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파는 산업이 지식이 공짜가 된 세계에서 생존하려면
얼마 전, 컨설팅 일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요즘 어떻냐고 물었더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AI 얘기였다. 클라이언트들이 예전엔 컨설턴트한테 맡기던 분석을 이제 직접 AI로 돌려버린다고.
제안서 쓸 때도 GPT 먼저 쓰고 오는 클라이언트가 늘었고, 정작 컨설턴트가 뭘 더 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눈치가 역력하다고 했다.
후배는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컨설턴트도 AI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냥 이론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요즘 일하면서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컨설팅에는 AI가 대체하기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지 않나요? 그게 뭔지 알고 싶어요."
좋은 질문이었다. 솔직히 즉석에서 깔끔하게 정리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수십 년간 경영 컨설팅의 가치는 세 가지 비대칭에서 나왔다. 클라이언트가 모르는 걸 컨설턴트는 아는 지식의 비대칭,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나 BCG 매트릭스처럼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역량의 비대칭, 그리고 일상 업무에 묶인 내부 인력 대신 집중 투입이 가능한 시간의 비대칭이 그것이다.
AI는 이 중 앞의 두 가지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제 누구든 AI에게 "글로벌 ERP 시장 동향과 SAP 마이그레이션 실패 사례 정리해줘"라고 치면, 주니어 컨설턴트가 이틀 걸려 만들 슬라이드 초안이 20분 만에 나온다. 지식의 접근 비용이 사실상 0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게 전통 컨설팅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균열을 만드는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노동 집약성의 붕괴다. 주니어 수십 명이 밤새 데이터 크롤링하고 보고서 초안 쓰던 방식은 AI 앞에서 경제성을 잃었다.
둘째, 시간제 과금 모델의 자기모순이다. AI 덕분에 30시간 걸리던 분석을 22시간 만에 끝내면, 펌은 8시간분 수익을 잃는다. 효율화할수록 손해 보는 기형적 구조다.
셋째, 레버리지 마진의 붕괴다. AI로 무장한 1인 컨설턴트가 주니어 팀의 분석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주니어 대량 투입에 높은 일당을 얹어 마진을 챙기던 구조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넷째, 일회성 보고서의 한계다. 프로젝트 끝나고 두꺼운 보고서 납품하는 방식은, 실시간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AI 대시보드와 경쟁이 안 된다.
다섯째, 지식 자체의 상품화다. SWOT 분석, 시장 조사, 기초 재무 모델링—더 이상 컨설턴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균열은 컨설팅 조직의 형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수십 년간 컨설팅을 지탱한 건 소수의 파트너가 다수의 주니어를 이끄는 피라미드 구조였다. 넓은 기저부의 주니어들이 엑셀 모델링, PPT 작성, 데이터 크롤링으로 수익을 발생시켰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이 엔트리 레벨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피라미드의 기저부가 무너지고 있다.
이 피라미드는 이제 오벨리스크(Obelisk) 형태로 진화한다. 중간·상위 직급의 비중이 두터워지고, 소수의 숙련된 전문가들이 AI 인프라를 등에 업고 과거 대규모 팀이 하던 일을 해내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컨설턴트의 역할은 네 가지로 재정의된다.
1. 경영진과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클라이언트 리더,
2. 근본 문제를 정의하고 AI 산출물을 전략으로 변환하는 인게이지먼트 아키텍트,
3. AI 워크플로우로 빠르게 가설과 권고안을 만드는 하이브리드 컨설턴트,
4. 프롬프트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AI 퍼실리테이터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과거의 파트너들은 주니어 시절 반복적인 분석 노동을 통해 산업 감각을 몸에 익혔다. 그 진입 단계가 사라진 세상에서, 미래의 시니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이건 채용 문제가 아니라 컨설팅 산업의 재생산 구조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조직 구조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건 수익 모델의 해체다. 컨설팅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T&M(Time and Materials) 방식—투입 시간에 비례해 청구하는 방식—은 AI 시대에 경제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당연한 질문이 생긴다.
"AI로 더 빨리 만들었으면 왜 같은 돈을 내야 하나?"
