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경험
D+27
남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열은 없는데 몸이 더운 건 왜일까,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니 작은 선풍기를 구입해 오라고 간호사가 말한다.
누운 채로 왼발을 세웠더니 혼자의 힘으로 지탱을 한다. 발병한 지 한 달 여만에 자신의 의지대로 힘이 주어진 건 오늘이 처음이다.
담당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염증수치가 내려가고
폐렴도 낫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준다.. 다음 주쯤에 일반병실로 옮겨 갈 것이라 한다.
남편은 이곳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면 곧바로 재활전문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남편처럼 병이 중한 상태의 환자는 지금 접수를 해도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는 대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재활이 늦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각자 알아서 준비를 해주니 무척 든든하다. 가족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D+28
이걸 못 해내면 나는 삼류다.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다. 꼭 해야만 한다.
석션카테타, 에어웨이, 흡인기, 석션라인, Thumb Port, Cheter suction, 멸균장갑착용 스페싱샌트랩, specimen tran,
난생처음 듣는 용어, 처음 보는 의료기구들의 이름이다, 떨린다. 심호흡을 해 본다.
일반 병실에 가면 간병인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목에서 가래를 뽑는(석션) 일이 제일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전문적인 의료행위를 일반인에게 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 가족들도 알아둬야 된다고 한다.
오늘은 난생처음 석션 연습을 하였다. 그것도 남편의 목에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설명하는 간호원의 말은 좀처럼 알아듣기 힘들었다. 타고난 기계치인 나는 석션 카테타를 쥐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5초에서 10초 이내의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저 망설이고만 있다.
그런 나를 남편이 눈으로 응원한다
"괜찮아해 봐"
석션 카테타를 남편의 절개한 기관지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보다 목이 얼마나 아플까 가 먼저 생각나서 조심스러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남편은 잘 참고 있다. 가래가 빠져나온다. 남편의 몸에 있는 불순물을 다 제거하고 싶어졌다.
콧줄을 통해 식사를 연결하고 주사기로 약을 투여하는 방법까지, 채 십 분도 안 되는 시간에 간호학교에서 가르치는 한 학기 수업의 양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서 한번 할까 말까 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나, 배워서 남줄 건 없다는 깡으로 배워 보지만 사실은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통해 복습을 했다. 뭐든 열심히 해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적성이 맞지 않은 일을 하려니 두렵고 떨리기만 한다.
딸아이에게서 아빠의 간병인을 구했다는 전화가 왔다. 가족처럼 잘해 줄 수 있을까?
간병인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되길 간절히 원했다.
* 드디어 일반병실로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