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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목 Feb 21. 2020

에~이 이게 뭐람...

저는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면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대의원이 되는 임명장을 받아야 합니다. 대표이사님이 임명장을 수료하면서 악수를 할 테고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 그리곤 당연히 대의원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과 포부를 말해야겠지요. 머릿속에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하고 뇌세포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차례는 앞으로 세 번이나 아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더 빨리 제 차례가 돌아올 듯했습니다. 원래 말을 잘 못하는 성격에 더군다나 50명도 넘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제 심장을 더욱 빨리 뛰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할 말들을 몇 번이고 연습했습니다. 아마 옆에서 제 모습을 보면 무의식 중에 입술이 조곤조곤 움직일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대의원 임명장 수료가 있겠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제 이름을 호명하는 그 순간까지도 저는 무슨 말을 해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줄까 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습니다.

"대의원 임명장. 귀하를.... 어쩌고 저쩌고.. 대의원으로 임명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대표이사님이 임명장을 건네주고는 "열심히 해봅세"악수를 청했습니다. 이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자... 이제 준비한 말들로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차례가 온 것입니다. 마지막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이크를 받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대의원님은 자리고 돌어가 주시고 다음 순서 진행하겠습니다."

에~이... 이게 뭐람! 이 기분이란 비올 줄 알고 우산을 챙겼는데 비가 안 오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월요일인 줄 알고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뭐랄까... 짝사랑하던 사람이 어는 순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안도의 한숨 조금,  아쉬운 한숨 조금, 황당한 한숨 조금, 그리고 부끄러운 한숨 조금이 마구 섞여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만 이런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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