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응민 Dec 23. 2020

[리뷰] 이말년 수필_침착한 수작(2)

콘텐츠 폭주의 시대, 침착한 수작은 빛난다

전편에 이어...


지난 글에서 작가 이말년과 스트리머 침착맨의 최근 행보를 살펴봤다. 여기에 <이말년 수필>을 재조명하는 데 지금이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언급했듯 전문 리뷰가 아닌 감상문 수준으로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리뷰] 이말년 수필_침착한 수작(1)


주된 목적은 현재 침튜브 시청자와 예비 침덕(침착맨 오타쿠) 가운데 <이말년 수필>을 접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를 소개하며 읽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편에 <이말년 수필> 업로드 페이지를 공유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말이 너무 많아요" : 콘텐츠 과잉의 시대


수렵채집사회 시기부터 이어진 휴식법이 있다. 바로 '멍때리기'다. 과거 인류는 사냥을 마치고 동굴에 돌아와 모닥불을 둘러싸고 멍하니 응시해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지금, 퇴근 후 TV를 시청하며 멍때리는 것. 오래 전부터 전승(?)된 최고의 휴식법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를 넘긴 가운데 전국민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며 멍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장기하와얼굴들, <TV를 봤네> MV 이미지컷


그러나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부작용도 드러난다.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며 '메시지 과잉'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것. 이는 단순히 콘텐츠를 선별해 시청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포털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언론매체를 통해 관련 내용이 노출되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스트리머의 가벼운 일상, 수다 방송이 인기를 얻고 있다.



'뼈 때리기'로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케의 만화. 손에 꼽는 훈수 만화의 정점. <도박묵시록 카이지>(좌), <최강전설 쿠로사와>(우)


만화도 다르지 않다. 장르적 특성을 불문하고 메시지를 앞세우는 경우, 독자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최근 완결작 <약속의 네버랜드>는 1부에서 찬사를 받았으나 2부에 들어서 주요 인물의 사상과 태도의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요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웹툰도 마찬가지다. <사채꾼 우시지마>, <지뢰진> 등 일본 만화에 제기되는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소위 '일상물'의 인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해 만화 창작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침착해라 펜!


한편 도제식 교육과 장인 정신은 더 이상 만화가의 필수 덕목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작이 <원펀맨>이다. 원작가 ONE이 <원펀맨>을 웹에 연재하며 호평을 받는 가운데 무라타 유스케가 관심을 보여 <원펀맨 리메이크>를 연재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ONE 또한 <모브사이코> 등 연재로 작품활동을 이어가 작화, 연출 등이 한층 개선됐다.



무라타 유스케 <원펀맨 리메이크>(좌) / ONE <원펀맨>(우)


이처럼 취미로 시작해 만화가로 전업하는 경우가 낯설지 않다. 국내 작가로는 <아만자>, <D.P 개의 날> 등을 그린 작가 김보통이 대표적이다.



만화가의 필수 덕목은 더 이상 '열혈'이 아닌 '공감'이다.


반면 작가 이말년은 프로다. 이말년이 마감에 자유롭고 한량처럼 연재를 이어간 것은 아니다. 만화가의 고충은 여전하다. 다만 이 한몸 바쳐 우주 대작을 선보인다는 마음가짐은 없다. 방송 등을 통해 '개그 만화' 작가로서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대신 공감과 재미를 극대화한 만화를 통해 독자의 애정을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만화 창작의 장벽이 낮아지고 주요 연재 플랫폼이 온라인 포털 등인 까닭에 야후 시절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프로 작가인 이말년에게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아이디어 구상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는 멀티 플레이어의 모습이다.


이처럴 장르적 한계 극복의 핵심인 이말년의 방송 활동 및 브랜드화, 그리고 독자의 피로감이 누적된 현 상황과 더불어 신진 작가 유입 속에서 <이말년 수필>의 의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더욱이 네이버에 연재한 <이말년씨리즈 2018> 중 가족, 일상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이를 뒷받침해 기존 만화 판도의 변화와 일상물 선호 현상에 힘을 보탠다.



그래서 <이말년 수필> 내용은?


<이말년 수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작가 이말년이 피키캐스트에 만화 연재를 시작한 경위를 다룬다. 총 24화 중 9화 분량이다. 2부는 10화부터 24화까지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부는 해당 에피소드와 관련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현장감을 더했다. 흔히 수필 또는 에세이는 논픽션으로 분류된다. 이에 개연성과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필, 에세이는 문학 장르 중 하나다. 작품의 기반이 되는 사건이 작가의 손을 거쳐 재구성된다. 그런데 1부는 관련 자료를 첨부해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1부의 도입부에서 연재 경위와 관련한 SNS 이미지컷을 첨부해 설득력을 더욱 높였다. 실제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있어 개연성을 강화한 것. 더욱이 SNS 구독을 통해 이말년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본 독자 입장에서 <이말년 수필>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적인 내용은 물론 '마구마구', '시공' 등에 게임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또한 9화에서 연재를 (술김에) 결정하게 되고 이와 관련해 구두계약 영상을 촬영한다. 이러한 영상 자료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했다.



출처 = 이말년_샤워가운 입고 구두 계약, 유튜브 채널 '만화가족'
레전드 영상 : 이말년_샤워가운 입고 구두 계약, 유튜브 영상 보기


이렇듯 1부는 연재 계약, 연락 회피, 태국 여행(사건), 연재 결정 순으로 이어진다. 다소 평이한 사건, 테마를 만화로 엮는 원동력은 이말년, 그 자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말년은 하나의 장르다!                                


1부의 구성은 흠 잡을 데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옴니버스 구성의 2부에는 큰 차별화 요소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말년 수필>이 아닌 <이말년씨리즈>에 엮어도 무방한 수준. 특히 14화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 기간과 피키캐스트 타깃을 고려해 내용을 구성한 점은 좋으나 '기안84', '분식점' 에피소드는 연관성이 떨어져 구성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인터넷 밈을 다룬 에피소드



프랜차이즈 분식점과 그 유명한 명대사 "명예로운 죽음"이 등장한 <패션왕> 영화 에피소드. 재미는 충분히 보장한다.


그럼에도 <이말년 수필>이 수작인 까닭은 작가 이말년의 태도가 일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장르적 특성을 떠나 그동안 이말년이 SNS, 방송 등을 통해 보여준 태도가 만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즉 이말년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재미는 물론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한 치의 꾸밈도 보이지 않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 언행일치, 그 자체!
이말년의 인생관. 단순한 개그 요소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말년 수필>, 좋은 수작이다!


구구절절 풀어낸 감상보다 직접 <이말년 수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백문이불여일견. 평소 이말년 또는 침착맨에 관심 있는 독자의 경우 가볍게, 그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다.


다만 총 24화 중 현재 14화까지 확인 가능한 작품을 기반으로 리뷰를 진행했다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필자는 리디북스에서 12화까지 대여한 기록이 있다)


아울러 <이말년 수필>에 대한 감상을 쓰는 과정에서 만화를 인용하고 콘텐츠 환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다소 섣부르게 주장을 펼쳤다. 이를 감안해주시길 바라고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알려주시면 바로 반영해 수정할 예정이다.


침튜브가 나날이 주목받으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 <이말년 수필>을 통해 만화가 이말년이 다시 한번 돌아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덧붙여 <이말년 수필>을 다시 한번 완전판으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  

작가의 이전글 [리뷰] 이말년 수필_침착한 수작(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