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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Jul 27. 2023

프랑스식 인사 -  La bise (비쥬)

볼키스 몇번 해야하나요?

티비나 영화관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흔한 볼키스로 시작하는 인사를 말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고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La Bise 혹은 Bisou (비쥬)를 자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Faire la bise란 상대를 만나면 가까이 다가가서 볼을 대고 양 쪽 뺨에 번갈아가면서 쪽쪽 소리를 내면서 하는 인사이다. 지역에 따라서 비쥬의 횟수도 다르다.


비쥬 (볼키스)란 프랑스 관습이지만 불어를 쓰는 스위스 제네바에 와서 내가 처음 배우게 된 문화 중 하나다.


스위스는 총 3번, 프랑스는 지역에 따라 2번부터 5번까지 한다. 파리나 니스는 2번이 룰이고 코르시카는 5번까지도 한다고 한다.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비쥬를 몇 번 하는 것에 따라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만 한다고 한다.

비쥬를 몇번하느냐를 통해 표현한 프랑스 지도



처음에는 몸을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지, 오른쪽부터 볼을 갖다 데야하는지 왼쪽부터 해야 하는 건지, 소리는 얼마나 크게 아님 작게 내야 하는 건지, 생각해야 될게 한두 게가 아니었다. 그리고 볼을 닿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상대가 가까이 오기 전에 나는 먼저 악수로 손을 내밀면서 대신 인사를 한 적도 많다.


사실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악수가 중요하다. 트럼프가 세게 악수를 하면서 기선 제압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악수는 사실 무장해제, 서로 손에 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악수는 북미 문화에서는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나 직장 인터뷰를 보러 갔을 때 힘없는 악수는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그렇다고 너무 꽉 잡는 악수도 좋지 않다. 적당하게 firm 한 악수를 하는 것도 스킬이다. 그리고 또한 오히려 북미에서는 친한 친구들끼리는 만날 때나 헤어질 때 허그를 많이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나는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어색하다.어렸을 때도 세배하면서 절을 하면 어찌나 어색하던지. 손을 공손히 모으고 조심히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가 얌전히 일어나는 것은 비쥬보다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지금은 절을 하라고 시키면 무릎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 나는 것 때문에 민망해서 못할 거 같다.


프랑스식 인사 비쥬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하는데 처음 만난 남자끼리는 대부분 악수를 하고 여자면 비쥬를 하는 게 오히려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비쥬로 인사를 나눈다. 정말 친한 가족이나 친구끼리는 볼에 직접 뽀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에어키스로 한다. 볼을 대고 허공에다 쪽 소리만 내는것이다.

캐나다 총리 쥐스틴 트루도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비쥬

처음 만날 때도 비쥬로 시작하지만 헤어질 때도 비쥬로 끝낸다. 프랑스 가족모임을 하면 인사하는데만 처음에 몇 분이 걸린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다 비쥬를 하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 또 일어서서 그 사람과 비쥬를 한다.


“Ca va?”  

“쪽”

“Ca va, et toi?”

“쪽”

“Ca va bien” + 근황토크


이것의 무한 반복이다. 특히 가족들이 다 모이는 크리스마스 때는 인사만 최소 10분이다. 비쥬의 장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서로 아주 가까이서 인사를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하고 나면 더 가깝고 친밀해진 느낌이 든다.


오히려 프랑스 사람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인사가 있다면 반갑게 양옆으로 손을 흔드는 인사다. 내가 알기로는 너무 반갑게 손을 마구 흔들면서 인사하는 것은 잘 모르고 덜 배운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국사람들한테 태국식으로 손을 합장하고 인사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느끼는 그 어색한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에서 비쥬만큼 중요한 인사가 있다면 그건 어떤 상점에 들어가든지 무조건 “Bonjour” 하는 것이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등산을 하다가 서로 마주쳤을 때도 무조건 인사를 한다. 영어권에서의 “Hi, how are you?”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인사,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만큼 또 중요한 게 있을까 싶다. 나라마다 다양한 인사문화 - 그 나라의 인사문화를 이해하면 그 나라 사람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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