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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토끼 May 12. 2024

지금 헤어지러 갑니다.

용기를 내자.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너는 더이상 나에게 잘해줄 수 없다는 말을 할까?

나는 그 말이 더이상 노력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헤어지는 거겠지. 


다시 잘해보자고 할까? 요즘 너의 태도를 봤을 그런 말을 같지는 않다. 

우리가 지금 서로 노력하고 싶지 않는 곳까지 와 있다면 나도 더이상 만나자고는 하지 않겠다. 

오늘 이 고비를 지금 잘 넘긴다고 해도 나는 이 시간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너의 생활과 나의 생활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서 서로의 균형을 꽤 잘 맞춰왔다고 생각한다. 너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았고 판단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감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늘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으니까 화가나도 토라져도 같이 있었다. 감정이 날뛰는 나에 비해 제자리에 있었던 너 덕분이겠지. 


우리 관계가 차가웠다 뜨거웠다를 반복했다면 그건 나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너의 온도가 일정한 덕분이었다. 왔다갔다하는 내가 지겨워졌나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든 믿음이든 이 관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든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다했다면 이제 뻔한 마지막만 남았네. 


나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소모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 너가 좋아하는 일이 먼저고 더이상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오늘 그만 만나는 결정을 하겠지. 


어떤 연애든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다 소진되어 버리는 건가. 함께 했던 시간이 긴만큼 헤어짐도 번거롭다. 너의 물건을 정리하고 너와 맞췄던 건강검진 일정도 바꿔야하고 춘천숙소도 취소해야겠지.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으로라도 이제 연애얘기는 못하겠지. 내가 아는 사람 너가 아는 사람 모두가 우리의 눈치를 보게될 수도 있다. 


이주동안 너의 연락이 없는 덕분에 휴대폰에 아무 메세지가 없는 것도 익숙해질 참이다. 주말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미 연습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어떤 사람이 또 있을까.


만약에 너와 헤어지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건 사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모든 과정이 귀찮아서 일까.


연락이 없는 너에게 먼저 카톡을 보내는 일 오늘 언제 만날지 묻는 일 너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 것 모두 용기가 필요했다. 오늘 너를 만나러 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게 무서운가. 헤어진 이후의 삶이 무서운가. 우리는 둘다 헤어지는 방법도 모르는데. 그냥 이렇게 연락도 없이 대면대면 지내면 헤어지는 건가. 너의 물건을 다 정리해서 돌려줘야하나. 앞으로 궁금한게 있어도 연락하면 안되는 건가.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나를 여전히 사랑하는지와  나에 대해 궁금한지 이다. 나를 사랑하냐고 물어봤을 때 너는 대답을 피했고 요새 연락이 없었다는 건 내가 궁금하지 않다는 뜻이다.  오늘 같이 손잡고 저녁을 먹을 리는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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