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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남이 Jun 02. 2020

소시민으로서의 양심

"선생님, 이곳엔 주차를 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차장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중 주차하는 차들이 간혹 있다. 그런데 항상 출입구 근처 가까운 자리에 이중 주차하는 차가 있다. 문제는 그 차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막고 주차를 한다는 것이다.


참고 사진(실제 아님)


   나는 그 차를 볼 때마다 "참 양심도 없다. 다른 곳에 주차하고  몇 발짝만 걸어가면 되는데..."  그렇게만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하는데, 그 차가 내 차 앞에 이중주차가 되어 있던데 아닌가? 출차를 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았다. 결국, 내 옆에 주차되어 있던 낡은 차의 앞 범퍼를 살짝, 아주 살짝 긁고야 말았다. 그 낡은 차의 범퍼는 세월을 말해주듯이 전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내가 만든 상처의 흔적은 거의 없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나는 차주에게 문자로 연락을 했고 차주는 나중에 차 상태를 확인해보고 연락 준다고 했다.


   이튿날 차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정비소 가봤는데, 수리비가 40만 원 나온다고 하네요." OMG~~~  난 순간 당황했다. 난 당연히 차주에게서 "괜찮습니다. 스크래치가 심한 것도 아니니까 다음부턴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기대했었다... 그런 답변을 예상했던 나는 차주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하면서 착각의 늪에 빠져있었다. 범퍼  찌그러지거나 까진 것도 아니고 동전 크기의 스크래치가 난 정도인데, 범퍼 전체 도색을 해야 한다니...  "세상이 참 각박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내 잘못이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해줬다."


   그런데  불법  이중주차를 해서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그 차가 오늘 아침 다시 장애인 주차구역 앞에 불법 이중주차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출근하면서 화가 불끈 났다. "사진 찍어서 신고해버릴까?" 짧은 고민을 하다가, 가방 속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 이렇게 적어서 그 차 앞유리에 붙여놓고 난 홀연히 출근했다.


   " 선생님, 이곳엔 주차를 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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