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았기에 불안했나 보다.
학원강사 12년 차 되던 해.
공황초기증상과 불안장애가 찾아온 나.
숨은 턱턱 막히고 불안함에 심장은 노크하지만,
그 외에 감정은 하나도 없는,
그런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그런 상황.
의사 선생님 앞에서 내가 꺼낸 말은
“제가 다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말한 나도, 듣는 선생님도
단순한 우울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한마디였다.
결국, 결혼을 빌미로 다 때려치우기로 했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났을까.
약의 도움인지, 일을 쉬어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아졌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일을 쉬고 6개월쯤 지났을까.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
이제 일을 안 하는 게 문제였다.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불안함은 결국 내 게으름 때문일 수 있겠다는 걸.
힘드니까 회피하고,
어려우니까 포기하고,
10년이나 했으니까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
무언가로 인해 번아웃이 왔는데.
원인은 파악하려 하지 않은 채 도망만 쳤고,
결국 그것도 답이 아니었기에 불안장애는 또 나를 찾아왔다.
결국 지금은 뭐라도 해야 기분이 나아지더라는 거.
설거지든,
빨래든,
취미생활이든,
내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야
사는 것 같다.
불안?
결국 내 게으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