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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Feb 06. 2023

육아 그림일기 쓰길 정말 잘했어

내가 브런치를 잠시 쉬며 해온 것

브런치에서 푸시 알림을 받고 있다. 120일 동안 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내용을 받았었고 최근에는 150일 동안 보지 못했다는  자동발송 알림을 또 받았다. 이심전심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나도 참 아쉽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르다니.

현재 인스타그램에 나의 삼 남매에 대한 육아일기를 쓰다 보니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으니 직장생활, 육아, 집안일 등을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인지라 당분간은 인스타그램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었다. 이쯤에서, 많지는 않겠지만 이 글을 보시게 되는 분들에게 소개를 하자면 나의 그림일기 인스타그램 링크를 소개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https://instagram.com/young_ajossi?igshid=ZDdkNTZiNTM=

이런 포맷으로 올리고 있다



브런치 vs 인스타그램

아내가 셋째를 임신하면서 브런치를 쓰기 시작했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남기는 것이 좋은 유산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한참을 열심히 쓰던 중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때로는 아주 짧고 가벼운 이벤트를 남기고 싶었다. 예를 들자면 아이가 걷기 시작하거나, 옹알이를 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귀여운 일들 말이다. '이런 일들이 있었고, 너무 웃겼다.' 정도로 기록을 툭툭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에 비해 브런치에는 긴 스토리와 육아에 대한 사색을 남겨왔었다. 나는 쓰고 있던 브런치글의 이런 구성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단순한 이벤트에 대해 브런치에 쓰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벤트에 살을 덧붙여서 브런치에 쓰던 글 구성을 맞추거나, 다른 포맷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전자는 확실히 글을 뽑아내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간다. 그래서 후자를 고민했었는데 그러자면 브런치보다 더 적합한 채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그림을 한 조각 그려 넣겠다는 계획이 있었어서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스타그램에 집중을 한 지 100일이 넘어갔고 포스팅의 수는 70개를 넘었다.


나는 왜 그림일기를 그리는 거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되는 시간에 굳이 포스팅을 하게 되는 동기는 무엇일까?

첫째로 SNS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브런치를 쓰다 보니 내 포스팅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남기는 이 행위가 오래 지속되었을 때,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나 또는 가족의 사진이나 정보가 노출되는 개인 계정으로는 사이버 세상에서의 소통이라는 행위들이 많이 꺼려졌다. 실제 육신의 세상에서도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갑자기 말을 걸거나 따봉이나 손하트를 갑자기 날리지 않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의 연장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그림일기 계정은 나의 부캐이다. 훨씬 부담 없이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온라인 세계의 소통방식이다.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이라는 것을 부정적인 성격으로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그 순기능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나처럼 육아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맥락 없이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를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미 유명하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역시 세상의 그 무엇도 절대적인 선이나 악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돈이나 칼처럼 말이다. SNS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사실 동기의 우선순위로 치면 이게 첫 번째 일 텐데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사람인지라 무언가를 하게 되면 성과를 남기고 싶어 한다. SNS에서의 가장 직관적 성과라고 하면 팔로워이다. 전혀 신경을 안 쓴다고 하면 거짓이다. 그것에 집착하게 될까 봐 아예 시작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우리 가족만을 위한 작은 책 정도는 남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100일 정도 기간 동안 남겨진 포스팅을 보면 마음이 벌써 뿌듯하다. 그만 둘 생각은 지금 전혀 없지만, 만약 지금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이미 남겨버린 포스팅만으로도 나의 육아의 유산이 확보된 것 같다. 이 포스팅들이 내 아이들이 컸을 때 대화의 소재가 될 것이고, 사진과는 또 다른 맛의 내가 육아를 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 보물로 남았다.

아이들도 나의 일기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이미 아이들과의 좋은 소통의 재료가 되어주고 있다.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첫째 아이이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기에 동생들에 비해 내 마음대로 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실제로도 그림일기에 비중이 적은 편이다. 포스팅을 하는 것을 딸이 알게 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본인 얘기로 그려서 올리는 것에 대해 물어봤더니 고맙게도 더 올려도 좋다고 얘기해 주었다. 무엇을 그릴지 추천도 해준다.

마지막은 꾸준함의 힘을 발견하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어느덧 200명을 넘었다. 더 적은 포스팅으로 더 많은 팔로워를 달성한 계정도 많다. 팔로워 수를 신경은 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팔로워 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억지스러운 전략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꽤나 청정한 팔로워들이 나의 포스팅을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잔잔한 꾸준함보다는 열정과 몰아서 하기가 내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방식이었다. 그 세월이 30년이 넘은 것 같다. 문제는 그 방식에 비해 무언가를 제대로 성취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시작할 때 다짐만 거창하고 그에 비해 끈기 있게 완수한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에 남는 것은 자책이었다. 긴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이 꾸준함의 힘이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고 작은 시간의 조각을 덜어내어 딱 그 시간만큼만 꾸준히 그림일기를 쓰기로 정했다. 그렇게 지나온 약 100일간의 시간은 뒤돌아보니 꽤나 반짝반짝했다. 앞으로도 그려질 그림일기들을 나 스스로 벌써 기대한다.



마치며

브런치 글을 쓰지 않은지 150일을 넘겨 다시 글을 써보니 이 또한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나의 계획을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수를 도달하면 브런치에 시간을 분배시켜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림일기를 쓰길 잘했다고. 결단을 내리고 꾸준히 해주어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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