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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Jun 08. 2023

사부작사부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서울로 출퇴근하기를 포기했다. 

독자적인 일을 꾸려나가기로 한 뒤 한동안 서울에 있는 공유 오피스를 등록해 출퇴근했다. 직장인의 페이지를 놓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껏 늘어질지 모를 나 자신을 우려해서기도 했다. 서울의 공유 오피스에 출근하는 동안 시설이 매우 좋고 환경도 좋아서 회사에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잘 꾸며진 사무실에서 남 신경 쓰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기분이 꽤 좋았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고 급하게 미팅에 들어갈 일도 없으며 조금 늦거나 빨리 출퇴근해도 되었다. 점심 먹으러 맛집에 갈 때도 친구와 약속을 잡고 미리 나가서 주문하고 있으면 되었다. 모든 게 좋았다. 출퇴근의 시간 소요와 체력을 빼면.


워낙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지라(?) 회사에 소속되어 출퇴근을 할 때는 자차로 다녔었다. 회사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내가 부지런을 떨면, 남보다 일찍 출근하면 교통정체도 피할 수 있었다. 퇴사를 하고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주차장을 사용하려면 그만큼의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대중교통 출퇴근을 했다. 대중교통 출퇴근은 대략 7년 만이었다. 버스를 한번 타고, 전철을 두 번 갈아타면서 수많은 인파 속을 걸었다. 누군가는 남들은 늘 하는 일인데 고작 그거 가지고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다. 몇 년간 자차로 출퇴근하면서 나는 그 시간을 견디기 힘든 저질 체력이 됐다. 게다가 나는 출근시간 단축을 위해 6시 30분에 출근하던 사람이었다. 차로 고작 25분 거리를 버스와 전철을 세 번 환승하면서 한 시간 반을 쓰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집 근처의 공유 오피스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공유오피스들을 찾아다녔는데 확실히 서울의 공유오피스와는 시설면에서 차이가 났다. 게다가 원하는 곳은 이미 만석이라서 등록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행운같이, 새로운 공유 오피스를 발견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공유 오피스인데 규모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고, 깔끔했다. 가장 좋은 점은 집에서 차로 10분 컷이고 걸어서도 40분 이내면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주차도 무료다. 역시 경기도. 하루 무료 체험으로 일해보니 꽤 집중이 잘 됐다. 합격! 

이번주부터 새로운 동네 공유오피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작은 사무실에서 타인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하는 중이다. 마음에 든다. 일도 잘 풀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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