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야기>, 최연주
독립서점에서 그림이 그려진 책. 그림책? 동화책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는 '모 이야기' 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원래 동화 같은 유치한 것은 멋이 없다고 생각하여 구매가 신중한 편인 내게는 선택되지 못하곤 하는데, 주인공인 고양이 '모'의 생김새가 너무 귀여워 덜컥 구매해 나오게 되었다. (귀여운 것엔 쉽게 열리는 지갑 문이란....)
술술 읽혔던 모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주인공 고양이 모는 우연히 본 웃는 빛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도중 숲속의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친구들은 모두 마지막 인사와 함께 곰을 조심하라고 한다. 정말 무서운 동물이라며 곰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읽는 동안 모가 결국엔 곰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가 제발 곰을 만나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비오는 어느 낦 밤 덜컥 곰을 만나게 된다. 흐윽... 나의 귀여운 모... 어쩌지! 앞으로 모가 곰의 먹잇감이 될 것 같은 상상에 이건 동화책이 맞을까. 호러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곰은 놀라 자빠진 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젖은 낙엽을 띄어 바구니에 담았다. 곰은 비가 오는 날 젖은 낙엽을 주우러 나온 것이었다. 곰도 숲 속 친구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밤 중에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모는 곰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나도 곰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곰은 모에게 말한다.
'두려움이란 건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거야. 어두운 숲속 괴물같이 보이는 나무도 빛에 비춰 보면 그저 나뭇잎이 붙어 있을 뿐인 것처럼 말이야.'
모는 서로 이불을 공유하며, 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너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주아주 무서운 괴물일 거라고 두려워했'으니까.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단연 숲속의 곰 뿐만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걱정한다. 그래서 매번 무거운 가방에 짐을 한 가득 담는다. 만약에, 이럴 수도 있으니까. 만약에, 저럴 수도 있으니까.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내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어쩌면 나는 모가 숲속에서 만났던 부엉이, 곤줄박이, 청설모, 라쿤, 멧밭쥐, 순록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곰을 무서운 존재로 판단하고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나의 곰은 무엇일까.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두려운 존재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데. 애써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