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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호에 맞는 May 06. 2020

3. 기획자로서의 첫걸음

지금은 사업전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획자로서의 첫걸음을 소개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왜, 그리고 어떻게 기획자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글이 기획자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분들 혹은 기획 커리어를 간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보려 합니다. 



기획? 그거 신입은 안 뽑을 걸?


기획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기획은 '판을 짜고 그 판 위에서 사람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특히 사업과 관련된 기획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업 기획은 어떤 사람들이 하며, 그 직무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배들 인터뷰를 통해 조사 했는데 그 결과는 조금 냉혹했습니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업 기획? 그거 신입 안 뽑을 걸?


선배들 생각으로는 사업 기획 직무는 아무래도 회사 돌아가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신입을 뽑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하다고도 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제 커리어는 시작도 전에 끝나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사업 기획은 다른 직무를 먼저 찍고 가야 하나...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어떡해


선배들과의 멘토링 후 잠시 기획이 아닌 재무, 회계나 인사 같이 신입을 비교적 많이 뽑는 직무로 눈을 돌렸었지만 뭔가 핏(Fit)이 맞지 않아 결국 다시 기획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취업 문이 좁은 직무를 선택했을 때 힘들어질 미래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내가 마음 가는 일을, 계속 생각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운이 따라주었는지  졸업 후 다양한 기획 직무를 거치며 내게 맞는 기획이 어떤 기획인지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작은 브랜드 기획과 서비스 기획


사업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이전에 브랜드 기획, 서비스 기획을 거쳤습니다. 먼저 스타트업의 브랜드 기획으로 기획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브랜드 기획은 회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그 정체성에 맞는 제품, 서비스, 마케팅 등의 전략을 짜고 이를 고객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이 정립되고 나면 한 동안은 SNS 마케팅이 업무의 대부분이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저 같은 경우 마케팅보다는 좀 더 사업과 직결된 기획을 하고 싶어 결국 브랜드 기획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기획은 통신사의 앱 서비스 기획이었습니다. 앱 서비스 기획은 좀 더 사업과 직결된 일이었고 나아가서는 어떤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어떻게 수익을 올릴지 고민하는, 즉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 일이었습니다. 브랜드 기획보다는 좀 더 가시적인 사업 전략을 기획하는 일이어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획보다 더 큰 단위인 회사 전체를 운영하는 기획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입은 거의 뽑지 않는다는 대기업 사업 기획 직무에 조금은 불확실했지만 지원했고 운 좋게 뽑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사업전략 기획


사업 기획 직무로 일하게 되자 왜 그때 선배들이 '신입은 안 뽑아'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실제로 사업 기획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있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직무인데 신입에게는 이 둘 다 어렵기 때문에 거의 뽑지 않습니다. 또 사업 기획은 크게는 전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서 미래에 어떤 모습을 갖출지, 어떤 회사와 손을 잡고 경쟁을 할지부터 작게는 세세한 마케팅 전략의 방향, 조직 구성 방안까지 고민해야 하니 저 같은 신입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한 발씩 내딛다 보면 어느덧 높이 올라있다


제 사업 기획자로서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습니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의 기획이다 보니 기술을 어느 정도 알아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데 천상 문과인 제게 기술을 익히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신입 + 문과'라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제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데 알려줘서 뭐해

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무시(?) 했는데 반박하며 화를 낼 수조차 없어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매거진 시작부터 '불시착' 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힘든 발검음도 한 걸음씩 옮기다 보니 어느덧 한참 올라와 있었습니다. 비록 정상까지는 끝도 없이 남았지만 그래도 '와 내가 이만큼이나 왔다고?' 할 정도로 높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일이 주어지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조금은 프레임이 잡히기도 하고, 기술 관련해서 소통하는 데에 전보다 어려움이 줄어든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자 자연히 '신입 + 문과'로 무시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 정복도 결국 한 걸음들의 합이야



지금까지 두 가지 기획을 거쳐 현재는 사업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업전략 기획자로서 첫걸음을 시작하기까지도, 그 첫걸음을 내딛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어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힘들 걸 알면서도 한 걸음씩 차곡차곡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낍니다. 전 이 뿌듯함을 양분으로 삼아 다시 좀 더 이 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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