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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May 09. 2022

닥스 2를 보다가 대통령을 떠올린 엉뚱한 이야기

(정치색이 있는 글이라는 점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어린이날,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를 보고 왔습니다. 좋은 관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 여덟시 시작하는 조조 타임의 중앙 한가운데에 떡하니 앉아서 두근두근하며 영화를 봤더랬죠.


이 영화, 많이들 보셨을까요? 저는 이 영화,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그렇게 재밌게 보지 못했습니다. 영화 자체의 재미를 떠나서 히어로를 영화의 소재로 다루는 감독의 방식이 실망스러웠거든요.


모름지기 히어로라고 하면,  캐릭터의 인기는 하고, 누군가에는 자신의 판타지 월드를 지켜주는 강함과 정의로움의 상징일 텐데그런 히어로들을 너무 쉽게 주연 히어로의 강함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소비해버리는 거예요. 저렇게 조연으로 출연한 히어로를 무능하고 바보 같은 캐릭터로 만들어버리면,  히어로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분노와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까? 히어로물을 감독하는 사람이라면,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영화 도입부에 나온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닥터 스트레인지 옆자리에 앉은 그의 지인이, 타노스의 공격에 맞서 인류를 구원한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꼭 그 방법밖에 없었냐. 그렇게 인류의 절반을 죽게 놔뒀어야 했냐. 내가 5년이 지나 다시 살아서 돌아왔을 때, 내가 키우던 고양이들은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죽어있었다”며 항의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세상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우주적으로다가 다쳐가며 그 고생을 해서(심지어 닥스도 죽었다가 살아납니다) 결국 타노스를 무찌르고 인류를 전멸의 위기에서 구해낸 히어로에게, 왜 더 잘하지 못했냐고 항의하는 사람이라… 개인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하소연일 수 있겠지만, 만약 제가 닥터 스트레인지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싶었습니다.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가 구하는 “사람들”이 모두 선하고 구해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군가는, 사회악으로 규정돼도 이견이 없을 만큼 나쁜 사람이었을 거고, 그런 사람을 구해놓으면 구해진 악인의 악행으로 인해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을 수도 있겠죠. 반대로, 어렵게 어렵게 최선을 다해 구해줬는데, 영화에 출연한 조연 캐릭터처럼, 구해준 행위에 대한 감사보다는 구해준 과정에 생긴 자신의 피해를 항의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 걸 한 번씩 실감할 때마다 히어로라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히어로를 히어로답게 만드는 것’은 그럼에도 자신이 하는 행위가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거라는 걸 믿는 것’ 또는 ‘더 잘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나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도 사람들을 돕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에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구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만 선별적으로 구하는 히어로를 사람들은 ‘히어로’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요.


오늘 지난 5년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이 퇴임을 합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양극화를 심화하고 팬데믹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는 그분이 유래 없는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더군다나 지역별 인구 밀집도가 무척 높은 우리나라에서, 방역과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게 나라의 역량을 결집해 2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고, 재임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세계 유일의 국가로 이끈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임을 몇 시간 앞둔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를 비난하는 온라인 상의 댓글들과 정적들의 메시지에 분노와 서운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끝난 다음, 그를 비난하는 국민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가 우리나라 국민들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구요. 그를 좋아하고 감사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을 테니까요. 저도 그중에 한 명이구요.


본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본인의 생각하는 옳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게 모름지기 히어로의 길이지 않겠어요? 대통령을 마친 이후 그분이 ‘히어로’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또 그런 길을 걸어가는 ‘히어로 같은 퇴임 대통령’ 한 명 정도 가지게 되는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행복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서, 브런치 글을 열심히 쓰지도 않는 주제에, 오랜만에 쓰는 글의 마지막이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이 브런치를 읽으며 혹 불편하실 분이 있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도 그분에게 어떤 형태로든 고생하셨다는 말씀 한 번은 드리고 싶어서 되지 않은 없는 글재주로 주절거려 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임하기 참 좋은 날씨이지 않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대통령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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