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의도가 분명한 사람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온통 머릿속에 내 꿈(아이들교육, 시스템구축)에 대한 생각뿐이라 이렇게 이슈로 크게 터지지 않으면 모르고 살았을 찐 고수들의 스토리. 언제나 탑티어, 능력자들의 이야기는 배울 점이 많고 흥미진진하다. 2시간의 대장정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이라는 젊은 여성대표의 울부짖음을 보며 또 한 번 가슴이 뜨거워지는 지점이 있어 기록해보려고 한다.
❝ 모두가 다 생머리 할 수 있죠
근데 문제는 우리의 제작 포뮬러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는 거예요
아니 그럼 그렇게 따지면 멀티레이블 왜 했어
그냥 SM처럼 YG처럼 (비슷한 결을 가진 엔터) 그냥 하지
왜 허울 좋게 멀티레이블 막 이렇게 얘기하면서 왜 개성을 안 살리냐고
제가 이거 혐오하는 이유가 뭐냐면요
이렇게 누가 쉽게 누구 거를 이렇게 따라 해서 좀 잘 되잖아
그러면 없는 애들은 더 좌절감에 빠져요
있는 애들도 저렇게 따라 해서 잘되는데 없는 애들은 뭐 하러 고민하냐
그냥 잘된 거 베끼면 되지
그러면 장기적으로 이게 업을 망가뜨려요
지적을 해야 업이 살죠
이런 것들이 저는 개선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바뀌어야 돼요 ❞
코 앞에 있는 달콤함을 취하는 게 아니라 쉽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는 선택을 하려는 이런 장기안적 사고가 너무 좋았다. 업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건 그만큼 자기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 사명감을 느낀다는 것. 개선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확 바꾸려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 표절을 느꼈을 때 속으로만 기분 나빠하고 쉬쉬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어느 지점에서 표절을 느끼는지 비교해서 글을 올리는 것. 이런 당돌함은 윗선의 눈밖에 날 수 있는 움직임이라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의 이런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거침없는 움직임이 좋았다.
❝ 제가 왜 포토카드 이런 거 안 하냐면요
한 앨범에 모든 연예인의 그 사진이 들어가면 생각해 보세요
우리 지금 CD 케이스 시대가 아니잖아요
안에 막 여러 가지 사진도 있고 이런데 하나에 다 넣으면 사전이 돼요
앨범 가격은 희한하게도 20년 전 30년 전이랑 똑같단 말이야
저 어렸을 때랑 똑같아요 막 15,000원 10,000원 이래
근데 앨범 가격은 안 오르고 제작비만 오르잖아요
왜 랜덤을 하냐면
랜덤을 안 하면 멤버의 인기를 비교해요
저는 그게 너무 싫어요
왜 그거 몇 개 더 팔리는 게 뭐가 중요해
그런 거 없애고 싶은데 그거를 없애려면 랜덤 밖에 없잖아
콘텐츠를 승부해서 우리가 얼마나 파는지 한 번 보자 ❞
우리는 뭔가 부패함을 느꼈을 때 그걸 직접적으로 개선하려고 얼마나 적극성을 보였는가? 내가 발 담고 있는 업계가 더 좋은 문화가 되게 하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보였는가? 얼마나 칼을 갈아봤는가? 뭔가 답답하고 부패함을 느껴도 그냥 죽은 물고기가 물살에 휩쓸리듯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바꾸고 싶다 해서 그걸 한 방에 막 요란스럽게 소란스럽게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작은 것부터 하나나하 증명을 해내야 된다. 그 작은 게 모여 모여 힘이 생겼을 때 그때가 시작이다.
❝ 저는 A to Z 제가 다 보거든요
이게 뭐 마이크로 매니징 한다는 게 아니야
이거는 내가 생각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거기 때문에
내가 봐야 돼 그게 책임감이야 의도가 있잖아요
음반을 만드는 제 스타일이 그래요 ❞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거기 때문에. 나 역시 기획을 좋아하고 매 순간 의도를 담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 말에 왜 이리 공감이 가던지. 마이크로 매니징,, 나도 자주 듣던 말인데 민희진 님이 그건 책임감이라고 표현해 주니 속이 좀 개운하고 이대로 더 쭉 용기를 갖고 나가고 싶어졌다. 싫은 소리 그냥 내가 좀 듣고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으로 좀 더 기울어도 되겠다.
