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또 탈이 났다.
작년 이맘때 처음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이 권하는 대로 한의원과 전문병원을 번갈아 다니며 침과 주사, 물리치료를 받았다. 효험이 있었다. 허벅지와 종아리를 짓누르는 통증이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로 동력을 만드는 인간의 바퀴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허리병이 나았다고 생각한 나는 열심히 동력을 만들어 걸었다. 여행과 운동을 병행하며 언제 아팠냐는 듯이 일상을 즐겼다. 오래오래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또다시 외과 전문의 앞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평소에 활동이 많으세요?"
"네, 매일 탁구와 헬스를 하지요"
의사 선생님께는 말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여행겸 운동을 하러 지방의 파크 골프장을 찾아다녔다. 최소한 매일 만보 이상을 걸으며 운동을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해짐을 느꼈으나 운동의 후유증쯤으로 알았다.
치료실의 시술대 위에 엎디었다
허리에 꽂은 주삿바늘을 통해 짜릿한 통증이 발끝까지 전해진다. 스테로이도는 치료제가 아니라 진정제인 듯 잔뜩 화가 난 허리를 달래주고 있을 뿐이다. 병원에 갈 때와 달리 돌아올 때는 허리의 통증이 조금은 약해졌다
"재발이 되면 곤란해요 운동을 줄이시고 쉬는 게 좋겠어요"
의사 선생님의 경고를 뒤로 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운동을 즐기는 동안 내 척추는 무한노동에 시달리며 "주인님 미워요"를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통증은 경고다. 쉬어달라는 부탁이다. 그동안 보살피지 못한 무심함에 대한 관심표현이다
이제야 내 몸의 머리카락 하나도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부탁할게 제발 재발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