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 구 00 경위의 사연입니다^^
늘 뽈스토리를 잘 보고 있습니다.
매번 제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으나 이제야 보내게 됐네요.
2006년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초가을이었습니다. 우리 경찰서 00지구대 경찰관들이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한 남성이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앞 차량의 후미를 들이받은 사고였는데요. 현장에서 초동조치를 끝낸 지구대 경찰관들은 교통사고조사계 직원인 저에게 사건을 인계했습니다.
며칠 후 저는 음주 운전자를 경찰서로 소환하여 조사를 시작했죠. 그런데 그는 차량을 추돌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음주 운전을 한 건 맞아요. 그 점에 대해선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곳에서 차를 세워 놓고 잠을 자고 있었어요. 절대로 운전 중에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적이 없다고요!”
조사를 하면서 뭔가 이상한 점이 감지되긴 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차량과 피해 차량을 살펴봤더니 충돌한 흔적이 보통 교통사고에 비해 경미하더라고요. 그래서 최초로 출동했던 지구대 직원이 촬영한 현장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았죠.
어라..??
저는 사진 속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추돌한 사실이 없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습니다. 가해차량(음주운전자의 차)에는 있지만 피해 차량에는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이슬’이었죠.
사고 지점은 좌측으로 비스듬히 경사가 져있는 곳이었는데요. 사진 속 가해 차량의 후미 쪽엔 이슬이 맺혀있었고 이슬방울들이 도로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피해 차량에는 이슬이 전혀 맺혀 있지 않았고, 도로 바닥에도 이슬방울이 흘러내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사 끝에 피해 차량 운전자의 거짓 신고로 판명됐지요.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사고 당일 운전자 A 씨가 사고 지점을 지나가던 중 술에 취해 잠이 든 B 씨의 차량을 발견합니다. A 씨는 B 씨의 돈을 갈취하기로 마음먹고 B 차량 앞으로 본인의 차를 이동시킨 후.... 후진!! 하여 B 차량의 앞 범퍼를 들이받았답니다. 마치 B 차량에게 추돌당한 것처럼 위장을 한 것이죠.
잠에서 깨어나 차에서 내린 B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예상 밖으로 B 씨가 자신은 추돌한 사실이 없다며 날뛰자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슬 덕분에 해결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지는 초가을 무렵이면 생각나는 사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