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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랭지배추 Dec 31. 2020

[우롱책 시리즈]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02

사람을 도와주는 디자인

도널드 노먼의 책은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아, 여러 개의 독후감으로 나누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여기에 돌아와 새롭게 이해한 바를 더해가겠다.


지난번에는 복잡함이 우리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복잡함을 다스릴 수 있도록 개념적 모델을 통해 원리와 구조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개념적 모델은 제품과 서비스의 복잡한 원리를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멘털 모델)으로 설명하는 방법인데,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사회적 기표를 이용해 사용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오늘은 인간, 즉 사용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AI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무리 지능적인 기계라고 해도 인간의 기준에 비하면 전혀 영리하지 않다. 기계는 현재 상태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즉, 기계는 예상을 벗어난 일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몇 년 전, iOS의 시리에게 "10분 뒤 자살하라고 알려줘."라는 명령을 했을 때의 반응이 언론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시리는 내장된 명령대로 자살 예정 알람을 설정했고, 이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위와 같은 시리의 반응이 언론의 조명을 받자, 애플 코리아는 시리의 대답을 개선했다


도널드 노먼은 이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을 디자이너의 중요한 자격 중 하나인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인식 부족에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하는 제품 /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 하에, 고객이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기계는 고객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모른 채 자살 알림을 예약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디자이너에게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도널드 노먼은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사회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사회적 기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그리고 기계를 다루는 규칙이 필요하다. 기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기술의 세계는 상당히 사회성이 떨어지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매너'이다. 그리고 제품에 지능, 예의, 공감능력, 이해심을 심어주는 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몫이다.



사회적 디자인을 위한 기표 01 : 간섭


기계가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이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간섭이다. 우리의 복잡한 삶에는 끊임없이 다른 일이 끼어든다. 그리고 간섭은 실수를 유발한다. 자신의 행동이 목표를 위해 어디쯤 도달했는지 잊어버리게 만든다. 기술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간섭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우리의 제품 /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받는 다양한 간섭을 통제할 수 없다면, 간섭받은 자리를 기억하게 할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다음웹툰의 이어 보기 기능이 그렇다


자동 위치 저장 기능은 사용자가 그 행동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 조금 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쉽고 빠르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디자이너는 아름답고 멋진 앞면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되어 우리의 고객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인 뒷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디자인을 위한 기표 02 : 희망선


도널드 노먼은 UC버클리 캠퍼스를 걷던 중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만들어놓은 길을 발견한다. 이런 길은 사람들의 바람이 설계자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표다. 사람들은 정원을 가로지르거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거려도 최대한 짧은 코스를 택해 빨리 지나가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 희망선에 담긴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희망선이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계획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곧 그 디자인이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있지 못한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의 행동에 짜증을 부리는 대신에 이런 반응을 유도한 자신의 사회성 부족을 반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보도나 길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망선


영국의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칼 마이힐(Carl Myhill)은 사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잘못된 시스템을 사용할 때 희망선과 비슷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발견했다. 마이힐은 사람들이 남기는 희망선이 디자인의 소중한 정보가 된다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사람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목적에 적합한 행동을 밀어붙여야 할 순간이 있다. 논의를 불러일으킬 목적의 예술작품이 그렇다.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막아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희망선은 진정한 선호도를 보여주는 좋은 기표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




2부작으로 끝내려 했던 우롱책 시리즈는 저의 이해 및 요약 능력 부족으로 더 길어지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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