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헌문학 Oct 22. 2023

불멸의 여인들

 불멸의 서커스단 무녀(巫女)  애린(愛隣


중세카드그림처럼 아름다워. 키 작은 조그마한 체구. 작은 눈을 가진 서커스단의 여인-.     

아가들이 가기고 노는 고무공, 슬픔의 공. 늘어진 사슴의 뿔 같은! (혹은 그녀는 절벽의 맨 가슴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슴의 동양 여인 가늘다한 두 눈엔 웃음이 어려.     

유년의 어는 음지에서 주운, 알 수 없이 내게 다가왔다가 어느 날 알 수 없이 잃어버린 소녀인형의 얼굴을 닮아. 어린 아이 인형의 웃음처럼 꿈속 기억만 애련하다(사실 내가 그런 인형을 가진 적 있었던가? 어쩌면 나의 환상일지 모른다. 과거는 이미 환상과 대치되곤 하여 언제나 내 기억들은 늘 진의眞意가 모호했다).     

 겁도 없어라. 방법 출처가 의심스런 최면마술이 동원된 듯 한 저 묘기와 동작의 선율, 신내린 몸짓의 아름다움들 보아요. (“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소변 검산 너무해요") 저 신비한 확고함 같은 그녀들. 저 아슬아슬한 인간 탑을 보아요. 대롱대롱 매달린 그녀들의 웃음도- 저 장딴지 뭉친 근육의 소리 없는 떨림 긴장감이 감돌아도 우아하고 당당한 마술 부리는 늙은 그녀의, 짧고 작은 다리 위 탁자를 보세요. 홀린 듯 돌아가는 서로 뜨거운 애인인 듯. 연인들이 사랑한단 듯이 그녀들은 무희 - 옛 神女의 딸 그녀 또한 천 년 전 연금술사. 이것이 그녀들의 전생인가요?.……. 전 어머니 두려워 감히 할 수 없어요. 숨을 죽이고. 그녀가 항아리를 깨뜨리기라도 한다면.... 목이 똑 - 옥. 꺾이는 갓 핀 장미 맘 그처럼 전 꼭, 눈물 흘리고야 말 것 같아. 전 두려워 할 수 없어요. 

‘아 어머니... 황홀해요. 저 순결한 여인을 머리 위에, 저 항아리처럼 돌리고 싶어요. 부러워라. 미물. 저도 그녀 것이 되고 파요. 나 그녀를 안은 채 하늘 높이 솟는 공중 부양으로 그녀와 함께 사라져버리고 파. 저 신비한 장딴지 끊임없이 회전하는 굳은 발바닥에 입 맞출 수 있다면……. 달려가 그녀 가슴, 불룩한 아랫배 꼬옥 안아 숨결 느끼고 싶겠죠. 그녀 신비의 숨결, 愛隣 속에 形象 잃고, 녹아 스미고 싶겠죠.           

그녀에게 바칠 내 온 숨결 담긴 순결의 꽃을 찾아서. 우연히 그대 깨우신 내 잃은 순정을 찾아 그녀 웃음 뒤에 드리운 무거운 슬픔 희석시킬 향의, 꽃 찾아 먼 곳으로, 산으로. 그 산으로 나는 갈 테야. 나는 야 꽃 따는, 사내. 선한 미소 찾아 향과 함께 돌아오리. 뭉둥이춤 인 듯 순결한 백치劇 그대의 단막굿, 내 영혼을 달래주었지-     

실수는 없었네. 소품으로 꾼 몇 개의 幻꿈들 같던, 공연이 마치면 저 알 수 없는 무대 뒤 천막. 알 수 없는 늙은 작은 새 그 여인이 있어- 분칠 지우는 손길, 내 가슴은 석회칠 하듯 쓰리게 굳어져 어머니 그 때 넋 빠져 끝을 모르고 착하게 취하여 그녀 명령. 몸짓을 따라 물처럼, 무중력처럼 어지러이, 어지럽게 돌던 항아리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대여. 소녀 같은 중년의 마술사여(생을 다 할 때까지 여인들은 소녀다). 그대 한 조각 슬픔이여. 유랑할 도시 도시의 박수들이 퍼질 미래여 우주쇼 인 듯 아름답던 곡예들에, 환각의 입김 뿜어 불씨를 살리던 작은 여인의 붉은 풍선, 반짝임 옷 조명 반짝이며 빛나던 유치하도록 예쁜 원색의 哀隣의 빛. 내 생을 좇을 빛. 그대 잡을 수 없음을 함께 하지 못함을 분명 후회 할 그 빛......     

