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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옹 Aug 28. 2018

여행수필 29 -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오금 저리던 스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태풍이 되어 돌아온다.

심옹의 여행수필 29편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스카치테이프때문이었습니다.. 떨어진 곳, 벌어진 곳을 야무지게 이어주는 스카치테이프. 하지만 전 그날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었습니다. 한줄의 스카치테이프가 60분동안 인천공항에서 진땀나는 스릴을 안겨줄줄이야, 그때는 진정 몰랐습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천공항.. 이날은 여름휴가로 오사카를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늘 그렇듯 3시간전에 도착한 인천공항. 이날 이용한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 짐을 맡기고 보딩패스를 받고 라운지에서 좀 쉬었다가 비행기 출발 1시간정도를 남겨두고는 출입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간단히 소지품검사를 하고 출국심사대에 섰습니다. 이때까지는 너무나도 여유로운 여행의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출국심사를 하시던 심사원께서 제 여권을 보시더니 고개를 갸우뚱, 그리고는 질문 하나를 던지십니다


심사원 : 여권 혹시 이어붙이셨어요?

나 : 네?

심사원 : 여권 첫장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이신 것 같은데요.

나 : 네, 제가 어제 여권확인하다가 첫장이 떨어질랑 말랑해서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는데요.

심사원 : 흠, 출국은 가능한데, 일본에서 입국하실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 : 네? 어차피 본인확인도 되고, 제가 제 여권가지고 들어가는데, 그거 좀 이어붙였다고 문제가 되나요?

심사원 : 네, 여권이라는게 절대로 이어붙이거나 손을 대면 안되거든요.


[오사카로 가기 전날 여권을 챙기다가 사진이 있는 첫장이 왼쪽 1cm가량 남겨두고 여권과 분리직전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아예 떼버리고 스카치테이프로 다시 붙이는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던 겁니다. 이때만해도 10년동안 해외에 3~4번정도 나갔나, 그리 많이 다니지도 않았으면 여권을 방치하다보니 마치 수십년된 여권처럼.] 


어쨌든, 심사원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그냥 출국할 강심장이 있을까요? 일본에 가면 입국거부당할수도 있다는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되냐니까, 여권을 다시 발급받아야한답니다. 


네? 어디서, 1시간안에 여권을 다시 만든단 말입니까? 그리고 비행기 출발시간이 1시간인데, 최소한 20분전까지는 탑승해야되는데, 그러면 결국 40분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 짧은 시간에 여권을 당췌 어디서 만든단 말입니까? 갑자기 출국심사원이 다른 직원분을 부르시더니 저에게 맡기십니다. 그 직원분, 인천공항내에 여권발급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함께 간 동료들을 먼저 일단 보내고 저는 다시 공항로비로 나와 인천공항내 여권발급하는 사무실로 빛의 속도로 뛰었습니다.


나 : 여권발급할 수 있나요? 뭐뭐 필요하죠?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사무실 직원 : 사진한장하고 수수료 내셔야되구요. 1시간정도 걸립니다.

나 : 네? 저, 비행기가 1시간후에 출발하거든요. 좀더 빨리 안되나요?

사무실 직원 : 1시간정도 걸립니다.

나 : 좀 더 빨리 안되나요? 이 비행기 놓치면 안되요. 같이 가는 사람도 있구요.

사무실 직원 : 1시간후에 오세요. 


그 사무실 직원은 답답한게 전혀 없다는 말투로 1시간후에 오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1시간후에 비행기 출발하는데 1시간걸리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뭔 순간 이동이라도 해서 항공기출발터미널까지 가라는 말인가? 정말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무실직원의 발언도 이해는 갑니다. 왜냐하면 긴급여권발행을 저만 하는게 아니더군요. 각 사람들 편의를 봐줄 수도 없고, 보장했다가 안나오면 자기들 욕만 먹을테니 어쩔 수 없죠. 저 말고도 여권만료된 것을 공항에 와서 뒤늦게 알고 발급받으시는 분들도 몇분 되시더군요. 그래도 저처럼 찢어진 여권을 다시 붙여서 재발급받으시는 분은 없더군요. 다른 분들은 그래도 비행출발시간까지 몇시간이 남아서 여유롭게 다시 발급받으면 되는데 저는 1시간이 남았습니다.


