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퀸스드림 Dec 21. 2021

젊은 친구들과의 관계로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읽어보렴.

지혜는 지식을 이기더라.


딸! 좋은 아침이야!

아침마다 엄마 따라나서기 힘들지? 그래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일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출근하는 관계로 아침마다 외가댁에 맡겨지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은 지금 한참 더 잘 시간일 텐데 눈만 겨우 뜨고 따라오는 네게 엄마는 늘 고마움을 느낀단다. 고마워. 딸!



오늘 엄마가 회사에 있으면서 새롭게 느끼는 게 있어서 딸과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서 편지를 쓴다.







30년 뒤라면 우리 딸도 회사에서는 중간 위치쯤 되었겠구나. 그때 일을 하고 있다면 말이야. 분면 너희 때에도 새롭게 세대를 구별하겠지? 엄마는 세대 구별을 X, Y, Z, MZ 등 굳이 구별해서 나눠봤자 서로 헐뜯기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단다. 경력단절이었을 때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엄마들만 만나기 때문에 굳이 세대 구별이 필요 없었거든. 오히려 더 잘 섞이면서 아이들 이야기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다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 세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향이라는 게 있더라. 요즘에는 MZ 세대라고 해서 그들을 정의하고, 그들의 특성을 논하는 책이나 방송 등이 많거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많이 팔리는 거 보면 MZ 세대들에게 당하는 (?) X세대들이 많은가 보더라. 하하하




엄마 회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몇 번 있었더랬지. 어린 사원이 상사한테 카톡으로 “왜 저한테 반말하세요?라는 말에 상사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건에 대해서 같은 동기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것이 일이 커져 결국에는 부서장에게까지 갔던 일도 있었단다. 엄마도 팩트만 듣고 앞뒤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엄마 세대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을 요즘 사람들은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MZ 세대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이 있었단다. 대부분이 고스펙자들이라 똑똑한 친구들이 많고, 자신들의 생각을 잘 말한다는 점이 엄마는 마음에 쏙 들더라.




이런 친구들과 부딪쳤던 한 상사가 있었단다. 의견이라는 게 똑같을 수는 없지. 무조건 상사의 말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친구들이 엄마가 보기에는 더 좋아 보였을 때도 있었단다. 하지만 그 순간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조마조마할 정도로 위태로웠던 건 사실이었단다. 결국 회의는 끝났지만 두 사람은 다른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더 이야기를 하더라.






나중에 그 상사분에게 뒷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분이 정말로 현명하시구나를 느꼈단다.


첫 번째로 그 상사분은 둘 다 개인감정이 아니라 회사일 때문에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셨기 때문에 그 사람(MZ)에게 개인감정이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 일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이지. 그리고 오히려 일하려고 반대의 목소리를 낸 그를 아주 높게 평가하더라. 엄마는 이 부분도 매우 좋게 본 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두 번째로는 그분이 판단하기에 지혜와 지식의 차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단다. 그는 (MZ)는 법적 대응으로 밀어붙였단다. 문제를 놓고 봤을 때, MZ처럼 “문제를 증명하세요. 못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 훨씬 더 간단하게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 하지만 상사는 일이라는 것이 법적 대응을 해서 칼로 무 썰듯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았던 거야.




짧게 봤다면 그렇게 해결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는 길게 봤단다. MZ의 말이 틀리다는 것도 알았고, 이제는 옛 생각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때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셨지. 그분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으셨단다. 어떤 결과를 냈든 간에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도 그 상사가 했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데 원래 딱 맞는 톱니라도 서로 맞물려서 돌릴 때는 삐거덕 거리는 게 당연한 것이지.”라고 쿨하게 말하는 그분의 생각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단다.







지식과 지혜가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결국 지혜 있는 사람이 양보하더라. 싸워서 둘 다 부스러질 바에 양보함으로써 하나라도 살리는 거지. 그리고 이번에 양보한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작은 일로서 양보했을 수도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바로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건 크게 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란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 거지.



지금 이기는 게 중요한 거 같지? 아니... 삶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더라.


어떤 사람은 100번 져주고 한 번 이기는데, 결국 크게 한번 이겨서 나머지 100번은 기억도 안 나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바로 앞에 일만 생각하지 말아라.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게 된다.



사회생활하면서 그런 사람 수없이 많이 봐왔단다. 눈앞의 이익만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사람들. 결국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




너도 언젠가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너보다 어린 친구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생길 거야. 그럴 때 똑같이 부딪치지 말고, 지혜를 발휘해 보렴. 부러지는 것보다 휘어지는 것이 현명하단다. 지혜는 지식을 이긴다는 것.




엄마가 오늘 봤던 그 상사처럼 너 또한 지혜롭게 어린 친구들과의 트러블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 이건 엄마가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단다. 엄마 또한 작은 인간이기에 눈앞에 이익에 연연해 할 때도 많고, 내 의견이 맞는다고 욱이는 경우도 많았단다. 엄마도 지혜롭게 나이 들고 싶구나.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




날씨가 많이 춥구나.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가지 네가 되길 바라며...


지혜롭게 나이 들고 싶은

엄마가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할 때 읽어보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