리와 어우러진 강력한 신성우 배우의 노래소리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자 의도한 것이라 판단되는데, 신성우 배우가 두성을 이용한 샤유팅을 매우 많이 보여주었다. 마치 "서시"에서 나왔던 고음을 연상케 하듯이...하지만 이런 부분은 인상적인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분위기를 매우 다운시키는 효과가 있는것 같아서 아쉬웠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두성 샤우팅은 한 번만! 사랑하는 아들의 주검을 내려놓고 울부짖는 장면 한 곳에서만 해주기를 부탁 드린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는 신성우 배우의 노래는 개인적으론 매우 감성적이었고, 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
이건명의 호연과 앙상블팀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이건명 배우는 실망률이 매우 적은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잭더리퍼"에서도 그렇고 이번 "드라큘라"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정말 실망스러웠던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서도 이건명은 본인의 역할을 뚜렸하게 각인 시키고 소화했던게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1인 2역을 소화해 내면서 연기변신을 꾀한 모습도 등장하는데, 바로 루치안 헬싱 주교역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늘게 내고 좀더 간교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이제는 중후한 배우이지만 아직도 연기 도전을 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1막 중반에 등장하는 십자군을 이끌고 등장하는데, 이 때 나오는 넘버의 호흡이 좋았고, 군무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던것 같다. 물론 후반부에 분하는 반헬싱 연기도 좋았지만 1막에 비해서는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건명" 이라는 배우가 뮤지컬계에 미칠 영항은 클 것으로 보이며, "믿고 본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임에는 확실하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기대하며 응원하겠다.
독특한 오토메이션과 그래픽 매핑(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은 매우 세련되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연이 끝나고 생각하셨을텐데, 공연에 이용된 그래픽 맵핑(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영상을 무대에 맵핑하는 것)이 매우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중앙의 조형물이었는데, 잭더리퍼 때도 그렇고 뮤지컬 위대한쇼맨에서도 그렇고 중앙 조형물이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중앙 조형물을 둘러싼 테두리가 돌아가는 방식을 채택했다.(관련 사진이 없어서 답답하네...)
이 방식이 매우 영리했던게, 전체적인 조형부가 거대해 지면서 훨씬 더 웅장함을 자아낼 수 있었고, 그 거대한 조형물을 효과적으로 이동시키면서 더욱 다이나믹 한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돌려야 할 부분이 적어지면서 전력량 적인 면에서도 이득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말했듯이 조형부가 거대해지면서 그래픽 맵핑에도 이점이 생겼는데 화폭이 넓어졌다고 해야할까? 그러면서 영상미는 더욱 화려해진 것 같다.
아드리아나 (김금나)와 로레인(소냐)의 시원시원하고 명료한 노래
드라큘라(신성우)의 보컬이 다소 올드하다고 느낀 관객이라면,(임태경 배우나 엄기준, 켄의 보컬은 확인이 안 되어서...) 아드리아나와 로레인의 보컬을 들으며 그 위안을 받을 만 하다. 두 캐릭터의 매우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는데,(다른 여배우들의 보컬도 이와 비슷하리라고 판단) 특히 아드리아나 역의 김금나씨의 보컬 및 대사 톤은 뮤지컬 여자 주연 표준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명료하고 듣기 편했다. 이에 소냐의 보컬은 힘과 기교를 더했으니 로레인 역할에서는 몇번 소름이 돋을 정도의 노련함을 보여주어 감탄했다.
나쁜놈이 더 나쁜놈을 죽인다는 내용은 변함이 없다. 악인전인가?
몇가지 단점도 있었는데, 내용은 그렇다치고 물론 인간이 아니란 점도 그렇다 쳐도, 드라큘라가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이건 드라큘라니까 ㅎㅎ) 물론 "더 나쁜" 설정의 주교의 주변 인물들을 대부분 죽이긴 하지만, 요즘같은 때에 은유적인 표현이나 영상미를 가미하여 적적히 연출하면 어땠을까 싶지만, 기존의 오래된 스토리들이 대부분 이와 비슷해, 역시 어려운 문제인건 확실하다.
한전아트센터는 2층 이상은 배려하지 않는 공연장?
앞서 칭찬하지 못한 부분 중에, CG(도입부 2막시작 등에 쓰인 그래픽 애니메이션) 퀄리티에 대한 부분을 놓친것 같다. 도입부의 그래픽은 매우 훌륭했고 어색함이 없었으며(피가 관객을 향해 튀는 부분도 잘된것 같다.), 중간중간 박쥐가(뜬금없긴 하지만) 뭉쳐지는듯한 액션으로 드라큘라가 되었다가, 다시 드라큘라가 여러마리의 박쥐로 펼쳐지는 모습(이렇게 의도한것 맞죠?)은 훌륭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것 같다. 하지만 음향면에서는 한전아트센터의 음향시설이 마치 2층 이상은 크게 배려하지 않은 듯이, 조금 작게 들려서 의아했다. 하단, 상단 스피커외에 중단 스피커를 보강하면 어떨지?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못다한 이야기는 방송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