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스트라빈스키 불새
지난번 2월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를 보고 와선, 프로코피예프 2 번으로 예정되었던 어제 공연을 바로 예매했다. 예매 후 며칠 지나서 US 투어 레퍼토리가 라흐마니노프 2번으로 바뀌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찌감치 사길 잘했다. 어제 공연은 전석 매진되었다.
클래식 세계에서 가장 핫한 두 남자의 만남으로 만으로도 이미 화제였다. 18살의 임윤찬과 28살의 클라우스 메켈레. 게다가 나와 친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바로 전날 카네기홀에서의 오케스트라 드 파리의 Stravinsky 가 놀랄만했다고 알려주어 설레는 마음으로 보스턴으로 향했다. 보스턴을 향해 운전해 가는 동안 반 클라이번 임윤찬 실황을 들으며 내 마음이 연주회에 몰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 어제 공연 프로그램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프렐류드,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리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였다.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Klaus Makela와 임윤찬의 콜라보
슬림 하고 샤프한 지휘자가 드뷔시를 암보로 자신만만하게 지휘하네. 역시 프랑스 오케스트라라 드뷔시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곧이어 피아노가 중앙으로 옮겨지고 깔끔하게 헤어컷 한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가 시작되었다. 내가 앉은 자리 탓인지, 1악장에선 오케스트라가 더 강하다는 느낌으 많이 받았는데, 이는 지난번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BSO와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할 때는 밸런스가 더 좋았다. 피아노가 더 잘 살면서 융화도 잘 되었던 것 같았는데, 어제는 오픈 공간에 앉아서 그런지 1악장의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좀 묻히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곳에 앉아서 들었다면 다르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랬기 때문인지 임윤찬의 2악장이 그야말로 빛을 발했는데, 그 pp, p를 얼마나 간절하고 delicate 한 스페셜 한 음색을 나타내는지, 임윤찬이 아티스트는 아티스트구나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임윤찬과 클라우스 메켈레를 보니 꼭 BTS 같은 K-pop 아이돌들 같았다. 까만 수트를 입고 음악에 칼 각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 댄스 가수들과는 뒷모습이 매우 비슷했지만, 그들의 손끝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게 매우 크게 다른 점이었다, 특히 클라우스의 동작 하나하나는 카리스마 있고, 절제될 땐 절제되고ㅡ 폭발할 땐 폭발해, 음악을 쭉 끌고 가기도 하고, 과감히 손은 움직이지 않고 눈과 얼굴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배하기도 하고, 온전히 음악을 자기 것으로 만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나에게 그 둘의 콜라보의 절정은 2악장에서 클라우스의 왼손이 수줍으면서도 부드럽게 바이올린 파트를 invite 하고, 임윤찬의 왼손을 들어 올려 뒤집는 그 우아한 제스처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때였던 것 같다. 그 몸짓이 그저 의미 없는 몸짓이 아니라 처절하고 절절한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함을 온 청중이 알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케스트라 드 파리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넘실넘실 다 같이 절제된 춤을 서로 춰 큰 음악 안에서 다 같이 소리와 몸으로 영혼이 담긴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넘실넘실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는 음악적으로는 다이내믹을 작은 구절에서도 강세를 줬다 뺐다 하는 느낌을 설명하기도 하고, 연주자들의 몸의 움직임을 표현해 내기에 이만한 단어가 없었다.
2월 BSO 때는 오케스트라 악장이 솔로이스트처럼 움직여서 약간 임윤찬의 연주를 방해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와 완전히 반대였다.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단원들은 혼자 튀지 않고 단체로 같이 호흡하며 음악 안에서 온전히 솔로이스트가 빛나게 해주려는 한 방식이라 생각 든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3악장에서 클라이맥스에서 팀파니와 완전히 딱 맞는 타이밍이 아니었다는 점과 galop으로( 말달리는 것 같은 off beat의 연속) 빌드 업 해갈 때 그가 보여주었던 라흐마니노프 3번에서의 그 빌드 업보다는 약간 오케스트라랑 합이 되진 않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는 점인데, 큰 흐름으로 볼 때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앙코르는 쇼팽의 연습곡 Op.10 No.3(이별의 곡, Tristesse)였는데, 역시나 작은 소리에서 그만의 음색이 구구 절절히 잘 표현되어졌고, 페달의 쓰임이라든지, 배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피아니시모에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되었고, 보통의 연주자들이 쇼팽의 멜로디(주로 오른손의 주선율)를 잘 치는데 집중하는데 비해, 곡이 끝나기 전에 왼손 베이스에 반복되는 F 음을 역시 강조하는 임윤찬만의 해석으로 더 철학적이고 어른답고, 진중함을 더하는 연주가 되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유자 왕 Yuja Wang의 남자친구로도 알려진 Klaus Makela는 96년생. 고작 28살이다. 도대체 이 청년은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않고 이런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물론 임윤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예전에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브람스 콘체르토를 쳤을 땐가.. 애 늙은이 같다고 내가 표현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불새는 곡 자체가 그렇게 쓰였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 드 파리스가 너무나 화려한 곡 선정에, 정말이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다이내믹의 대비, 음색의 변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예비를 주는 그 큐 하나하나에서 그 긴 시간 집중을 잠시라도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화려한 톤과, 극적으로 표현해 내는, (원래 곡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 연주를 보고 뒤돌아보니, 그 대곡 라흐마니노프 2번이 스트라빈스키 전에 연주하기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두 청년의 앞으로의 20년뒤, 30년뒤 40년 뒤의 음악적 행보가 매우 기대되며,
내년 4월에 바하 골드베르그 변주곡으로로 카네기홀에 돌아올 임윤찬을 기다려 본다.
클라우스와 오케스트 드 파리가 DECCA에서 음반을 낸 정보는 아래를 클릭.
https://www.deccaclassics.com/en/catalogue/products/stravinsky-debussy-klaus-maekelae-13293
STRAVINSKY · DEBUSSY Klaus Mäkelä
STRAVINSKY · DEBUSSY Klaus Mäkelä
www.deccaclass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