이 딜레마의 출구는 결과 기반 프라이싱(Outcome-based Pricing)이다. 투입 시간이 아니라, 컨설팅 결과로 창출된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를 기준으로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다. 단순히 단가를 올리는 게 아니다. 컨설팅 펌을 하청업체에서 클라이언트의 운명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 재포지셔닝하는 변화다.
현실적으로는 기본 수수료에 퍼포먼스 수수료를 얹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적인 착지점이다. 하지만 더 깊은 본질은 이것이다. 결과 기반 모델로의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계약 구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컨설턴트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피부를 게임에 거는 것(skin in the game). AI가 할 수 없는 바로 그것이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각 펌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면 방향이 더 선명해진다.
맥킨지는 2023년 내부 AI 플랫폼 "릴리(Lilli)"를 출시했다. 100년치 지식 데이터베이스—10만 건 이상의 문서와 인터뷰—를 즉석에서 검색하고 요약하는 RAG 기반 시스템이다. 2025년 기준 전체 직원의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연구·합성 작업 시간을 평균 30% 절감했다고 보고한다. 맥킨지 파트너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제 릴리가 방 안에 있는 느낌이다."
BCG는 내부 AI 챗봇 "GENE"과 슬라이드 자동 포매팅 도구 "Deckster"를 운용하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Anthropic과 동맹을 맺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 AI를 직접 투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BCG의 AI 관련 수익은 2024년 기준 전체 매출 135억 달러의 20%인 약 27억 달러. 2년 전만 해도 0이었던 수치다.
베인은 OpenAI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Sage"를 개발했고, 1만 3,000명의 컨설턴트에게 ChatGPT Enterprise를 배포해 2만 개에 가까운 맞춤형 GPT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MBB의 내부 AI 도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맥킨지의 릴리가 존재하지 않는 규제 조항을 인용하고, BCG의 GENE이 그럴듯하지만 틀린 시장 규모 수치를 제시한 사례들이 이미 보고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호주 정부에 납품한 29만 달러짜리 보고서에 AI 환각이 포함돼 일부 환불을 요청받기도 했다.
결국 AI 산출물을 검증하는 인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이 판에서 가장 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단연 액센츄어(Accenture)다. 전 세계 직원 약 80만 명, 전략 컨설팅 펌들과는 리그가 다른 종합 IT·컨설팅 기업이 AI를 앞에 두고 회사 전체의 사업 구조를 뜯어고치고 있다.
숫자부터 보자. 2023년 4만 명이었던 AI·데이터 전문 인력을 2025년 7만 7,000명까지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전체 직원 55만 명 이상이 생성형 AI 기초 교육을 이수했고, 생성형·에이전틱 AI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해 27억 달러, 수주 잔고는 거의 두 배 증가해 59억 달러에 달했다.
동시에 혹독한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2025년 9월, 액센츄어는 최근 분기 동안 1만 1,000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CEO 줄리 스위트(Julie Sweet)는 AI의 급격한 도입과 전통적 컨설팅 수요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재교육이 불가능한 직원은 "퇴사"시키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2025년 6월에는 기존의 전략·컨설팅·기술·운영 등 여러 사업부를 통합해 "Reinvention Services"라는 단일 사업부로 재편한다고 발표했다.
호주 통신 기업 텔스트라(Telstra)와는 2025년 1월 단순한 컨설팅 계약을 넘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했다. 컨설턴트가 클라이언트의 외부 조언자가 아니라 사실상 경영진의 일부로 들어가 함께 결과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 모든 혁신 속에서도 2025 회계연도 매출 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액센츄어의 전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AI가 컨설팅 산업을 먹어치운다면, 그 포크를 쥐고 있는 쪽이 되겠다."
IBM의 접근은 맥락이 다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컨설팅을 수직 통합한 기업이기에, 컨설팅을 AI 기술의 배달 채널로 활용하는 구조다.
핵심 무기는 watsonx 플랫폼이다. 2023년 출시된 이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은 2025년 3분기 기준 누적 수주 잔고 95억 달러를 돌파했다.
