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부러웠던 날
까치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새벽의 고요를 깨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집은 까치산 산책로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내가 독립한 뒤 세 번째로 머무는 공간이다. 모기는 늦가을까지 나를 귀찮게 하지만, 아침마다 산새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은 묘한 평화를 준다. 첫 독립 후 역세권의 복잡한 집을 떠나 부모님 댁과 가까운 까치산 주변으로 이사 온 일이, 지금 돌이켜보면 꽤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 집을 처음 찾았을 땐 기대도 없었다. 두 번째 집에서 억지로 떠나야 했던 이유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의외로 넓고 따뜻했다. 벽지에 습기가 차지도 않고, 방음도 적당히 되어 괜찮은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까치산 산책로가 바로 옆에 있어, 이곳을 따라 걸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루틴이 금세 자리 잡았다.
까치산은 내 어린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구슬 놀이를 하던 그 놀이터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까치밥으로 남은 감을 보고 친구들과 웃음지으며 뛰놀던 그때를 떠올리면, 이 동네에 돌아온 일이 마치 숙명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집주인의 채무 문제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했지만 현실이었다. 관리비가 밀리면서 건물은 쓰레기로 넘쳐났고, 공용 전기가 끊기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나는 주민들을 모아 임차인 대책 모임을 조직했다. 주차장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을 털어놓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어떤 이는 소송을 시작했고, 어떤 이는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경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법률 상담도 받았다.
마침내 내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는 날이 찾아왔다. 2년 6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나는 새로운 집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이제는 까치산이 내려다보이는 세 번째 집에서 빨래를 널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산의 까치들은 여전히 분주히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인간에게도 안정적인 집이란 참 중요한 존재인데, 그것이 보장되지 않을 때 느껴지는 막막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구나.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또 성장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까치밥으로 남겨진 감처럼, 삶 속의 작은 여유와 배려가 우리 사회의 안전망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까치산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또 한 번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내일의 작은 희망과 오늘의 감사함을 품고, 그렇게 앞으로도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