일단 어떻게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접수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다음 비행기가 언제 뜨는지 알아보러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로 갔는데, 자리는 있답니다. 하지만 가격이 후덜덜입니다. 오사카가는 비행기를 사전에 할인항공권으로 구입했는데, 지금 공항에서 구입하면 수십만원을 더 줘야한답니다. 돈이 아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속으로 "절대 그런 일은 없을거야."를 되뇌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다시 여권발급 사무실로 와서는 창구앞에서 기다렸습니다. 동료들에게는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하고 끝까지 좀 비행기 출발할 때까지 잡아라는 주문을 넣고. 정말 미칠 노릇이더군요. 1시간이내로 여권이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 상황. 마음은 급하고 진땀은 나는데, 나올 때까지 수십분을 아무 것도 못하고 창구 사무실 직원의 얼굴만 보고 있자니. 무언의 고문과 고통이 따로 없습니다. 아랫배에 경련과 함께 온 몸에 전기가 내내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고 혹시나해서 사무실 직원에게 여권이 나왔느냐고 물으니까, 아직 안나왔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1시간후에 나온다는데 30분지나고 물어봤겠습니까? 안나온 거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물어보게 됩니다. 저의 애간장 녹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무실 직원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사무를 보고 커피까지 여유롭게 한잔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저한테 여권이 나오면 바로 알려줄테니 창구 앞에 앉아있으라고 합니다.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20분이 남고, 15분이 남고. 그래도 여권은 감감무소식. 창구직원은 자리에 앉아서 이동할 생각도 안합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10분남았습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다급하게 또 물었습니다.


나 : 1시간정도 전에 여권 맡겼는데요. 혹시 여권 나왔나요?

사무실 직원 :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사무실로 들어가 체크하더니) 네, 여권 나왔네요.

나 : (속으로) 우쉬, 나온지 몇분 된 거 같구만. 좀 빨리 체크해서 주지. 물어보니까 알아보고. 


다른 사람들앞에서 지금까지 욕한번 해본 적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욕이 마구 쏟아져나옵니다.


여권을 받아들고 시계를 보니 출발 시간까지는 9분이 남았습니다. 과거 짐캐리가 주연했던 마스크 모드로 돌변 정말 슉 하고 순식간에 출국장으로 입장. 그리고 바로 다시 출국심사. 1~2분안에 모두 끝내고 게이트로 가려는데, 저의 딱한 사정을 아시고 인천공항 직원분이 무전기를 들고 동행해주십니다. 완전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그 분 등 뒤로 흰날개도 본 것 같습니다.


"아직 승객 한분 남았습니다. 지금 그리로 가고 있습니다." 


근데 탑승구가 바로 출국장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에 있습니다. 인천공항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한답니다. 이런, 산넘고 산입니다. 그 직원분과 저만 인천공항에서 허벌나게 뛰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탑승, 이제 출발시간까지는 불과 3~4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행기탑승구 문이 닫히기 불과 2분전, 전 그 직원분과 함께 탑승게이트앞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다른 승객들은 다 타고 휑 하더군요. 함께 가기로 한 동료가 마지막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도착했습니다.


"형, 안 나타나면 배아픈척 하면서 바닥에 누우려고 했어요."


함께 뛰면서 이곳까지 동행해준 인천공항직원에게 몇번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땀으로 뒤범벅으로 된 몸을 이끌고 동료들과 함께 약속된 비행기를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에 무사히 앉고, 비행기 문이 닫히고 이내 비행기가 출발하는데, 그 자리에서 느끼는 안도감은 정말 고생한 것 이상으로 이 지상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요즘은 여권을 저는 아주 고이고이 모신답니다. 여권케이스에 넣어서 다시는 훼손되지 않도록. 지금 가지고 있는 여권은 10년 복수여권입니다. 앞으로 8년이상은 더 써야하기때문에 이런 여권케이스에 잘 간직해야죠.


해외여행가기 전에 꼭 체크하세요!


1  여권 만료기간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최소 6개월이상은 유효기간이 남아있어야합니다.)

2  여권이 훼손된 곳은 없는지 꼭 확인합니다.

3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사진 2~3장과 현금 몇만원 정도는 반드시 가지고 다닙니다.


심옹의 여행수필 30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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