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너를 만났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너무 당황스러웠던 나는 이런 어이없는 대사를 내뱉어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는 호주로 가서 살 생각까지 해놓고선 어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
아니 이건 호박을 발로 찬 정도가 아니라 깨버린 거 아니냐고!
내가 내뱉은 말을 나의 귀로 다시 들으며 나는 내가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이후로 그 뒤로 분위기가 냉각되거나 데이트가 마무리될까 무서웠다.
그냥 덥석 '나는 할 수 있어!'라고 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래도! 우리 아직 두 번 만났고 너는 곧 떠나고 나는 여기에 있는데!
갑자기? 그래도 나는 나름 지조 있고 신중한 코리안 유교걸이라고 (?)
는 개뿔
사실 조금 무서웠다.
쉽게 나를 떠났던 다른 남자들과 네가 크게 다르지 않을까 봐.
그래서 명확하게 정립된 관계보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관계로 있는 것이 너를 더 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의 데이트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뒤로 우리는 장거리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거리 연애를 해본 적이 있는지,
누구와 만났었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장거리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장거리 연애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는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오래 만나지도 못했고.
그는 나와 사귀고 싶어서 이 말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를 정리하려고 이런 말을 했던 것일까
이 남자는 우리의 관계를 어떤 무게로,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와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궁금증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