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형 Aug 05. 2018

그리스 영화 본 적 있니? 독재를 다룬 영화 <송곳니>

독재에 관한 우화이자 기호에 관한 이야기

<송곳니>는 최근 개봉한 <킬링 디어>를 제작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2009년 작품이다. 한국 사람에게 그리스는 이번 달 8일에 <맘마미아 2>로 돌아오는 맘마미아 시리즈의 배경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그리스 감독이 만든 그리스 영화는 낯설기만 하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을 수상한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 '송곳니' 포스터

포스터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영화는 흔히 독재에 관한 영화라고 하지만 '기호'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기호란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쓰이는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말한다. 넓은 마당에서 수영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눈에 안대를 두르고 있는 이 모습 또한 하나의 기호라면 이 기호를 보고 무얼 의미하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겉으로 봤을 때 이상할 것 전혀 없는 부모님 슬하에 넓은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살아가는 세 명의 아이들은 높은 담장을 기준으로 바깥세상과 철저히 분리된다. 아버지는 차를 타고 바깥으로 출근하여 외부 세계와 소통하지만 자식들에게는 부모들이 새로 의미를 부여한 단어를 교육시켜 자식들의 외부 소통을 차단한다.

집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는 부모에 의해 위협적인 존재로 설명되고, 고양이를 몰아내기 위해 아이들은 아버지의 주도하에 괴상한 행동을 따라 한다. 아버지란 권력자에 의해서 기호의 의미가 재생산되고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아이들은 일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상하게 받아들일 기호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아버지의 말은 그들의 세계에서 법이 된다.                                                                                                      

왼쪽에서부터 두 딸과 외부인인 크리스티나

하지만 아들의 성욕을 해결시켜주고자 고용한 외부인인 크리스티나를 통해 부모의 통제를 거치지 않은 자극들을 받게 된다. 크리스티나로부터 바깥세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 큰 딸은 비디오를 보고 사람들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란 개념을 알게 된다. 큰 딸은 조금씩 저택 안에서의 삶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고, 어머니가 아버지가 외출할 때 연락을 위해 사용하는 전화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부모에 대해 큰 저항감을 갖는다.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 아이들은 매년 똑같은 축하 공연을 한다. 아들은 기타를 치고 두 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춤을 춘다. 부모에 대한 저항감을 감출 수 없던 큰 딸은 혼자서 과격하게 춤을 추다 결국 쓰러지고 만다. 지속된 억압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기 마련인 걸까? 

영화 초반에서부터 부모는 계속해서 자식들에게 '송곳니'가 빠져야 집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제목인 '송곳니'는 탈출의 자격이다. 저택에 갇혀 생활하는 큰 딸에게 송곳니는 유일한 탈출의 방법이 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녀는 춤을 추다 쓰러진 후 화장실로 가 아령으로 자신의 송곳니를 내려치고, 담장 밖 아버지의 차 트렁크 속에 숨는다. 과연 그녀는 탈출에 성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 학교라는 공간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의 감독에 의해 운동장에 모여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을 들어야 했고 항상 열을 맞춰 서야 했다. 지시를 듣지 않으면 선생님들은 목소리를 높였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혼이 났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혼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출처: "아들아, 놀다 지치거든 쉬었다가 또  놀아라" - 오마이뉴스 모바일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고등학생 시절, 사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연애를 규제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저항감을 느끼고 규제를 무시하고 연애를 하기도 하였으나 이에 대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순히 어려서 잘 몰라서 선생님의 감독을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일까? 아직도 내가 사는 세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진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