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와 한국의 대출 중개 비교
최근, 국내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출 추천/비교 서비스라고도 지칭하긴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법에서 해당 서비스를 '중개'라고 분류했기에, 서비스의 목적이 '판매'인 서비스를 중개 서비스라고 지칭하도록 하겠다 (출처)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근 네이버 등 빅테크도 대출 중개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출 중개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대출 비교 서비스가 생기기 전, 고객은 대출을 승인받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1. 은행 방문 2. 대출 신청 3. 대출 서류 제출 4. 대출 조건 (금리/한도) 확인 5. 대출 승인 or 거절
해당 프로세스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하나는 대출을 신청하기 전까지 본인에게 제공되는 대출 조건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대출이 거절당할 경우 처음부터 저 기나긴 프로세스를 다시 거쳐야 함이다. 개략적으로 제공되는 최소 xx원~ 최대 xx원/ 연이율 xx% 등의 정보에만 의존해 대출 조건을 추측해야만 한다. 각 개인마다 실행될 수 있는 대출의 세부 조건이 다르지만, 은행을 방문해 심사받기 전까지 세부 조건에 대해 고객은 알 수 없다. 때문에 '대출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은 은행을 방문하고, 각 은행마다 요구하는 복잡한 서류를 구비하고, 대출에서 거절당하면 다른 은행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만일 은행에서 원하는 우량고객 (높은 신용도, 소득, 안정된 신분)이라면 이런 과정을 빠르게 생략할 수 있겠지만, 국내 중저신용자만 2,200만 명에 육박하니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객의 수는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대출 중개 서비스는 1. 은행 방문 2. 대출 서류 제출 3. 대출 신청 4. 대출 조건 (금리/한도) 확인 5. 대출 승인 or 거절이라는 과정을 1. 앱 접속 2. 대출 신청 3. 대출 서류 제출 4. 대출 조건 (금리/ 한도) 확인으로 축소했으며, 다수의 은행에서 거쳐야 하는 단계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해소된 고객의 불편함이 대출 중개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최상의 가치가 되었다. 즉, 대출의 본질이 은행의 고객을 '잘' 평가함에 있었다면 대출 중개 서비스는 고객이 나에게 적합한 은행을 '선택' 하는 선택권을 제공함으로 평가의 주체를 역전시킨 것이다.
고객에게 대출의 선택권을 제공해 준 대출 중개 서비스의 가치는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대출 중개 서비스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출 중개 서비스는 말 그대로 매출=이익으로 직결되는 서비스다. 고객이 대출 플랫폼을 통해 대출을 선택하고 금융사에서 대출을 실행하면 바로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이다. 즉,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제반 비용을 제외한 매출이 그대로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구조인 것이다.
이때 돌아오는 중개 수수료는 저축은행 대출기준 평균 1.7~1.8%, 시중 은행 기준 평균 0.4~0.5%이다. 핀다의 경우 2020년 기준 건당 평균 대출 실행금액이 1,551만 원이라고 발표했으니 대출 한 건이 실행됐을 때 저축은행 기준 약 27만 원, 시중은행 기준 약 6만 원을 얻는 셈이다. 단순히 중개만 해주는 빅테크 업체에 이렇게까지 많은 수수료가 지급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대출 비교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에 충분한 유인이 존재한다. 기존의 오프라인 대출 모집인의 건당 수수료가 3% 정도 책정된다는 점,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지방 은행에 빅테크가 고객을 모객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현재 수수료 불균형 문제 등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플랫폼이 효과적인 모객 채널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인도의 대출 중개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출 비교 서비스와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국내 대출 중개 서비스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정보 입력 2. 가심사 3. 각 금융사별 대출 조건 확인 4. 금융사 페이지 이동 후 대출 신청
인도의 대출 중개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서 접하는 대출 중개 서비스와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특히나 2,3,4의 과정에서 차이가 주로 나타난다. 4의 경우 국내에서는 앱 내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원샷 대출 등의 서비스를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난항을 겪는 듯하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앱이나 웹페이지 내에서 타사 대출을 신청하는 프로세스에 현재까지는 규제사항이 없다. 또한 국내의 서비스에 비해 대출 세부 조건이 개인별로 정교하게 분석되진 않는다.
또한 같은 대출 중개 서비스라 하더라도 대출 중개 서비스는 크게 1. 금융 상품 마켓 플레이스 (Financial products marketplace) 2. 대출 모음 사이트 (Loan Aggregator)의 형태로 양분될 수 있다. 고객의 조건에 맞는 대출을 소개해주고 고객이 대출을 실행할 경우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중개라고 묶었지만 1번의 경우 다양한 금융 상품을 중개한다는 점, 2번의 경우 대출만을 집중적으로 중개한다는 점에서 두 종류로 분류했다.
신용카드/대출(소액 대출, 신용 대출, 주택 대출) / BNPL 등의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중개하는 마켓 플레이스가 있고 이 상품 중 하나로 대출이 존재하는 형태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Paisabazaar, Bankbazaar, Creditmantri, Wishfin 등이 있다. 대출 신청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정보 입력 2. 대출 조건 입력 3. 대출 상품과 예상 대출 조건 소개 4. 앱 내에서 대출 신청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공될 수 있는 대출의 경우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승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제공되는 승인 가능성, 개인별 조건과 한도는 고객이 직접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책정되기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즉, 가심사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고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국내 대출 중개 업체의 경우 가심사 데이터의 원천이 다각화되어 있다. 핀다의 경우 금융 기관에서 소득/ 금융사별 신용평가시스템(CSS) , 네이버의 경우 전자증명서를 이용해 증빙서류를 수집해 가심사 결과를 산출한다. 때문에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가심사 결과와 실제 대출을 실행했을 때의 결과의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심사 결과를 제공하진 않는다. 때문에 고객이 받아볼 수 있는 예상 대출 조건과 실제로 실행했을 때의 간극이 존재한다.
또한 금융 상품 마켓 플레이스의 경우 대출보다는 신용카드 혹은 보험 중개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IPO를 준비하고 있는 Bankbazaar의 경우 2008년 설립 당시 대출 비교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은행과의 Co-branded credit card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PaisaBazaar의 모회사인 PB Fintech 또한 보험 비교 서비스인 PolicyBazaar가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본인의 소득/ 대출 조건 등을 기반으로 요건에 맞는 대출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Buddyloan 이 있다. Buddyloan을 예로 들자면 시중 은행/ 소액 대출 업체/ nbfc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고객의 신청서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들의 대출 상품을 중개해 주는 형태이다. 대출 신청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정보 입력 2. 대출 조건 입력 3. 대출 신청서 제출 4. 대출 상품 소개
이 과정에서 해당 고객의 직업, 소득, 나이 등을 통해 대출 조건에 부합하는 대출을 소개해준 후, 나머지는 고객이 대출사로 넘어가서 신청을 한다.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 참고) 해당 앱의 경우 철저히 중개의 역할만 하게 되며, 회사와 서비스의 규모가 금융 상품 마켓 플레이스보다는 현저히 작다.
한국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 광풍(?)이 일어나며, 인도의 대출 중개 시장을 조사하며 분석해본 글이다. 사실 아직까지 인도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가 대중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때문에 분류/ 용어/ 분석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참고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