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는 편이 더 편합니다.
주부 건망증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다. 리모컨을 냉장고 안에 넣는 다던지, 전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찾는다던지,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흔히 주부 건망증이라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치료법이나 예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 주제이기도 하다. 바로 건망증이라는 것인데 마냥 웃으며 넘길 문제도 아니며 슬프게만 볼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병원 의사에게 찾아갈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항간에서는 디지털치매 혹은 알콜성치매와 더불어 영츠하이머가 화잿거리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21세기의 청년들은 이른바 '청년 건망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리모컨을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전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찾는 것보다 더 증상이 심했고, 훨씬 더 무서우며 아직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에게 접근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해야 하는 사회를 비판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청년)는 강요받는 사회를 벗어나 어느새 협박받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빨리빨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글을 깨우치기를 협박받았고, 앞으로 살아갈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과목들을 암기하라는 협박을 받았고, 하고 싶은 공부보다는, 가고 싶은 대학보다는 자신의 성적에 맞게 대학진학을 협박받았으며 취직 또한 무수한 협박들 속에서 내 의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혀용되지 않았다. 협박은 이 뿐이었을까. 결국에는 내가 나로 바로 설 수 있음은 또 다른 협박자(가해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를 협박당했다.
사회는, 세상은 너무도 모순적인 어페들이 넘치고 넘쳐났다. 잘난 사람이 되라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무수한 협박을 해대며 조기교육, 학교교육, 학원교육, 교육이라는 모든 교육들로 뛰놀아야할 아이들을 책상에 앉혔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스마트폰이며, PC방, 노래방 무수한 오락거리들로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서 누군들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를 좋아라 할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살아가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했으며 남들처럼 하지않으면, 시키는대로 하지않으면 행여 거리에 쫒겨나기라도 하는 듯이, 당장이라도 밥을 굶어야 하는 듯이 우리는 꾸역꾸역 협박의 올가미속으로 걸어가야 했다.
알고 있는 것보단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편했으리라... 일정 알림은 휴대폰이 알아서 해주는 시대이기도 하니깐. 하긴 빛의 속도로 어머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머릿속에 암기하기란 키로바이트(KB) 짜리 메모리에 기가바이트(GA)를 꾸겨 넣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지. 1 더하기 1이 2라는 정답을 암기하기보다는 두 손가락을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요즘 시대엔 더 우수한 사람인 것 같다. 선생님의 말을 듣는 것보다 검색 엔진을 켜는 것이 더 빠를 테니깐 말이다.
'청년건망증'은 이렇게 탄생한 듯 싶다. 모든 것에 지칠대로 지쳐버리고, 걸릴대로 걸린 우리의 뇌의 과부하가 만들어낸 생존의 법칙이랄까...
원컨대 나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들이나 아름다운 꽃의 향긋한 내음, 사랑스러운 사람의 목소리, 얼굴은 언제까지나 휴대폰 속이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저장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마음속엔 언제나 그 아름다움을 저장할 저장소가 넉넉하기를 바란다.
제발이지...가난해도 좋으니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