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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자 Jul 16. 2018

데이트리퍼_죽음과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

그래픽 노블 01. 데이트리퍼

출처: 그래픽 노블 <데이트리퍼>


그래픽 노블 데이트리퍼의  작가는 브라질 출신의 쌍둥이 형제다. 브라질의 만화나 그래픽 노블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혀 접한 바가 없어, 브라질의 문화와 감성이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흥미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쌍둥이 형제라니, 하얀색과 화려한 색감이 대비된 인상적인 표지 이미지와 더해 여러모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출처: 그래픽 노블 <데이트리퍼>


주인공은 작가를 꿈꾸면서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는 기자이다. 그런 그의 인생을 작가는 여러 시간과 각도에서 변주해낸다. 그 안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그의 삶의 의미도 매번 바뀐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를 연출한 방식 역시 유니크하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래의 상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대체 내용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고 3번째 죽음이 나타나기 전까지도 이야기 구조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3번째로 주인공의 죽음이 나타난 이후에야 내가 지금 정말 재밌는 책을 잡았구나!라고 느끼면서 빠져들게 되었다. 그야말로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달려갔는데... 삶의 의미를 느끼는 순간과 죽음의 순간이 바로 맞닿아 있는 데이트리퍼의 연출. 출처: 그래픽 노블 <데이트리퍼>


작품 내에서는 한 주인공의 죽음이 여러 시간, 방식으로 변주된다. 나열되는 이야기는 모두 죽음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죽음 직전의 삶을 돋보이게 만든다. 사랑하게 된 여자를 발견하고 그 여자에게 돌아가는 순간의 교통사고로 죽는 에피소드, 오랜 친구를 믿고 그를 찾아갔음에도 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에피소드는 죽음이 어떻게 그 사람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너무 강한 사랑을 느껴서 죽은 사람 혹은 너무 친구를 믿어서 죽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는 부고 기사를 써서 한 사람의 죽음이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 죽음에 의미를 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주인공의 직업이 가진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출처: 그래픽 노블 <데이트리퍼>


그렇다고 데이트리퍼가 단순히 삶은 소중한 것이며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니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언제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그의 죽음은 청년기, 유아기, 노년기가 뒤죽박죽 되어 나타나며 마치 하나의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후반부에 반복적으로 꿈에서 깨는 에피소드는 삶과 죽음을 꿈에 비유하고자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끔 한다.


데이트리퍼라는 제목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매일 죽음과 꿈의 경계에서 하루하루를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가 아닐까.




이런 연출이 좋아
책을 펼친 단 몇 초도 안되어 주인공이 죽다니?! 왕좌의 게임이 스토리 작법에 일으킨 '주인공도 죽을 수 있다.' 만큼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 작법. 본격 '주인공이 죽는 게' 이야기인 스토리.
결국 죽을 것을 알면서도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그래도 이번엔 안 죽으면 안 될까 바라면서 가슴 졸이게 된다. 특히 후반부에 죽음과 꿈이 오가면서 빗발치는 장면의 리듬감은 영화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이미지가 좋아
수많은 죽음 뒤에, 어둠이 나타나고. 그 어둠의 끝에 아이가 탄생한다. 죽음의 이야기만 보다가 탄생의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니, 탄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 묵직한 메시지를 이미지나 글 없이 아닌 오직 빛의 연출로 표현해내다니.

근데 이런 건..?
죽음과 삶을 다루는 소재가 누군가에겐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볍고 유쾌한 오락물로서 그래픽 노블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다음을 위해 패스





데이트리퍼

글: 파비오 문 / 그림: 가브리엘 바
원제: Daytri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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