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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Apr 20. 2023

맛동산이래요

고양이의 똥은 성인 손가락 정도의 모양과 길이다. 똥이 모래에 묻으면 그 모양이 마치 맛동산 같다. 오줌은 모래에 닿으면 굵고 둥근 모양으로 뭉쳐진다. 감자 모양이다.

그래서 고양이집사들은 화장실을 갈아줄 때 ‘맛동산과 감자를 수확한다’라고 표현한다. 

냥이를 키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표현을 접했을 때 나는 우리나라 집사들이 천재처럼 느껴졌다.

맛동산이나 감자까지는 생각해 낼 수 있겠으나. 그것을 수확한다고? 

화장실에서 변을 치우는 그 행위를 이렇게 창의적이고도 생산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이런 표현으로 인해 화장실을 치우면서 정말 감자와 맛동산이 생각나 더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스트레스가 확실히 덜하다.      

사람들이 누는 똥은 심지어 거름이나 에너지로도 활용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현장을 너무 무시하고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눈다' '싼다'에서 심지어 더 과격한 표현이 생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똥 때린다, 똥을 싸지른다. 싸재낀다.)

변을 누고 난 다음 뒤처리도 마찬가지. 가을철 수확을 연상케 하지는 않더라도 ‘물 내린다’에서 좀 더 발전적인 표현은 없는 걸까?

변을 누는 인간의 생존행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공모전을 반드시 열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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