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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Jul 29. 2023

스위스, 그 만만치 않은 생활비

대신 프랑스로 장 보러 가요

스위스를 놀러 오시는 분들이 종종 묻는다.


“이렇게 비싼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요?”

”다 사는 방법이 있죠 “라고 말하기엔 기본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그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렌트이다.


최근 2023년 부동산 데이터 (realadvisor.ch를 참조) 보면 제네바 (중앙값) 월세는 2400프랑,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50만 원이다. 350만 원 월세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20-30평, 베드룸 1.5개 정도이다. 요즘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월세가격이 좀 더 올랐다.


내가 지금 혼자 살고 있는 제네바 시내의 19평짜리 3.5 pieces (1 베드룸, 1 거실, 1 화장실, 0.5 게스트화장실)도 월세만 2735 프랑이다. 물론 furnished이고 다른 건물에 비해 나름 새 건물이라서 평균보다 조금 더 비싼 편에 속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번 계약을 하면 가격을 쉽게 올리지는 않는다. 이 집에서 거의 5년을 살았는데 작년에 한번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월 35프랑 더 올린 거 빼고는 말이다. 월세가 이렇게 비싸면 집을 사는 건 어떠냐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스위스에서 집 사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루겠다. 알아보니 집사는건 어나더 레벨이었다.


이렇게 렌트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스위스 물가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기본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특히 제네바는 집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네바의 vacancy rate 은 평균 0.5%이니 거의 남는 집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어느 곳이라도 나왔다 하면 정말 순식간에 계약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스위스에 3대 마피아가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해준 적이 있다.

1. Regie 레지 (Real estate agency) - 부동산회사

2. Insurance company, 보험회사 - 스위스는 무조건 개인으로 보험회사에 건강보험을 들어야 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대부분 내주지 않는다. 가격은 미니멈 월 400프랑!!!

3.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처음 왔을 때는 학생으로 왔기에 학교기숙사에 살면서 1년 동안은 집을 구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기숙사도 한 달에 750프랑 (거의 백만 원) 정도 냈던 거 같다.

유엔에서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좀 더 쾌적한 곳으로 옮기려고 직접 발로 뛰면서 왜 Regie 가 3대 마피아 중 하나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스위스 특히 제네바의 렌트 시스템에 대해서도  더 자세하게 배우게 되었다.

흔히 보이는 제네바의 아파트 모습 - 대부분 30-40년 된건물들이다.


대부분의 집들은 집오너를 통해서 하지 않고 Regie를 통해서 렌트계약을 한다. 레지가 집오너한테 맡아서 수수료를 받으면서 세입자를 찾는 거부터 집을 고치는 거까지 레지가 다관리를 한다. 그래서 레지가 여기서는 갑이다. 스위스에서 집을 찾는 방법은 대충 이와 같다.


1. 주로 부동산 웹사이트나 페이스북에서 렌트로 나온 집을 찾는다.

2. 집을 보러 오고 싶은 사람이 많기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오픈하우스를 한다. 오픈 하우스를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달린다. 따로 내가 보고 싶은 시간에 약속을 잡는 것은 매우 힘들다.

3. Dossier라고 지원서 겸 구비서류들을 준비해서 가야한다. 집이 마음에 들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서류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서류들은 1) 월급 증명서, 2) 체류증, 3) 신용체크한 자료 가 기본이고 경쟁이 심하다 보니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구구절절 커버레터를 쓰는 사람도 있다.

4. 레지가 이 지원서류들을 검토해서 그 주인 기준에 부합하면 합격전화를 준다


계약이 성사가 되면 3개월치 렌트를 디파짓으로 내야 한다. 또한 우선 계약이 됐어도 스위스에서는 1일 아니면 15일만 입주가 가능한 날짜다. 예를 들어 오늘 계약했다고 내일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고 1일이나 15일에 맞춰서만 키를 받고 이사를 할 수 있다.


렌트할 집을 찾기 시작했을 때 그래도 한 3-4군데 정도 지원을 혼자 했는데 무엇 때문지 계속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방이 두 개인 곳을 지원을 하면 싱글보다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뽑히기도 했고 또 이유도 모른 채 연락을 못 받을 때도 있었다.


결국 현지 real estate agent를 고용해서 지금의 집을 찾았다. 에이전트랑 일하니 불어를 못하는 나를 대신에 내 PR을 레지들한테 했고 결국 7대 1이었던 경쟁률을 뚫고 지금의 나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내가 뽑힌? 이유는 집주인부부가 조용한 동양인 싱글여자를 선호해서라고 했다. 이럴 때는 동양여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다.

왼쪽 사진은 지원했지만  떨어진 올드타운에 위치한 건물 (오래된 집이라 라디에이터가 보인다) 오른쪽은 오픈 하우스때 가서 찍은 침실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렌트가 가장 큰 고정비용이고 나머지 비용들은 다행히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버스 타고 10분만 가면 되는 이웃나라 프랑스에 가서 장을 보면 된다.  훨씬 다양한 물건과 좋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fancy 혹은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장 보러 프랑스가요“, ”밥 먹으러 프랑스가요“ “옷 사러 밀라노가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또 스위스 안에서의 여행보다는 주변 국가로 여행하는것 훨씬 가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산과 호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제네바에서의 평화로운 삶, 하지만 그 비용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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