IBM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Client Zero" 전략이다. IBM 스스로가 watsonx를 내부 HR 자동화, 재무, 공급망, IT 운영에 먼저 적용해 검증한 뒤 그 사례를 클라이언트에게 가져간다. 자신들이 먼저 고객이 된다는 개념이다.
주목할 건 "Services as Software" 전략이다. AI 에이전트(디지털 워커)가 실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로 청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200개 이상의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워커를 규모 있게 활용 중이다.
PwC는 2023년 생성형 AI에 10억 달러를 3년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며 포문을 열었다. OpenAI와 파트너십을 맺어 ChatGPT Enterprise를 10만 명 직원에게 배포하고, 2024년 OpenAI 최초의 공식 리셀러가 되었다. KPMG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0억 달러 규모의 동맹을 체결했고, EY는 14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LLM 플랫폼 "EY.ai"를 구축했다. EY의 AI 관련 매출은 2025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그 대가도 치르고 있다. 영국에서는 Big 4의 대졸 신입 채용이 각사별로 최대 30%까지 줄었고, 회계·컨설팅 분야 졸업생 대상 구인 공고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주니어 인력이 하던 일을 AI가 흡수하고 있다는 신호다.
공통된 방향은 하나다.
컨설팅이 조언을 파는 산업에서 결과를 만드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배가 언급했던 것처럼, 변호사나 회계사도 AI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영향의 성격이 컨설팅과는 다르다.
법률과 회계는 본질적으로 규칙 기반(Rule-based) 직군이다.
성문법, 판례, 조세법, 회계 기준—이미 정해진 규칙에 맞게 사안을 해석하고 문서를 작성한다. AI는 이런 텍스트 분석과 패턴 인식에 압도적이다. 법률 분야에서 AI 활용으로 변호사 1인당 연평균 190시간이 절약되고, 미국 내에서만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성 향상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리스크의 성격이 다르다. 뉴욕 연방법원에서는 이미 변호사가 AI가 생성한 허구의 판례를 제출했다가 벌금과 징계를 받은 사례가 나왔다. 세무 계산 오류는 클라이언트의 즉각적인 위법 상태로 이어진다. 법률과 회계에서 AI의 오류는 치명적이다.
컨설팅은 다르다. 컨설턴트가 제공하는 건 법원 제출 서류나 세무 신고서가 아니라 전략적 조언이다. 그 전략을 채택하고 실행하는 건 클라이언트 경영진이다. 전략이 실패했다고 컨설턴트가 즉각적인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대비가 생긴다. AI는 법률·회계에서는 "작업의 정확성" 문제를 야기하고, 컨설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컨설팅의 위기가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이다.
그런데 동시에, 정해진 정답이 없는 영역—판단과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은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훨씬 어렵다. 그 여지가 컨설팅에는 더 넓게 남아 있다.
AI가 좌뇌형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 세상에서, 인간 컨설턴트의 가치는 어디로 이동하는가. 여러 역량을 나열할 수 있지만, 솔직히 하나를 꼽으라면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AI가 강력해질수록 이 역량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
AI는 틀린 답을 매우 자신감 있게 내놓는다.
맥킨지의 릴리가 존재하지 않는 규제 조항을 인용하고, BCG의 GENE이 그럴듯하지만 틀린 시장 규모 수치를 제시한 사례들이 이미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결과물들이 형식적으로 완벽하다는 데 있다. 구조가 잡혀 있고, 문장이 매끄럽고, 수치가 그럴싸하게 제시된다. 주니어 컨설턴트가 만든 어설픈 초안보다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AI 산출물의 오류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오류를 잡아내려면 그 산출물이 다루는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게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이게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는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비판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AI가 제조 기업의 공급망 최적화 방안을 내놨을 때, 그 방안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려면 그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조달에서 생산, 물류, 판매, 애프터서비스까지—E2E(End-to-End) 프로세스 전체를 꿰고 있어야 AI가 제안한 지점이 현실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게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AI가 어느 유통 기업에 "재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발주 주기를 단축하라"고 제안한다. 숫자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기업이 특정 카테고리에서 계절성 상품을 대량으로 다루고, 주요 공급업체의 MOQ(최소발주수량) 조건이 빡빡하다는 걸 안다면? 발주 주기 단축이 오히려 단가 상승과 공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바로 짚어낼 수 있다. AI는 이 맥락을 모른다. 컨설턴트가 그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있을 때만 잡아낼 수 있는 오류다.
