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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사이

진술분석으로 보는 무고 사건 


2017년 하반기에 방영되었던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기억하시나요?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소속 검사로 정려원 배우(마이듬 역)와 윤현빈 배우(여진욱 역)가 열연한 드라마였지요.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정려원 씨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위드유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처음으로 드라마 자문을 맡았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실제 사건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과는 색달랐지요. 이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많은 사건 중에서 특히 ‘대리기사 성추행 사건(11화, 2017.11.13 방송)’이 기억에 남는데요, 제가 담당했던 한 사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11화에서 주인공 마이듬은 사표를 내고 잠적한지 3개월만에 변호사로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사무실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대리기사를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해서였지요.


고소인인 대리기사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사건 당시 자신은 콜을 받고 도착하여 운전석에 앉고 마이듬은 조수석에 앉았는데 갑자기 마이듬이 "잘생겼다"면서 허벅지를 쓰다듬고 귀에 바람을 불어 넣고 억지로 끌어안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마이듬은 그날 대리기사를 부른 것은 맞지만 차량 내부에서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대리기사와 마이듬은 대질신문을 하고, 이때 대리기사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혀지면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진술 때문에 대리기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일까요? 





바로 대리기사가 진술한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이듬 차량의 카시트는 그 구조상 빡빡한 조절 장치를 수동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등받이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대리기사의 진술대로 ‘지이잉’하고 내려갈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죠. 결국 대리기사는 당시 마이듬의 지갑을 훔치려다가 걸려서 성추행으로 둘러댔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실제 담당했던 사건과 유사한 사례였습니다. 본래 사건에서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20대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신 후,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차 안에서 강간시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상해까지 입게 되었다며 고소한 사건이었습니다. 



상기 이미지는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 신고가 되었고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어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와 피의자에 대해 진술분석을 실시하여 이를 보강증거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싶다는 담당검사님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 상 큰 흐름은 동일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셨고, 피의자가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공원에 잠시 들렀다는 것입니다. 단지, 공원에 가게 된 경위와 차 안에서의 에피소드 등, 범죄의 의도성과 추행 여부 및 강제성과 관련된 일부 진술에서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진술분석한 전체 내용을 언급할 수 없으니 앞서 소개해 드린 마이듬 변호사의 대리기사 성추행 사건과 유사한 내용 일부를 다뤄보겠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피의자가 자신이 앉은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힌 후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인지면담을 실시하자 다음과 같은 상세한 진술이 나왔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사건과 유사한 점 발견하셨나요?

드라마 속 마이듬 변호사의 차는 조수석 시트를 뒤로 기울이기 위해서 조절 장치를 빡빡하게 돌려야 하기 때문에 지이잉~ 하고 내려갈 수 없는 구조였다고 했었죠. 본 사건 속 피의자 소유의 차량은 버튼을 누르면 전동으로 천천히 내려가기 때문에 오히려 지이잉~ 하고 젖혀져 내려가고 등받이가 갑자기 뒤로 확 젖혀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이 외에도 피해자의 거짓 진술이 곳곳에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담당 검사님에게 추가로 확보된 진술내용과 함께 분석결과를 설명해드렸고 피의자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되었습니다. 




처음 소개드린 사건은 남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사건이었고, 두 번째는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사건 이었습니다. 이처럼 성별이나 신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는 무고한 시민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하였습니다. 또한 배우 이진욱 씨나 엄태웅 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던 피해자들은 허위 고소한 것이 밝혀져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분석한 수많은 성범죄사건들에서도 실제로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고소를 당해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피해자도 있었고, 발생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허위 고소로 인해 정말로 억울한 피의자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성범죄와 같이 물증이 부족하고 진술이 주요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누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느냐를 밝혀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진술분석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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