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소소한 순간들이 빚 나는 날"
몽골에서의 다섯 번째 날. 첫날의 설렘은 이미 지나갔고, 셋째 날 즈음에는 적막하고 낯선 풍경 속에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깐, 어느새 나도 몽골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문명과 단절된 생활이 낯설었던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몽골의 광활한 대자연이 점점 내 일상처럼 느껴지는 다섯 번째 날, 우리는 몽골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비앙작으로 향했다.
끝없는 도로를 달리며 대자연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우린 초원의 부추를 뜯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모두가 초원의 신선한 부추를 손에 모아 갔다. 그렇게 채집한 부추는 우리의 중요한 식재료가 되어 저녁 식탁에 부추전으로 올라왔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비앙작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과거의 공룡들이 살아 숨 쉬었던 역사의 무대였다. 1920년대, 미국의 고생물학자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가 이곳에서 공룡의 알과 뼈를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공룡의 삶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던 곳이다.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수 있는 비앙작은 특히 고생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비앙작의 붉은 언덕으로 향했다. 불타는 언덕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붉은 황토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했다. 비록 그랜드캐니언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 속 그 웅장한 협곡과 닮아 있었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며 그 속에 속해 있는 나는, 몽골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했다.
우리는 비앙작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 그날은 수요일로 몽골에서 술을 판매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특정한 날에 정부의 규제로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트에서 중년의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털컹거리는 차 안에서 알코올의 힘이라도 빌려야 되는데” 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도 함께 공감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마트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구입하고 오전에 초원에서 뜯은 부추전을 위해 밀가루도 한포를 구매했다.
우리에게도 고요함과 적막감을 달래줄 술이 필요했다. 운전기사님 “님아”에게 부탁했더니 어디선가에서 보트카를 한병 구해줬다.
“역시 최고 드라이버” 님아~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사생활도 공유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3년을 부부가 함께 포천과 남양주 일대에서 일을 해서 그 근방을 잘 안다고 했다.
한국에서 돈 벌어 울란바토르에 집도 샀다면서 자랑을 한다. 한국말도 제법 잘한다.
우리는 남들이 없는 술한병 들고 기쁨 하며 게르에서 옷을 갈아입고 밀가루 반죽으로 고소한 부추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몽골에서 부추전이라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부추전 일 것이다.
일행 중에 한 명이 요리를 좀 하는 여자~ 손으로 반죽을 한다.
역쉬 요리를 할 줄 아는 여자였다. 그 손맛이 어우려저 더 맛있는 부추전으로 탄생했고 초원의 고소한 부추전 냄새로 오전에 마트에서 만났던 중년의 부부 중에 부인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부추전하시나 봐요~ 저희도 한쪽 주시면 안돼요? 과자랑 바꿔 먹어요? "
흔쾌히 우리는 한쪽 나눠주고 우리의 가이드 자야에게도 한쪽 나눠주었다.
우리는 또 그렇게 고요한 초원의 게르 앞에서 평상시에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으로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특별한 특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이드 자야와 기사님 님하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몽골음식 허르헉을 준비한다고 요리과정을 구경하러 오라고 한다
궁금증에 우리는 달려갔다. 이미 숯불로 달궈진 돌이 준비되어 있었고 압력솥 같은 큰 솥단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에 양고기를 넣고 달궈진 돌을 사이사이에 넣었다.
소금을 뿌리고 당근과 감자를 넣어 만든 요리 허르헉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 시간가량을 기다렸다. 달궈진 돌로 만든 요리는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조미료 없이 소금만으로 간을 해서 만든 유목민들에게는 귀한 음식이라고 한다.
몽골에서 허르헉을 만드는 것은 남자의 역할이며 음식을 만들면 주변사람들과 나누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가이드 자야가 허르헉과 수박등 만찬을 가지고 왔다.
오늘 저녁은 푸짐한 허르헉과 수박 그리고 이미 먹어버린 부추전까지 오랜만에 포식이었다.
허르헉을 한입 입에 넣은 순간 "어~ 어디선가 먹어본 맛인데"
누군가가 이거 개고기 식감인데?
맞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입에 넣어주던 그 맛 개고기 식감
고기의 식감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뜨겁게 달군 돌로 고기와 야채를 증기로 익히는 방식이라 퍽퍽하지 않고 속까지 부드럽게 익어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이었다. 돌로 천천히 익히기 때문에 고기가 육즙을 잘 머금고 있어 고기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시간과 정성을 다해 만들어준 몽골 전통요리 허르헉은 첫맛은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 먹어본 양고기 중에 가장 내 입맛에는 맞았다.
특히 몽골의 감자는 비혹한 땅에서 물이 없는 곳에서 키워서 그런지 폭신폭신하니 감자의 맛이 일품이었다.
허르헉에서의 양고기와 감자를 한 번씩은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허르헉이 식으니 양고기의 특유의 냄새가 야채까지 배어들어 먹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뭐 한 개씩은 먹었으니 됐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준 음식에 대한 보답은 했어..
함께 준비해 준 수박으로 우리는 별빛 보드카 하이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벌써 여행의 중반이 지나가고 있었고 아쉬움이 남기 시작한 하루였다.
삶이 지치고 힘들어 시작한 여행이지만 여행의 중반을 넘어가니 내 삶이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처럼 내 인생도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소소한 순간들이 빛난다는 것을"
잘 살아낸 내 삶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주는 날이었다.
2024. 8. 22. 몽골 초원에서 Young
[못다 한 이야기]