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앤초비 파스타
봄보다는 가을을 사랑하는 여자지만, 봄만이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추운 겨울을 모두가 견뎌내고 또 한번의 봄을 맞이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따스한 위로, 새롭게 돋아나는 새순들이 주는 용기의 기운, 그리고 모두가 평소보다 한창 들떠있는 마음으로 인해 어느새 쉽게 시작될 것만 같은 새로운 만남 또는 출발에 대한 설렘 같은 것들 말이다.
집 근처 공원에 나가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와 풍경이다. 봄과 가을 밤에 느껴지는 적당히 선선한 바람과 촉촉하고 신선한 공기를 좋아한다. 자전거를 타며 공기에서 계절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한다.
봄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작은 연두색 새싹이 생기고, 색이 짙어지더니 초록색 이파리가 된다. 기특한 초록이들의 급격한 성장을 관찰하는 것이 봄의 또 하나의 묘미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봄이어도 때로는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불행과 우울은 계절에 맞춰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봄이 찾아왔는데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을 때, 마음에 봄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 먹으면 좋을 냉이 파스타 레시피를 소개한다.
재료: 두부면, 올리브유, 방울토마토, 냉이, 마늘, 양파, 페페론치노, 앤초비 페이스트
치유를 위한 요리 레시피
1. 올리브유를 충분히 넣고 (6스푼~8스푼 정도) 다진 마늘, 양파, 페페론치노를 넣고 중약불에 구워주면 마늘이 황금색으로 노릇해지며 마늘향이 올라온다. 부엌에 마늘의 진한 향기 퍼지면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양파 없이 마늘만 먼저 중약불에 볶으면 마늘이 빨리 익어 크런치한 식감이 되어 마늘 후레이크처럼 먹을 수도 있다. 양파를 넣으면 매운기가 빠진 달짝한 양파가 아삭하게 씹혀서 맛있고, 마늘 후레이크는 바삭해서 식감을 더해준다. 나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요리인만큼, 내가 더 좋아하는 방식대로 요리한다.
2. 향긋한 마늘향을 맡으며 냉이 파스타에서 빠지면 안될 마법의 재료, 엔초비 페이스트를 짜준다. 보통 3cm 정도로 3번의 줄을 짜냈다. 이 앤초비 페이스트가 냉이 파스타에 감칠맛을 더해줄 것이다.
3. 앤초비 향이 충분히 스며든 다음에는 냉이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씩씩하고 풍성했던 냉이는 팬에 닿으면 금새 쪼그라들고, 부드러워져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냉이 위에 소금도 뿌린다. 향긋한 냉이에 짭쪼름한 맛을 더해 더 먹기 좋게 한다.
4. 두부면과 방울토마토를 더한다. 면수 대신 4-5스푼 정도의 물에 소금을 섞어 넣는다. 면수가 오일 베이스와 섞이며 앤초비의 감칠맛, 페페론치노의 매콤함, 마늘의 풍미가 두부면에 풍성하게 스며들 것이다. 소금도 한번 더 살짝 뿌려준다. 원하면 단호박 곤약면이나 일반면을 더해도 되는데, 오일 파스타의 감칠맛을 더 잘 흡수하는 건 두부면이기에 두부면을 추천한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면보다 소화도 잘되고, 꽤나 쫄깃하며, 담백해서 두부면을 좋아한다.
완성된 접시에는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의 색감이 눈에 띄고, 봄의 기운을 힘차게 품고 있는 초록색의 냉이가 보인다. 컬러감이 다채로워 기분이 좋아지는 산뜻한 비주얼을 가진 요리이다.
파스타를 맛본다. 두부면에 국물을 충분히 적신 뒤 부드러운 냉이를 추가해 한입, 두부면과 방울토마토를 한입씩 먹는다. 살짝 익힌 방울토마토는 기분 좋은 과즙과 함께 씹히고, 냉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다. 앤초비의 감칠맛이 요리에 스며들어 있어 짭쪼름하고, 페페론치노 덕에 약간 매콤하다. 봄의 기운이 완연한 요리이다.
마음이 공허할 때는 이 냉이 파스타를 스스로에게 대접했으면 좋겠다. 봄의 싱그러움, 활력, 그리고 따스함을 담은 이 요리가 마음을 위로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