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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Sep 14. 2023

한여름밤의 오페라 in 베로나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 아이다

이태리 사람들의 오페라 사랑은 대단하다. 오페라의 종주국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페라의 대부분이 다 이태리 작곡가로부터 나온 걸 생각하면 당연하다. 로씨니, 푸치니, 베르디, 스카라티 등등 말이다. 또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악 용어들(피아노, 포르테, 크레셴도 등등)을 보면 왜 이태리어가 음악의 언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태리어의 모음은 다른 라틴어 파생 언어들과 다르게 콧소리를 내야 하는 모음이 없어서 노래를 부를 때 딱히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언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태리 사람들의 오페라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다.


회사 동료 이태리 분께서 내가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걸 알고는

”오페라 좋아해? 오페라 좋아하면 여름에 베로나에서 하는 오페라 페스티벌을 꼭 가봐.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하는데 정말 가볼 만 해. 가보면 후회 없을 거야. “

“오! 이태리에서 보는 오페라라니, 그것도 야외 아레나에서? 한번 알아볼게. 그라찌에 밀레!”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지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도시였다. 사실 내가 방문했던 이태리의 몇몇 도시들은 (San Remo, Palma, Bologna 등등) 제대로 관리가 안 돼서 그런지 도시가 많이 낙후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찌 보면 그것이 이태리의 정감 가는 매력이기에 베로나도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커다란 광장과 아레나, 그리고 잘 정돈된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은은한 조명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니 과히 사랑의 도시라고 불릴만했다.


왼쪿은 베로나 중앙 광장, 오른쪽은 오페라 공연장


이 로맨틱한 베로나라는 도시에서는 매년 7월과 8월에 로마시대 때 지어진 원형경기장에서 야외 오페라를 공연한다. 웬만한 유명한 오페라 공연은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등 매일 공연이 다르다.  ’라 트라비아타‘나 ‘카르멘’같이 좀 더 친숙한 오페라를 볼까 했지만 ‘아이다’ 같이 큰 공간이 필요한 공연은 꼭 야외공간에서 보아야 한다고 해서 ’아이다‘를 보기로 결정했다. 티켓가격은 자리 따라 천차만별인데 나는무대에서 가까운 사이드 쪽 좌석, 가격은 중간가격대로 예매했다. 다행히 우리가 예약한 자리는 무대 가까이에 위치한 사이드 쪽이라서 오페라글라스 없이도 자막이 나오는 전광판도 잘 보였고 무대 위의 주인공들의 표정도 생각보다 가깝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쿠션이 없는 좌석이어서 몇 시간 동안 앉아있기 쉽지 않았다는 것.. 다음에 가면 무조건 돈을 더 주더라고 쿠션이 있는 좌석에서 보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까지는 입장을 해야되서 부랴부랴 공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멋쟁이 분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계셨고 생각보다 혼잡하지는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여서 혹시라도 비가 와서 취소될까 노심초사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는데 다행히 너무 덥지도, 또 비가 오지도 않았다. 야외 공연이기에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비가 오면 티켓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지만 만약 공연이 시작되고 비가 오면 환불은 불가라고 했다.


아레나 사진 - 막상 들어가면 생각만큼 공간이 크지는 않다.

아레나에 들어가니 사람들의 고조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오페라 시작 전 프로세코 한잔 씩 사서 건배를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왼쪽 사진은 프로세코 한진씩 들고 건배, 오른쪽은 공연 시작 직전의 모습

관객 중 대부분은 이태리 사람이었으나, 그다음 많이 보이는 사람들은 이태리 다음으로 오페라가 발전한 독일어권쪽 사람들이였다. 안내 스피커에 나오는 언어도 이태리어, 독일어, 영어 순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작으로 오페라의 서막이 올랐다. 야외에서 하는 것이라서 음향이 실내 오페라 하우스에서 보는 것만큼 좋지는 않았으나 무대미술은 차원이 달랐다. 큰 아레나를 무대 삼아 설치한 거대한 조형물들과 널찍한 공간 사용 등등 오직 아레나에서만 가능한 스케일이 아니었나 싶다. 중간의 한번 인터미션을 포함해 거의 3시간이 좀 넘었던 오페라 공연이 끝이 나니 시간은 벌써 자정에 가까웠다.


이집트라는 배경을 모던하게 해석한 무대, 그 위에서의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아리아, 화려한 의상, 음악, 무용에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한 여름밤의 꿈같았던 베로나에서의 오페라였다.


강렬한 조명과 크고 웅장한 무대 - 아레나에서만 가능한게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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