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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변호사 Jul 15. 2021

예, 뭐 그럭저럭 지냈습니다만...

아니 무슨 자고 일어났더니 계절이 바껴




작년 막날, 방바닥을 구르며 "망할 코로나 법규!!! 법규라고!!!"만 중얼대다 눈물콧물 범벅으로 한껏 못생긴 채 잠든 모습이 아직 뇌리에 박혀있는데... 벌써 해가 바뀐지 여섯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하... 거참... 뭔 시간이 자고 일어나면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뀐다.


어렸을 때 간만에 만난 친척 아재들이 늘 풀어내는 레퍼토리 1번은 "이야 참 시간 빠르네."였고, 그 다음은 나를 보며 "니가 뭘 알겠냐 아직 10키론데, 우리 나이되면 인생이 막 50키로, 60키로로 달려."였고, 마무리는 "그러다 이제 고속도로 타고 100키로 밟으면 가는거지 뭐."라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식이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나이대와 인생 가속의 상관관계란 분명 삶의 경험에서 터득한 일종의 진리 같은 거지만 때가 되어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나는 다만 이 아저씨들의 핵노잼 드립에 과연 어떤 반응이 적절할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따라웃어야 할지 따위를 고민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을 따름이었다.


그랬던 시절이 지나고 나도 40키로로 달리게 되었다. 아주 빠르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스쿨존보다는 훨씬 빨리 간다. 굳이 애써 미간을 찌푸리지 않아도 슬며시 줄이 그어지고, 이따금씩 머리통 한구석에서 희끄무레한 파뿌리 두어 가닥이 삐쭉 솟는 통에 아놔 이걸 뽑을지 자를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만으로 치면 여전히 30키로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며 스스로 위안삼아 볼까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무 구차한거 같아서 포기했다. 


사실 어디가서 "에헴 저 불혹입니다."하는 부분은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은데, 철 없던 시절 그려보았던 불혹 아재의 '완성된 이미지'와 '현실의 나' 사이에 꽤나 괴리가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고요해야 할 불혹의 마음을 수시로 혹하게 한다. 그 옛날 꼬맹이의 세계관으론 이 나이쯤 되면 다들 어디선가 부장님 소리 들으며 저금도 많이 해놓고 아들딸 두서넛쯤 낳아 여유롭게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뒤늦게 현실을 바라보니 물론 또 내가 틀렸다.


그러니까, 사과나무 아래 드러누워 입을 와앙 벌리고 있어 본들 사과는 거저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재수로 사과 한 톨이 중력을 못이겨 꿈틀거리더라도 제때 정조준해서 받아먹을 능력과 노력이 없으면 사과가 중력을 거슬러 버리더라. 그래서 올해부터 큰 모험 하나를 시작했다.


에... 뭐... 쥐뿔도 없긴 하지만.


개업했다.


딱히 나 보고 찾아오는 고객님 없고, 내 주변엔 사고치는 사람도 없고, 다들 그냥저냥 무탈하게 안전제일로 사는 쓸모없 고마운 이들 뿐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일단 맨땅에 머리를 들이받아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 바닥에서 월급쟁이로 장수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고, 사실 나는 이 바닥 평균을 훌쩍 넘도록 장수 월급쟁이었다. 변호사란 결국 때가 되면 모두 극한의 자영업자가 되어야 하는 법이니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있는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그럴싸한 잡소리 한 번 제때 못쓰고 살았는데, 이제 일거리 생길 때까지 새로운 컨텐츠로 신박한 농지거리를 펼쳐볼 작정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B급, 비주류, 나이롱으로 살았더니 사람들이 내 생업에 자꾸만 의구심을 갖는 느낌이라... 레알 생계형자영업자가 된 김에 그저 낄낄대는 거 말고 뭐 좀 얻어갈 만한게 있는 엄.근.진. 썰도 좀 풀어보려 한다. 


원래 직장인 라이프는 8, 9할이 영업이다.


 



...라고 다짐하고 있는데, 우연한 기회로 방송국에 다녀왔다. 무려 음브스의 보이는 라디오 & 유튜브 지식교양채널!


일부러 뭐 준비할 거 없고 편하게 오시라길래 그다지 뭐 준비한 거 없이 쭐래쭐래 갔다가 한 세시간 동안 아무 말이나 잔뜩 쏟아내고 왔다. 분명 내 입인데 너무 아무 생각 없이 말하길래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생각이 없는 머리가 말했지만 소용 없었다. 



☆ MBC FM4U, '오후의발견 이지혜입니다' <지만추> 다시 듣기!!



☆ 유튜브, 'GO지식 : MBC 지식교양 채널' 보러 가기!!



아 참, 특별히 샵디님 초상을 요청받아서 나름대로 준비해갔는데 어째서인지 보는 사람 절반은 애써 외면하고, 절반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왜일까? 내 화풍은 극사실주의를 표방하는데...



[분노금지] 샵디님 팬입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진짜로 팬입니다. 샵디 이전에 그냥 샵일때부터 팬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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