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스물여덟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연재 시리즈 'Work & Vacation'을 통해 일과 휴식,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일하는 방식, 휴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뀐 해입니다.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그동안 변화했던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조정하는 회사 역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바꾸면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죠. 팬데믹이 가속화한 탈 사무실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렸고, 이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퇴사를 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당황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가 융합된 하이브리드 근무를 대안으로 검토하는 기업이 늘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앞으로 하이브리드 근무는 어떻게 될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모습들
하이브리드 근무는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와 사무실을 벗어나 일하는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이 혼합된 형태를 말합니다. 즉, 오프라인 근무와 온라인, 원격 재택근무가 결합된 형태이지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팬데믹 기간 중 코로나 확산, 격리, 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원격근무가 포함된 다양한 근무 양식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면이 있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에게 회사생활의 만족도와 업무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적용하는 회사 대부분에서 일주일 중에서 며칠은 사무실에서, 남은 며칠은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오프라인/온라인의 비중과 장소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사무실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부분적으로 원격근무(or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경우, 정해진 사무실 이외에 지점 혹은 분산된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원격근무를 함께 시행하는 경우(이 경우 분산 사무실로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 근무가 주를 이루고 일부 직원에 한해(업무상, 직책상 이유로) 사무실이나 현장에 나오는 경우와 전면적으로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예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협업과 소통이 사무실에서만큼 자유롭게 이어져야 한다는 점과 사무실을 대체할만한 워킹 스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아니면 근무자 스스로 이러한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 이러한 업무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기아, KT,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등의 기업들이 공유 오피스, 분산형 오피스를 운영하는 기업과 연계해 분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무거점을 늘리고 근무의 자율성과 근무지 선택의 폭을 늘리는 동시에 회사 바깥에서 일할 때 발생하는 느슨한 협업과 소통 문제, 업무 효율성 저하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구글, 애플, 트위터 등 해외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근무와 원격근무를 우선하는 형태나 전면 원격 근무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엔데믹에 따라 전면 사무실 출근으로 회사 정책을 변경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반대와 대규모 퇴직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고민하는 기업들
많은 직원들이 원하는 업무 방식임에도 회사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사무실 근무와 다른 곳에서 일할 때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아쉬운 점, 정확히 말하면 리모트 워크가 가져오는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통의 문제입니다. 무형의 요소이지만 이는 회사 생활, 운영에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서 일하며 생기는 문제도 있죠. 특히, 신입 직원이 사무실 근무 경험 없이 하이브리드 근무에 익숙해질 경우,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줌, 구글 미트 등 다양한 비대면 화상 회의 시스템이 있지만 회의실에서 미팅을 갖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죠. 협업 툴이 잘 갖춰져 있다 해도 텍스트로만 소통하다 보면 비언어적 요소에 따른 교감이 부족해지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동료들이 어색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죠. 관리자가 없는 상태에서 홀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은 업무에 소홀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다음으로는 장소의 문제입니다. 분산 사무실처럼 본사를 그대로 두면서 추가 사무실을 운영한다면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공유 오피스, 분산형 사무실 운영 기업과 연계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죠. 이런 시스템 없이 자율적으로 원격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의 경우, 근로자들이 어디서 일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사무실만 한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근로자 개인의 노력과 시간 역시 회사의 자원이 소모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끝으로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과 직책이 있는 반면, 현장직이나 공간관리, 연구 개발 부서, 고객 대면 부서 등은 사무실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직원들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근무 형태를 조정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단일 모델만으로 적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원격근무는 더 그렇죠.
이런 과정이 이어지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근무 형태를 보장받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과 직원들 사이의 긴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BBC는 '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실험서 얻은 여섯 가지 교훈'이라는 기사에서 "하이브리드 근무에 따른 사내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중략) 현재 사무실 노동자가 재택 근무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아직 해답은 없는 상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이에 원격근무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은 엔데믹 이후 전면 사무실 복귀 조치를 하거나, 협의를 통해 일부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원격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도입한 회사들 근무 일수를 바꾸거나 여러 가지 복지, 편의 사항 등을 고려해 세부사항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은 늘고 있다
여러 가지 명과 암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근무를 택하는 기업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장점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의 업무 환경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파도를 막기 힘들고 한번 흐르기 시작한 강줄기를 바꾸기 어렵듯이, 팬데믹 이전부터 늘어나던 리모트 워크, 원격근무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근무는 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회의적입니다. 회사의 사무실 복귀 지침에 애플의 머신러닝 팀 팀장과 같은 고급인재들이 해당 지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사직했고, 줄퇴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은 새로운 시대에서 일을 해나갈 MZ 세대가 선호는 업무 방식이기도 합니다. 미국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할 수 없다면 퇴사하겠다는 응답자를 세대별로 나누었을 때 약 절반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협업툴 기업 토스랩이 출간한 '일하는 방식의 재발견 리포트'에서도 무려 95%의 MZ세대 직장인들이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95%의 MZ세대 직장인들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근무가 업무 생산성을 향상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장인들은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긍정하는 이유로 출퇴근 시간의 단축, 대면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하락, 지역의 제한 없이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와 설문 조사 등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교수진은, 재택근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응집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생산성이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생각도 이와 비슷합니다. 2022년 5월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는 코로나 확산 이후, 재택근무를 했던 직장인의 현재 근무 형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가 완화된 이후 ‘사무실로 전 직원이 출근하는 형태로 돌아갔다’는 의견은 28.1%, ‘전 직원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은 9.2%인데 반해,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의견은 62.7%에 이르며 주를 이룬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70%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설문조사 관련, 기사 링크)
이처럼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오프라인 근무와 온라인 근무의 과도기를 겪은 기업, 직장인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라는 절충안을 통해 자율성과 효율성, 웰니스(Wellness)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형태로 발전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업무 방식 '하이브리드 근무', 일과 생활, 커리어를 영위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