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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Nov 01. 2023

생전부지 프랑스인들과의 5일간의 음악연주 -1

프랑스 시골에서의 음악캠프 - 준비 편


드디어 프랑스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뮤직캠프를 찾았다. 스위스를 오기 전까지는 미국이나 캐나다 안에서 매해 휴가로 아마추어 뮤직캠프를 갔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 오니 아마추어를 위한 음악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뒤져서 결국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Chamber music (실내악)을 운영하는 협회에서 주최하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뮤직캠프 혹은 뮤직페스티벌이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며칠동안 성인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한곳에 모여서 선생님들한테 레슨도 받고 같이 연주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무엇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지를 잊어버리고 온전히 음악 하는 학생이 되어 버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또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이 연습하고 연주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과히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캠프 마지막 날에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끝내고 나면 아마추어 연주자로서 해냈다는 뿌듯함과 또 연주자들끼리 음악으로 엮어진 없던 우정도 갖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챔버뮤직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미 그룹이 있는 사람들만 받는 경우도 대다수여서 내가 지금 그룹이 없는데 혹시 그룹을 짜줄 수 있겠냐 하고 말이다. 다행히 담당자가 다른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도 같이 연주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여 그렇게 피아노 트리오가 결성됐다.


우리는 프로그램 시작 몇 달 전에 이메일로 같이 연주할 음악을 정하고 각자 연습을 시작했다. 프랑스분들이라는 것만 알고, 얼굴도 나이도 연주 실력도 모르는 분들과 음악을 연주할 생각과 나의 미천한 불어실력 때문에 피해가 될까 겁이 나기도 했지만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은근 기대됐다.


우리가 선택한 곡은 Brahms Piano Trio No. 1 first movement.  도입부에 아름다운 첼로 솔로 파트가 있는데 그래서 첼리스트가 이 곡을 추천했던 거 같다. 브람스 음악은 항상 박자가 까다롭기에 박자에 약한 나는 ‘이거 또 쉽지 않겠구나’ 싶으면서도 아직 몇 달 준비기간이 있으니 미리 연습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예전에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열린 아마추어 챔버 뮤직 페스티벌을 참여했는데 거기서 브람스 스트링 색스텟 넘버 원을 연주하다가 크게 박자를 한번 놓쳐서 민폐를 끼친 적이 있기에 브람스만 하면 그 민망하고 부끄러운 기억이 강제 소환된다.  물론 같은 곡을 연주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 브람스를 잘 연주해서 그때 아픈 기억을 덮어 버려야지 하는 바람도 가졌다.


역시나 연습할 시간은 부족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캠프 가는 날이 다가왔다.


휴가 갈려고 하니 회사일은 왜 이리 바쁜지. Things always happen all at once.  회사 랩탑과 바이올린, 그리고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그렇게 나는 불안하고 들뜬 마음으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Gramat이라는 마을로 향했다.


왼쪽은 거실 한쪽에 자리잡은 뮤직스탠드. 오른쪽은 연습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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