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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2. 2023

감긴 채로 뜬 눈

 타계한 흑인 음악의 거장 레이찰스, 

블루스의 선구자인 가스펠싱어 윌리존슨, 뉴에이지 음악가 케빈 컨.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니, 여성 재즈 명가수 다이안 슈어, 스페인권 스타가수이자 기타리스트 호세 필리치아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콘스탄티니디스. 흑인 팝싱어 스티비원더...     

아실만 하죠. 이분들은 모두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 음악인들인데요. 

어릴 때부터 빛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가 거쳐야 했을 

폐쇄된 시야에 갇힌 고독과 또 그와는 상반된 맑고 고운 목소리.

뛰어난 감각을 발휘하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고난과 대면해 극복해 낸 정신의 승리 같은 것에 경외심이 일게 되요.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에선 저 깊은 데서 한 번 더 걸러진 호소력 지닌 깊은 울림. 

내밀한 기쁨도 전해지는 듯도 하고 말이죠.     

시작장애 음악인이 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하고. 청중에게 박수를 받는 그 시간 

그들의 시야란 이 초여름 싱그러운 햇빛만큼이나 밝은 광명이 환히 불켜져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스쳐가네요.     

그래, 그런 거라라면 우리에게도 내면의 빛을 보고 발광해 낼 수 있는 

그런 개안된 투명한 심안, 그러한 심안의 시각을 가동할 수 있으면 좋을 거예요.     

그렇게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다보니까요.

오후에 햇살 비 맞아 찬란한 빛 털어내는 나무들과 푸르른 배경... 바라보려니까요. 

찬란한 여름의 무성한 생명력이 신비롭게 보이고 

심신을 감싼 뜨끈한 빛과 햇살 일체가 축복으로 여겨지는 

'충만한 은총에 감득한' 고은 하루가 되었답니다.


영국 그룹 '스팅'의 전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는 

크로스 오버 앨범작업 과정 중에 요, 바흐를 알게 되고 연주하게 되면서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 듯하다 기분이었다" 고 했다고 해요.           

영원한 음악의 어머니 바하. 몇 백년 전 음악이어도 

후대의 우리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냅니다.

클래식 고전 뿐 만이 아니죠. 

어떤 음악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면서 명작으로 불리잖아요. 

시간이 흘러도 언어는 달라도 시간과 공간, 장르와 언어를 초월해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반가운 멜로디들이 있구요.           

글쎄... 일부 비밀스레 아름다운 어떤 것들은

눈에 안 띄는 곳에 마치 은둔자처럼 숨어있기도 하더라지만요.      

그래도 제각기 서로 다른 취향의 많은 사람들이 정말 아름다운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다같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가슴 떨려한다는 거. 

그리고 가끔 어떨 땐 끝내 눈망울에 고은 물기까지 맺혀버리게 한다는 사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하지요. 

사람들 영혼에게 말을 걸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대상들이 지닌 

공통의 아름다움. 그러한 미감     

사람들 모두는 저마다의 성향들은 다 다르지만... 그런 거 보면 알 수 있죠.

'그 많은 사람들을 한 마음으로 '통정'할 수 있게 하는 

어떤 '마음의 공통언어'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걸요. 그 힘에 이름 붙이자면 

아마도'진실, 혹은 진정성'이라고 해야지 않을까.      

진실은 결국엔 상대의 마음까지 전해집니다. 

그게 음악이든 백지 편지 한 통이든. 일상 속 말 한마디. 

가만히 흘려보낸 따스한 눈빛 한줄기로든 말이지요.     

세상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진실'이란 결국엔 피가 흐르고 맥박 뛰는 인간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상대의 얼까지 움직이게끔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잊기 힘든 진실된 순간의 교신으로 

기억의 지층에 화석화 되어 오래도록 박혀있게도 되지요.     

'진실' , '진정성' 이라는 가치 만이 참되이 빛나며 끄끝내 살아남을 

불멸의 생명성 지닌 존재이고 값진 의미입니다.          


===

소리들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 실종된 소리들을 수배합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딸랑딸랑, 따끈한 두부 사세요 두부장수 트럭의 종소리 

6시면 거리에 울려 퍼지던 태극기 하강식의 애국가, 

‘녹슨 가위, 칼 갈아드려요’ 신기료 아저씨 오토바이서 빵빵 울리던 이박사 뽕짝 

‘회비 지참, 한 집도 빠짐없이 몇 호로 모이세요’ 반상회 알림 방송 

‘찹쌀떡 사려~ 메밀묵~’을 외치던 칼칼하고 구성진 외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찾았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로 놀이터를 왁자지껄하게 채우던 동네아이들의 웃음소리 끝엔, 

기어이 어머니들이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내일 또 그 자리에 모일 거면서도 참 애틋하게도 헤어들졌죠.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 천지사방을 진동시키며 정신 사납던 

개구리들의 떼창, 느끼하고 음흉스럽던 두꺼비 울음

긴 꼬리 슈육 슈육 원무 추던 도깨비불과 허공의 별가루 반딧불이와 맞닥뜨렸을 때 터져 나오던 단발마 

저녁 하늘 금성과이 절기의 제철 별자리 자리 ‘저깄다’하며 찾던 소리들 

어디로들 갔나요     

 '하루의 빛이 스러지는 저녁시간이면 

언제나,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울진 그리움들이 하나 둘 가로등처럼 불을 켜기 시작하는 게, 바로 이렇게 하늘 색 어스름해지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변해가고 바삐 살아가면서 사라져가는 지도 모른 채로 하나둘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이는 소리들 냄새들 질감들 풍경들 마음들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과거의 것이 되고 이별하게 되는 낭만들     

문득 어릴 적 귀를 채우던 소리들이 그립고 아쉬워지는 

10월의 어느 저녁 6시. 

사라져가는 저녁의 소리들을 수배합니다 

그리운 낭만 귀한 추억을 불러 깨우는 

음악들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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