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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신 Dec 01. 2024

면목동

나는 3년전 면목동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지금의 현실이 만나는 특별한 곳이다.


어릴 적, 외삼촌은 면목동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다. 가게 앞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뚝뚝한 외삼촌의 모습은 늘 기억에 남아 있다. 손님들 앞에서는 늘 퉁명스러웠지만, 내게만큼은 츤데레 같은 따뜻함을 숨기지 못하셨다. 어린 내가 시장에서 뛰어다니다가 배가 고프다고 투정을 부리면, 외삼촌은 아무 말 없이 손수 만든 따끈한 어묵을 건네주셨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먹고 있어라.” 그 말 속에 담긴 사랑을 그때는 다 알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외삼촌의 방식이었다. 면목동의 시장 골목은 내게 그런 정이 서려 있는 곳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어 부모님집에서 독립하여 작은 전셋집을 마련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전세 사기를 당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한순간에 살 곳을 잃고, 다시 시작할 돈도 없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만이 남았다. 그러다 우연히 면목동에 있는 작은 전셋집을 알게 되었다. 가격은 내가 가진 돈으로 딱 맞았고, 집주인도 너무나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이 집에서 마음 편히 살아보세요.” 그 말은 마치 한때 외삼촌이 내게 건넸던 따스한 어묵 한 그릇 같은 위로였다.


면목동은 나에게 단순한 동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릴 적 외삼촌의 사랑이 남아 있는 시장의 풍경과, 삶의 위기 속에서 한 자리를 내어준 집이 있는 이곳은 내게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다. 추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나는 다시금 삶을 시작한다.


이제 면목동의 하늘 아래서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익숙한 시장 냄새를 맡으며 지금은 돌아가신 외삼촌을 떠올리고, 조용한 집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이곳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준, 추억과 희망의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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