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issa Sep 02. 2023

국제기구에서 일할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오픈 마인드도 연습이 필요하다.


유엔 같은 큰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난다. 유엔의 회원국이 192국이라고 하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세계 각지에서 뽑혀온 분들이기에 국적과 배경이 다양하다.


지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출신 국가만 해도  몽골, 체코, 핀란드, 이집트, 페루, 칠레, 루마니아 등등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다. 오히려 같은 국적인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의 장점은 내가 그 나라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그 나라 소식과 문화, 역사를 그들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를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사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휴가 이후에 찾아온다. 유엔 직원들은 2년에 한 번 모국으로 유엔에서 휴가를 보내주는데 다들 휴가를 갔다 올 때면 각자의 모국에서 특산품을 사 와 선물로 주고받는다. 이번 여름휴가가 끝나고 나는 몽골 출신인 동료한테는 몽골산 실크로 만든 아름다운 스카프, 중국인 동료한테는 소뿔로 만든 마사지 주걱과 오일을, 그리고 체코인 동료한테는 체코의 전통과자를 선물로 받았다. 나의 미국인 보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캔디바를 한 명씩 돌렸다. 나같은 경우에는 선물이 항상 정해져 있다. 한국에 갔다 오면 마스크팩과 한국 화장품을 돌리고, 캐나다에 갔다 오면 메이플시럽 쿠키를 돌린다.  


내가 생각하는 유엔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직장동료라는 피상적인 틀을 벗어나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모국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일하기 때문에 다들 International Civil Servant라는 동질감을 서로 갖고 있기에, 직장동료 그 이상의 관계, 좋은 친구의 관계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랑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하지만 서로 문화가 다르기에 쉽지 않은 점들도 많다. 일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며 대화의 방식도 문화마다 다르기에 오해가 생길 여지도 크다. 그래서 각국의 문화의 특색을 미리 아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미권 사람들은 대부분 매우 friendly 하고 한번 친해지면 가족얘기부터 그 사람의 인생 일대기를 전부 알 수 있다. 그래서 일 관련해서 전화를 할 때는 우선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해야 한다. 최근 근황부터 가족 얘기까지 우선 기본 10분-20분 지나가고 그다음에 일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 바로 일얘기를 하면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슬라브 문화권 사람들은 얼굴에서 표정을 읽기가 쉽지 않다.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님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이 많다. 이쪽 문화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웃는 것은 멍청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속담 있을 정도로 웃음에는 인색하다. 하지만 막상 얘기해보면 따뜻한 사람들이다. 한 번은 얼굴만 아는 카자흐스탄 동료와 우연히 부엌에서 마주쳤는데 자신이 먹으려고 깎던 사과를 무심하게 나에게 먹으라고 먼저 주는 것이 아닌가. 츤데레 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말할 때 Blunt (직설적) 한 걸로 유명한데 어찌 보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나라 문화에서는 오히려 사실대로  말 안 하고 돌려 포장해서 말하는 것을 안 좋게 본다고 한다.




각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과 특성을 인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다른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럽에 살기 전까지는 ‘프랑스 사람은 일을 열심히 안 한다’ 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유엔에서 와서 내가 같이 일해 본 많은 사람 중 ‘정말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잘한다. 그분 팀에서 일하고 싶다 ‘고 느끼게 한 분이 바로 프랑스 출신이셨다.


이렇게 가끔씩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문화권 출신인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깨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사람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내 짧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섣부른 일반화나 고정관념이 나의 사고의 폭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자라온 환경에서 오는 공통적인 문화적 성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다 개개인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가끔은 간과하게 된다. 한 사람만 보고 그 나라 문화를 다 알듯이 결론지어 말하는 것도 오만인 거고, 그 나라 문화의 특성을 갖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기구에서 일할 때 오히려 가장 필요한 덕목은 오픈 마인드인 거 같다. 출신국가, 문화, 그리고 언어를 존중하되, 자신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더 한 차원 높은 유니버설 한 덕목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결국은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점검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하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