민희진이 기획했던 소녀시대의 청초하고 수수한 이미지. 사람들에게 소녀시대를 제대로 알렸던 GEE라는 앨범을 기획할 때도 어느 것 하나 의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한다. 청바지와 흰 티의 핏까지도. 나는 이런 집요함과 디테일을 너무나 사랑한다. 뭐 대단한 거보다 그 한 끗이 결국에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기에.
❝ 다 뉴진스인 것처럼 갑자기 비슷한 거 막 나오고
여러분 이게 업에 좋아요?
창작에 뭐 이걸 떠나서 그냥 상도에 안 맞아
소비자를 생각도 안 하는 거야 이게 뭐냐고 도대체
저는 사실 이런 걸 고치고 싶어요 이게 나같이 이렇게 강성이 없거든
남들이 이거 하라고 하면은 대충 다 해 그냥 그게 맞는 줄 알고
모르는 사람만 그냥 이렇게 흘러가고요 아는 사람은 돈 더 벌려고 그걸 해요
근데 나같이 이렇게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그래도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거지 ❞
좋은 문화는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드는 데 비해 나쁜 건 너무 쉽게 물드는 것 같다. 그리고 눈앞에 이익만을 보고 움직이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청정을 유지하고 올바른 걸 고수하고 지켜가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무슨 영역이든 틈이 생기면 벌어지는 건 시간문제고 어느 부분이 오염되기 시작하면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래서 적당히 이렇게 해도 유지되겠지 이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악착같이 지켜내려고 해야 어느정도라도 유지되는 것 같다.
❝ 시형님은 의장이잖아요 의장이면 두루 봐야 되는데
의장이 이렇게 주도를 하면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생기거든요
제가 아까 그래서 군대 축구라는 비유를 했잖아요 골대로 자꾸 막 몰아준단 말이야
그럼 다른 레이블들이 의장 잘 보이려고 또 이상한 짓을 해요
이게 그냥 인간 본성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고결정권자가 그냥 위에 그냥 떠 있어야죠
그래야 자율적으로 막 경쟁하고 서로 이렇게 건강하게 크지
이게 약간 그 경영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되지만 오너십이 있어야 돼요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건지에 대한 확실한 그 로드맵이 있고
그 균형을 오너가 더 맞춰야 돼 카피가 나올 수가 없어져야 되는 거예요
카피가 나오잖아 그럼 오너가 지적해야 돼
이게 단순히 얘네가 따라 했다가 아니라
이전에 있던 우리 브랜딩이 기성화 돼요 우리의 유니크함이 기성화가 된다고
왜 그거를 안에서 하냐고 밖에서 해도 지금 열받아 뒤지겠는데
그걸 안에서 하니까 더 열받는 거예요
왜 그 마음을 모를까요
이거를 창작자의 뭐 자유나 뭐 존중이나 이런 것까지 안 가도
그냥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합리화할 게 없어요
그냥 건강하게 경쟁하자 이거야 ❞
결국에는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좋은 리더가 있으면 그 집단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데 힘을 쓰게 되어있다. 인간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있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편한 거, 조금 더 쉽게 잘 되는 것만 생각한다. 근본적인 것에 힘을 쓰고 애를 쓰고 에너지를 들여 좋은 문화를 구축해야 비옥한 토양에서 좋은 나무들이 자라나는 것인데 말이다.
음악 학원도 10년 2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좋은 방향으로의 개선이라기보다 가지고 있는 거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많이 벌까를 생각하는 것 같다. 교육으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내가 분노하는 지점이 몇 가지 있지만 일단 하나만 살짝 얘기해 보자면 계속 하향평준화 되는 교재들이다. 쉬운 바이엘 교재, 쉬운 체르니 교재, 아기자기한 교재들이 나오면 너도나도 좋다고 교재를 만들어 내고 사서 쓴다. 내 교재가 잘 팔리고, 우리 학원에 좀 더 오래 다니게 하려는 의도 말고 진심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며 움직이고 있는가? 음악학원에서 강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항상 이런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