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래 은행 시나리오로 예측해 본 대출 중개 서비스
국내에서는 대출 중개 서비스가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핀테크 시장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금융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빅테크까지 진입하며 그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현재의 체재를 갖추기까지 대출 중개 서비스는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쳤다. 규제와의 뜨거운 사투(?)를 벌이며 현재의 모습으로 변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1사 전속주의와 중개와 광고 사이의 모호성이었다. 2019년 5월 1사 전속주의(대출 모집인이 1개 금융회사의 대출만 취급하도록 제한한 규제)의 예외 적용을 받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2020년 3월 1사 전속주의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9월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는 '단순 광고대행'에서 '중개'로 법적 성격이 다르게 정의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개 행위를 수행함에 따른 법적 책임이 확대되었으며 2021년 10월, 토스와 핀크는 대출 상품 대리·중개업자 등록을 하며 대출 비교 서비스는 '대출 중개 서비스'로 안착할 수 있었다. 현재는 높은 MAU를 무기로 핀테크 업체의 대출 판매 채널 장악 속도가 가팔라지며 빅테크의 독점 가속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현재까지는 대출 중개 서비스는 1사 전속주의, 중개에 따른 법적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 아직까지 해당 서비스에 대한 규제책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오히려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대출, 결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대출 중개 서비스의 낮은 대중성으로 인해 뾰족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국내에서 대출 중개업은 초기에 1사 전속주의처럼 대출 모집인 제도의 규제를 적용받았는데, 인도에도 대출 모집인 제도(DSAs), 1사 전속주의 등의 제도와 규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출 중개 서비스는 제휴 마케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에 오프라인에서 적용되는 '중개'에 대한 규정이 아직까지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상품의 제조 및 판매의 이원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현재와 같은 형태로 존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현재 시장에서 대중적인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바젤은행금융감독 보고서에서 발표한 미래 은행 시나리오(상단 이미지)에 따르면,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하는 참여자를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접점' 두 가지로 분류했다. 즉, 서비스 제공자로 머물렀던 은행 업무에서 고객 접점이 강화될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이 두 가지 업무가 분리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미래 은행의 모습을 다섯 가지 형태로 예측했다.
1. Better Bank : 디지털화된 은행이 지배하는 모델
2. New Bank : 새로운 은행 (챌린지 뱅크)가 지배하는 모델
3. Distributed Bank: 기존 은행이 서비스 제공자로, 핀테크 기업이 고객 접점을 담당해 상호 분업하는 모델
4. Relegated Bank: 기존 은행은 격하되고 새로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지배하는 모델
5. Disintermediated Bank: 은행은 파괴되고 핀테크 기업과 메카테크 기업이 서비스 제공과 고객 접점을 담당하는 모델
'아마존 뱅크가 온다'에 따르면, 일반 개인 대상 거래의 경우 기존 금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라 예언한 바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에 비해 전문성과 거래관계의 중요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 개인 대상 거래에서 핀테크 업체는 고객 접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적어도 일반 개인 대상 거래에 있어서는 3,4,5의 파격적인 미래 은행 모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는 저 다섯 모델 중에 어느 모습에 가장 가까울까?
인도는 정부 주도의 핀테크 기업 육성책을 통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중 고객 접점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속도가 독보적인데 특히나 민간에서는 기술과 두터운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7,699개의 핀테크 업체가 있으며 그중 17개가 유니콘이다. 이에 전통은행은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고객 접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에 이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FLDG/ Co-lending 등의 모델이다. 여기에서 은행은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자금 제공), 핀테크 업체는 고객 접점의 역할(고객 신용평가/ 대출)을 담당하며 적극적으로 분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봤을 때, 이미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Distributed Bank'의 모습은 구현되었으며 향후 4와 5의 형태로 빠르게 전향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출 중개 서비스는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태초에 'Google Compare(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가 있었으며 2016년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이 종료되었다. 2014년에 설립된 대부중개업인 '대출나라'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대출 중개라는 뿌리와 정체성..(?) 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놀라운 수익성을 내며 빠르게 성장해 자리 잡아 나가고 있다. 이는 대출 중개 서비스의 중심축이 '정보 제공'에서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고객이 금융 상품에 접근하는 접점에서의 페인포인트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나비 효과가 궁극적인 산업의 혁신을 야기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객 접점과 'Distributed Bank'의 형태, 즉 서비스의 이원화가 공고해지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인도에서 대출 중개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이는 대출 중개 서비스가 고객 접점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혁신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즉,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정도의 고객 경험을 넘어 대출 경험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인도의 디지털 대출 시장은 2022년 약 2,700억 달러 규모였으며 2023년 3,500억 달러 규모에 육박하며 디지털 대출을 포함해 오프라인 대출/ 사채까지 시야를 넓힌다면 기회는 더 크다. 물론 대출 고객 경험은 불과 5-10년 전에 비해 월등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용평가, 추심, 대출 신청 등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국내의 대출 중개 서비스가 정보의 비대칭성/ 시간의 비효율성 (1편)을 해소해 고객 접점의 편의성을 혁신했던 것처럼, 인도에 남아있는 디지털 대출의 명징한 문제점을 혁신하는 중개 서비스가 생긴다면? 아마 대출 중개 서비스도 한국과 같은 지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원화의 방향으로 가파르게 재편되는 은행의 지형도에서 중개는 고객 접점에서의 판매의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매개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서비스의 방향성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인도라는 시장의 특수성에 따라 재편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도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를 운영해 봤던 입장에서 국내와 인도의 대출 중개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하며 모았던 자료를 정리해 편집한 글이다. 인도의 대출 중개 서비스 또한 여타 해외 중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을 때, 혁신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혁신의 구체적인 모습은 서비스의 구체적인 형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