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적는 것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다. 흰 페이지 위에 깜빡이는 커서. 거기에 글을 적어서 온라인 세상에 올리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누가 이 글을 읽고 싫어하면 어쩌지? 글에 적은 20년 전 걔가 이 글을 보게 되면 어쩌지? 누군가 이미 이런 말을 써서 내가 표절로 걸려 대중의 심판을 받으면 어쩌지? 온갖 걱정이 나를 페이지 밖으로 몰아냈다. 그렇게 나는 오프라인 세상에만 존재한채 온라인 세상을 기웃거리기만 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서운 온라인 세상,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눈을 딱 감고 한 자씩 적게 되었다. 아니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누군가의 글을 훔친 것이 아닌데 왜 벌벌 떨고 있어야 하는지 조금은 억울했다. 그래서 작게 시작하게 된게 책이 아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일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조금씩 올려도 좋아요의 갯수는 10명. 작을 수록 어쩐지 위안이 되는 것은 어쩌면 내겐 걱정과도 같은 일이 현실이 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독자 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발을 내딛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그림자에서 빛을 향해 나온 순간이다. 나는 얼마나 멀리, 오래 이 빛 아래에 있게 될까. 그런데 한 발을 내딛으니 그 다음 발도 앞으로 그 다음 발도 앞으로 내딛어 저 멀리로 도약하고 싶다. 마음은 그렇지만 나는 정말 도약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안정감이 있는 10명의 독자 블로그, 그 다음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토록 나의 목소리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