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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군 Oct 20. 2021

Let Him Go, 2020

사실 먼저 떠나간 사람이 더 오래 기억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두운 밤이다. 침대에는 손가락이 잘린 남편 조지가 누워있다. 남편의 손가락을 자른 건 재혼한 며느리의 남편과 그의 엄마, 삼촌, 형제들이었다. 아들이 죽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며느리에겐 손자가 있었고, 마거릿은 손자가 위험해 쳐했다는 것을 알고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며느리의 재혼한 남편 도니 위보이, 위보이家는 마을에서도 악명이 높은 집안이었다.


도니의 엄마 블랑쉬는 지금 살고 있는 마을로 이사와 가족들이 하나하나 죽을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버텨왔다고 한다. 버텼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양육방식이 옳다고 믿게 됐다. 명령에 복종하고, 강하게 키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안 사람을 건드리면 본 때를 보여줘서 다시는 건들지 못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자신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철칙으로 아들들을 키워왔다. 성인이 된 3명의 아들이 모두 그녀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 위보이 집안의 현실이자 악몽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마거릿과 조지는 손자와 며느리를 되찾아가겠다고 찾아왔고, 결국 손가락만 잃게 되었다. 그나마 긴 여행에서 피터라는 인디언 출신의 맘씨 좋은 사내를 만나게 된 것이 일말의 행운이었다. 남편이 절단된 손가락의 진통을 견디고 있을 때 마거릿은 피터와 대화를 나눈다.


8살 때 정부 사람들이 나를 트럭에 태웠죠. (…) 내 머리카락을 자르고 석유로 몸을 씻기고 날 때렸어요. 내 안에 있는 인디언을 죽이려고요. 성공한 것 같아요. 다시 집에 왔을 때 할머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죠. 할머니에게 난 이제 피터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했어요. 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해요. 전 여기가 편해요.

마거릿은 피터에게 좋은 곳을 골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혼자 있는 건 좋지 않다고 엄마의 마음으로 말한다. 피터와 대화를 끝내고 온 마거릿은 침대에 누워 있는 조지에게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말한다.


좋은 생각이 있어.
언젠 아니었나.
놀리기 전에 들어봐.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 있어.
말해 봐.


조지는 많이 지쳐있었고, 항상 마거릿이 하자는대로 해왔지만 이젠 그만 그(손자 그리고 아들)를 놓아주고 싶다.


여기 머물면 어때? 피터도 친구가 있으면 좋아할 거야. 여기가 우리 집이 되는 거지. 부엌에 방을 하나 만들거나 따로 집을 지어도 되고.
당신이 판자 잡아주면 내가 못질하고?

조지의 손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마거릿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 정도 불평을 토로한 게 전부였다.


끝까지 들어준다며?
끝까지 말한 거야. 당신이 모를 뿐이지. 이런 불모지에서 인디언과 길 잃은 말이랑 정말 살고 싶어? 그렇게 해서 뭐? 틈틈이 시내로 가서 지미(손자) 훔쳐보려고? 학교로 쫓아가고? 시간이 흘러 그 여자(블랑쉬)가 누그러져서 지미를 30초 이상 안게 해주길 기다리면서? 놈들이 다시 오면 어딘가 또 잘라내겠지. 아니면 당신을 잘라내든가. 완전히 망신창이가 될 때까지.

조지는 아내를 보호할 수 없었던, 자신이 너무 늙어버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화를 낸다. 다행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손가락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잃었을 것이다.


처음 걔를 안았을 때 내 품에 자리 잡았어. 꼭 파고들었다고. 깃털처럼 가벼웠고.
그만해 마거릿! 언제까지 자신을 괴롭힐 거야?
나도 노력했어. 미안해 조지. 나도 노력했다고.
알아


이게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였다. 잠시 후 조지는 마거릿 몰래 차를 몰고 손자와 며느리가 있는 위보이家로 향한다. 그는 자신이 모두를 구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인질 교환처럼 자신과 목숨을 바꾼다면 마거릿을 슬픔에서 구해줄 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다. 하지만 난 이 영화가 사랑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거릿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죽기 직전 자신이 탔던 말에게 귓속말을 속삭여준다. 조지에게도 그랬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중한 이들과 되도록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조지가 마거릿과 피터의 대화를 들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들과 손자를 모두 잃어버릴 그녀를 위해 그는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그래도 괜찮다. 그녀가 분명 죽어가는 자기를 발견한다면 추억을 이야기해줄 테니까.




감독&각본 토마스 베주차 / 배우 다이안 레인, 케빈 코스트너
작가의 이전글 The Piano,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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