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 열두 번째 이야기 : 서울 보라매공원 출사일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보라매공원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운동장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공원 정자, 벤치 등 이용이 제한됐다. 그럼에도 지난달과 비교해 시설 제한을 제외하고 북적이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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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방역에서 출발해 보라매공원에 진입했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방금 전 경찰이 '5인 이상 집합금지'와 관련해 주의를 주고 떠난 모양이다. 각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신속히 지나쳤다. 공원 초입부터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여기, 보라매공원은 '공원', 그 이상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소위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리하여 주로 고령자 중심으로 정자, 벤치에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는 등 일상이 제한돼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팬데믹 상태임을 고려해 방역 수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코로나 블루'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해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원 곳곳에 이 점을 이해하고 대안적인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경험한 적 없는 이 시국에 '각자도생'이 절실하다. 외출, 모임 자제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부분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 블루'로 인해 주변에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원에서 모임을 가져도 무방한 건 오리뿐이다. 겨울을 맞아 한층 낮아진 수위에도 물장구를 치며 먹이를 찾고 있다. 주말에 날씨가 풀린 탓인지 활발하다.
오리에게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가금류 또한 고통받고 있다. 사람과 오리 모두에게 가혹한 연말이다. 이제 한 무리의 철새가 되어 따뜻한 곳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오리들. 내년에 건강하게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
앞서 밝혔듯 공원 곳곳이 북적였다. 개인적으로 보라매공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만큼, 사람을 피해 사진을 담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 특히 주요 시설의 사용이 제한돼 중앙광장의 트랙 등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됐다.
이처럼 방역 매뉴얼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아 순찰차가 돌아다니며 주의를 주고 있었다. 또 공원 이용객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탓에 단속을 경계했다. 특히 DSLR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는 녀석은 의심대상 1호였으리라.
주변 사람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5명 이상 모여 대화를 주고받던 어르신들도 자리를 떴다. 단속반으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외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홀로 출사도 버거운 연말이 닥쳐온 것이다.
볕도 잘 들지 않는 곳에 어린 학생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어 조심히 사진을 촬영했다. 크게 개의치 않은 듯, 책장을 계속해서 넘겼다. 야외 도서관을 세운 이래 처음 보는 풍경이다. 여기에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서에 집중하는 어린 학생을 보니 존경스러웠다.
한겨울에도 공원 내 편의점에 각종 풍선과 장난감이 진열되어 있다. 가족이 오가며 풍선과 장난감을 손에 들고 광장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내년 봄에는 좀 더 활기를 띌 수 있기를 바랐다.
겨울해가 저물고, 찬 바람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사람들은 여전히 공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는 주말, 아쉬움이 남는 것처럼 보였다. 기상예보를 보니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도 있고 미세먼지도 극성일 예정이다. 야외 활동의 소중함이 와닿는 연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주말. 본의 아니게 단속반으로 오해 받아 출사를 다소 일찍 마무리했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산책 겸 출사를 나왔기 때문에 오래 머무를 계획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기침 한번에 주목을 받고 DSLR 카메라를 들고 있어 단속반으로 오해 받는 이 시국의 끝이 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