그대는 나 잃어버린 어린 밤마다 동화를 쥐고 환상의 꿈을 꾸던 달을 바라보던 눈망울들의 기억이다. 동요들 불러 주며 안고 잤던 환상의 기억 속, 생을 잠깐 스쳤던 (내 것 우리 것인 순수의 모든 상징.) 그 슬프고 예쁜 웃음 인형이었다. 영이 없던 나날 당신은 어머니처럼 중년 여인 되어 조우했네. 그대와 나 우주를 스쳐간 외론 두 행성.     

그대 지친 젖가슴에 심겨진 늘어진 버드나무여. 그 아래 호수 그늘 그 그림자 같은 그대의 피로.     

그대여. 영혼에 안식 있으소서-. 불멸의 내 늙은 여인     

검은 장막 신비가 걷히고 他界로 던져진 충격에 튕겨진 듯 동공을 열면, 어둡고 적막한 시간의 방안에 뒹굴며 가벼이 떨고 있었네. 육신은 가벼워졌다. 며칠 간 서글펐던 신경의 통증 들, 千斤의 중력, 현기증의 시간을 건너뛰는 기억들의 희미함. 

‘아, 감사하나이다. 신이시여 여전히 숨이 붙어 눈을 뜰 수 있음에…’ 

자그맣게 외어본다. 미열과 우울증, 기약 없이 찾아와 일방적 재회를 약속하며 떠나는 오랜 지기 너희들의 발악 그러면 이제 안녕-. 희미한 기억의 자락에 남은 마지막 장면, 내 뉘인 자리가 공간의 과거형을 추억해낸다. 이 자리에 오래 누워계셨던 할머니를 불러낸 것이다.     

아픈 날의 설운 잠 속, 사연 많은 투병 끝에 조용히 떠나가신 내 자그마하신 여인네. 다시 오신 첫 방문, 할머님 울 할머님. 명주타래 얹힌 듯 흰머리 아래 더 따스하고 귀여워지신 그 애기 같은, 할머님이란 여린 여인 같은 웃음 띤 주름쟁이 얼굴. ´할미 아직 안 죽었어. 그렇지 않아 그렇지´ 하신 듯 아니 듯. 능청스런 따슨 얼굴로 방안에 앉아 들려주시는 옛 전설들의 마술을 공포도 섞어서 치마 폭 그득 담았다. 무릎에 얹힌 나, 할머님 검버섯 살내음 고팠던 젓 무덤 내음을 들이키며 허기를 채웠다. 이승선 낯 선 타계의 새 향까지.     

항상 노인정서 남겨오시던 때 찐 주머니서 건네주시는 침, 털 묻은 사탕들도 웬일로 오늘은 아 아 대마보다도 다디달구나. 차거운 흰 안개 낀 높은 언덕 오르는 힘겨운 박자로 검은 수면 나비를 데 불고 아장- 아장- 아장- - 아장하게. 낫자루 등 우로 날 닮은 아가 업은 포대 인 듯 알 수 없는 무거운 짐 지신 체 힘겨운 느림 걸음으로 아장아장 돌아가셨지.     

 아장-     

   아장-     

     아 장- 아 장-


한껏 부풀은 깨굴 배, 똥 배설들 부끄럼 속에 치우려 허공 내젓는 부지깽이 손목……. 비효율의 몸짓 몸 짓 들 종일을 채우는 건 잠이었다네.     

"내 집에 가자" ´고향이 그리우신 것일까?´     

끝없는 老妄난 외침. 줘 짜는 폐- 천식 속에 작게 미쳐가며 철부지 손녀 모진 멸시의 신경 쇠약과 파랗게 날이 선 불협화음으로 공존하던 작은 방. 긴 투병의 꺼져 가는 가쁜 숨으로 운명하신 바로 그 자리- 죄 많은 정욕의 육신 하나 놓였다. 작았던 부끄럼 많던, 지울 수 없는 몽롱한 몸 냄새의 나의 여인. 아우성치며 들 끊던 열기로 내 아픔 들었던 등 우의 포대기는 어느, 주소 잃은 집으로 돌아갔느냐...... 능글맞은 호랭놈이 맛나게 삼켜 먹은 떡장수 울 어머니 팔과 다리 조각들아- 잊었던 옛 전래 동화 떠오르는 이 밤의 설움. 징글맞은 사랑아..... 니 놈의 질긴 連 나 너 덕분 울고 파… 당신 때문에 웃고 파. 할매 모냥 둥글게 몸을 말아 눕는다. 목 매인 그리움으로 기억의 집에 자물쇠를 잠근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 올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