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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힐링 Dec 07. 2018

음악, 감성 가득한 전달력, 말보다도 유창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인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와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바로 <킹스 스피치>이다. 이 영화는 2011년에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했다.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는 음악의 리듬과 박자를 이용하여 말 더듬는 병을 고치는데 조지 6세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영국 국민에게 연설할 때 로그가 음악 지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담는다. 마음을 나눈 라이오넬 로그의 진심과 함께 음악을 통한 효과적인 언어 치료 방법으로 조지 6세는 말더듬이에서 리더십을 갖춘 왕으로 거듭난다.

처음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의 선율이 잔잔히 흐를 때부터 조지 6세의 떨림 증상은 시작된다. 불안한 표정과 함께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막막하게 서있을 때, 로그의 신호를 보고 서서히 말문을 연다. 로그는 마치 악보를 보고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연설문을 보며 왕에게 계속 호흡을 느낄 수 있게 수신호를 보낸다. 로그의 격려와 도움으로 조지 6세는 무사히 연설을 마친다. 연설의 마지막 장면에 모든 왕실의 가족과 국민들이 안도하는 모습도 함께 그려진다. 이렇게 음악은 제2의 언어로 훌륭하게 사용된다.     


음악과 말하기가 밀접한 관계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음악과 말하기는 뇌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뇌의 부위는 음악에도 반응한다. 뇌의 영역 중 ‘브로카 영역’이라는 곳은 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하는 것과 언어를 처리하고 구성하는 것 모두를 담당한다. 수차례 연구한 결과, 교향악단 단원들 중 악기를 더 많은 햇수 동안 연주한 단원은 이 부위에 더 많은 회색질을 보인다.


측두엽 청각피질의 일부로서 해쉴의 회전으로 알려진 작은 부위는 소리가 뇌에 가장 먼저 닿는다. 한 연구에서는 이 부위의 크기를, 전문 음악인과 비전문 음악인 그리고 비음악인으로 비교했는데, 전문 음악인>비전문 음악인>비음악인 순으로 크기가 차이 났다. 해쉴의 회전이 외국어를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음악인이 비음악인보다 성조언어의 기본원리를 배우는 능력이 더 빠르다는 사실도 그리 놀랍지 않다.     


비가 오는 날, 각기 다른 사고방식들에 부대껴 결국 서로의 갈 길을 가자고 하는 이별의 날, 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먹먹했던 느낌을 누구나 가져본 적 있을 것이다. 외롭고 쓸쓸하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들려온다. 비가 오는 모습을 하늘이 젖는다라고 표현하며 어느덧 미용실 앞에 다다른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고 나오는 길에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의 가사를 되뇌이면 모두 내 얘기 같고 나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에 공감한다면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리고 퉁퉁 부은 눈으로 자고 일어난다면 어제보다는 살만한 또 다른 감정이 내 안에 작용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음악을 통해 복잡하던 마음을 순식간에 변화시키고, 행복한 마음을 더 크게 만들고,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느끼고 싶고 말하고 싶었던 간절한 언어이기 때문에 그 가사 속에 담겨있고 음표 속에 녹아 있다. 작곡은 멜로디와 가사 안에 마음을 담고, 연주자는 그 마음을 담아 악기로 연주하며, 보컬은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음악의 언어를 전달하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언어가 가슴속에 남아 공감을 시키고, 마음이 움직일 때 그것을 ‘감동’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듯,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음악은 막연하고 난해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하나의 언어이자 위로의 언어인 것이다.


음악을 하는 것은 전공하든, 안 하든 감동을 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전공자는 연주기법이나 악기의 기교적인 면을 보다 자세히 공부하고 음악을 분석하고 화성학을 따지며 접근하는 방식이 전문적일 수 있다. 하지만 넓게 본다면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을 해서 듣는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에는 전공과 비전공의 차이는 없다. 음악을 할 때는 언제 어디서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곧 음악은 일방적인 표현 방법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전화기이다.


또한 음악은 소통의 도구이다. 언어를 통해 대화를 나누듯 가사나 음표로 다양한 표현을 나눈다. 작곡을 통해 작곡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악기로 연주하여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그 음악을 듣고 공감하며 감동한다. 가사, 선율, 화성이 음악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준다. 그것이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공감대의 폭을 넓혀준다. 바로 음악의 힘이고 예술이 가진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사랑한다’라고 말로 고백하긴 어렵지만 노래를 부르며 전달한다면 그보다 감미로운 것은 없다.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참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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