이게 단순한 산업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아는 것이다.
어떤 비즈니스든 그 안에는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어디서 마진이 나는지, 어떤 병목이 전체 효율을 좌우하는지, 규제와 관행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제약하는지—이런 것들이 눈에 보여야 한다. 이 메커니즘을 모르면 AI가 내놓은 보고서를 읽어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도메인 전문성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AI가 정보 접근 비용을 0으로 만들었지만, 그 정보를 해석하고 검증하는 데 필요한 맥락은 여전히 현장 경험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E2E 프로세스를 직접 그려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어떤 산업을 맡았을 때, 그 산업의 가치 사슬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매핑해보는 것이다. AI가 요약해주는 산업 개요를 읽는 것과, 스스로 "이 산업에서 원재료가 최종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한 줄씩 써내려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해로 이어진다. 직접 그린 그림에는 빈칸이 생긴다. 그 빈칸이 내가 모르는 곳이다.
둘째, 현장을 줄여서는 안 된다.
AI 도구가 강력해지면서 현장 인터뷰나 현장 관찰을 줄이고 AI 리서치로 대체하는 유혹이 생긴다. 이건 위험한 방향이다. 창고에서 실제로 재고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영업 담당자가 실제로 어떤 고충을 겪는지—이런 것들은 현장에서만 보인다. 현장 감각이 사라지면 AI 산출물을 검증할 기반도 사라진다.
셋째, 산업의 재무 구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 메커니즘의 가장 솔직한 언어는 숫자다. 그 산업에서 원가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EBITDA 마진이 왜 그 수준인지, 어떤 KPI를 경영진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지를 알면 AI의 전략 제안이 재무적으로 현실적인지를 바로 체크할 수 있다.
넷째, 반론을 먼저 만들어라.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 결론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논거를 댈지를 먼저 적어보는 훈련이다. AI는 주어진 방향으로 논거를 강화하는 데 뛰어나다. 반대 방향의 논거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건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다섯째, 글을 써라.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를 단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논리의 허점이 드러난다. AI가 생성한 보고서를 그냥 납품하지 말고, 그 핵심 논지를 자신의 말로 다시 써보는 습관이 있으면 어디가 약한지 바로 보인다.
비판적 사고 없이 AI를 잘 쓰는 컨설턴트는 위험한 컨설턴트다. 비판적 사고를 갖추고 AI를 도구로 쓰는 컨설턴트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변화의 방향을 종합하면, 컨설팅 시장은 두 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
한쪽에는 ERP, 클라우드 트랜스포메이션, 사이버 보안처럼 막대한 인프라 통합 역량이 필요한 영역을 장악하는 대형 에코시스템 통합 사업자들이 있다. 앞서 살펴본 액센츄어·IBM의 움직임이 바로 이 방향이다.
다른 한쪽에는 AI가 모방할 수 없는 깊이를 가진 고특화 부티크들이 있다. 25년간 특정 산업의 특정 문제만 파온 전문가의 통찰은, 범용 AI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도 복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장 강한 압력을 받는 건 그 사이에 낀 중간 규모의 제너럴리스트 펌들이다. 명확한 기술 통합 역량도, 독보적인 도메인 전문성도 없이 일반론적 경영 자문만을 제공하는 펌들은 구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후배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처음부터 컨설팅의 진짜 상품은 지식이 아니었다. 클라이언트가 진정으로 산 것은 불확실성의 감소, 결정의 근거,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파트너십이었다. 화려한 분석과 두꺼운 보고서는 그 파트너십을 가시화하는 형식이었을 뿐이다.
AI는 그 형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나 형식 너머의 본질—판단, 신뢰, 책임—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식을 파는 컨설팅은 죽는다. 판단을 파는 컨설팅은 살아남는다. AI를 레버리지 삼아, 훨씬 강력한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