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알려주마.
한달 전 쯤, <오늘의 집>에서 온라인 집들이 제안이 들어왔다. 인테리어에 관심은 있으나 집들이에는 영 관심이 없는 터라 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예시로 보내준 다른 집의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를 보니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본래 '집들이'란 무엇인가. 독립을 했거나 이사를 왔거나 집을 새로 지었거나 등등 집에 변화가 생겼을 때 가깝고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축하 받는 자리 아니던가.
허나, '온라인 집들이'는 달랐다. 예쁘고 깨끗하고 감각적이고 센스 넘치는 집을 불특정다수에게 보여주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이목을 끌만큼 집이 고올져스 해야만 한다. 조회수와 좋아요 수, 댓글 수가 집에 대한 인기와 칭찬을 의미한다.
우리 집이 그럴만한 집이던가? 아니, 그보다도 나는 우리 집을 보여주고 싶은가? 자랑하고 싶은가? 예쁘다, 잘 꾸몄다 칭찬 받고 싶은가?
여러 질문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지만 대답은 하나.
다. 귀. 찮. 다. 였다.
그래, 못하겠다고 말하자. 온라인 집들이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내 생각엔) 입주 청소를 막 끝마쳤을 때 정도의 청결이 요구된다. 주택으로 이사온지 아직 1년도 안되었건만, 개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을 이제와서 어떻게 치운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지금이 아니면 집을 지었던 과정과 모습을 내가 또 기록할 일이 있을까?'
브런치에 주택살이에 관한 글을 아주 가끔(가뭄에 콩 나듯) 발행하고 있긴 하지만, 집의 모습을 정리해본 적은 없었기에 꼭 한번은 필요하다 생각한 작업이었다.
그리하여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을 보여줄 순서를 짜고, 집을 지을 당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도 정리했다. 층마다, 공간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쓸지도 거의 완성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에디터께서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시고 마감 시간을 지켜달라고 재촉까지 해주셨다.
이제 남은건? 사진이다. 문제의 사진.
집 사진을 어떻게 찍는담.. 온라인 집들이 최초로. 생활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집 사진을 올려봐?
카메라로 집을 비춰보니 아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안되겠다. 일단 마감이 당장 내일이니, 청소는 틀렸다. 캠핑할 때 쓰는 어마무시 커다란 박스를 지하에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정말 말 그대로 쓸어담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 있던 잡동사니들은 못해도 1.5톤은 될 것 같았다.
잡동사니들을 박스에 쓸어담고 찰칵! 사진 찍고, 다시 원위치.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또 박스에 쓰레기들을 쓸어담고 찰칵! 다시 원위치. 이런 식으로 에미 혼자 미쳐 날뛰며 집을 치웠다 엎었다 치웠다 엎었다를 반복했다. 나보다 이백배는 정돈을 잘 하는 첫째 아이의 도움으로 침실은 진짜 정돈 된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찍은 사진의 결과물들.
애썼다. 정말 많이 애썼다.
지금은 물론 이 모습이 아니지만, 어쨌든 온라인 집들이 사진은 건졌다.
땀 뻘뻘 분주한 에미를 한참 지켜보더니 아이가 한마디 한다.
"이건 사기 집들이야.."
인생이란 이런거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